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감세 철폐 없이는 뇌관 남아있어

국제 금융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강달러 현상은 심화하는 한편, 경제가 취약한 국가들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죠.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금융위기가 신흥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점입니다. 영국을 보면 선진국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경제 기초 여건이 취약하면 선진국도 위기를 피해 갈 수 없는 거죠.

외환 부문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는 여럿이 있습니다. 그중 대외 순부채 규모와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중요합니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가 외화 부채를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데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태국도 순채무국이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심해 위기에 놓인 바 있습니다. 2011년에는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던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었죠. 현재 영국도 순채무국이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 중입니다. 이미 파운드화 가치 하락 압박에 놓인 상태였는데, 대규모 감세 정책이 불 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특히 주목할 건 영국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른 겁니다. 감세 정책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테니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 건데요. 향후 감세로 소비가 늘고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 파운드화 가치는 더 떨어져 국채 투자 매력은 더 떨어집니다. 

결국 영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국채 매입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된 건 아닙니다. 국채 매입의 부작용이 있거든요. 정부가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면 시중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이 역시 추가로 물가를 상승시키는 압력이 되기 때문이죠.

근본적인 해결책은 감세 정책의 철폐입니다.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부족합니다. 지금은 감세 등을 통한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실패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칩4, 중국 의식해 웅크렸지만…

이번 회의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회의 참석자들의 면모입니다. 한국에서는 주타이베이 한국 대표가 수석 대표로 참석했고 미국과 일본 측도 대만 주재 인사가 참석했습니다. 독특한 형태인데요. 이는 중국을 의식해 ‘정부 대 정부’ 간 협의 형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의 전체 대중 무역흑자의 92%를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어 대만 입장에서도 중국 정부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미국도 이를 배려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본회의가 개최되면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이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최근의 상황으로 보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데요. 아직도 반도체 자급화를 위해 생산과 기술 격차 추격이 계속 진행 중인 만큼 한국은 중국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하되 칩4를 통한 견제에 적절히 동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규제 해소론 부족, 경착륙도 방지해야!

주택 시장이 가파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 급등으로 고생했던 전 정부는 가격 억제책들을 다수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들어선 현 정부는 시장 냉각을 싫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하락을 반기고 있습니다. 점진적 규제 완화를 통한 가격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착륙을 방해하는 요소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 시장 전반의 주택 구입 여력이 감소하고, 더 큰 문제로는 앞으로 고정 금리에서 변동 금리로 전환되는 대출이 늘어 이자 부담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2020년과 2021년에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으면 첫 1년에서 5년까지는 고정 금리를 적용하고 이후 변동 금리로 전환하는 대출 계약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래서 대략 내년부터는 고정 금리에서 변동 금리로 전환하는 대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현재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라는 거죠. 이미 현시점 기준으로도 대출 금리가 2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저금리 시대 고정 금리를 만끽하다가 변동 금리로 전환되는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주택 매각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시장 연착륙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경착륙 방지를 위해서는 단순히 규제 해소에 그치는 정책은 부족합니다. 규제 완화뿐 아니라 경착륙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도 적극 고려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대성공 거둔 폭스바겐 그룹의 전략적 선택

폭스바겐의 전략적 선택이 통했습니다. 현재 자동차 시장의 질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세계적 완성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현재 시총은 테슬라에 못 미칠 정도죠. 생산량 또한 지속 감소해 글로벌 TOP 5 제조사라는 지위 자체도 흔들리고 있는데요. 이러한 시장 환경에도 포르쉐는 작년 약 3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고, 연간 영업 이익률 20%를 달성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생산, 공급 차질을 빚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94억유로에 이르는데요. 유럽 내 테슬라의 판매량을 추격할 원동력을 마련했고, 폭스바겐은 더 공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향후 그룹 내 프리미엄 브랜드의 연속 IPO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죠. 기업 가치 100조의 자동차 회사이자 1999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독일 사상 최대 규모의 IPO라는 신기록을 세운 포르쉐가 지속적 신화를 써내려 가길 기대합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정부의 당근과 채찍 필요한 시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 위축은 당연히 주식 시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나스닥에서 애플과 테슬라를 빼면 주가가 60~70% 이상 하락한 주식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아직도 달러 강세와 전 세계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거시적 해법을 찾지 못해 중앙은행의 개입만 쳐다보는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는 모태펀드 예산까지 축소되면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는 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시장 평가가 어려운 스타트업은 기업 가치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결국 이들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부릉과 같은 배달 대행 플랫폼의 투자 유치 실패는 실업자 양산, 자영업자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배민, 여전히 안심할 수 없어요

배민은 이미 브랜드 선호도에서 앞서 있었지만, 배달앱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진 못했습니다. 배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배민만 고집하지는 않았다는 건데요. 이는 브랜드 선호보다 배달 속도와 가격이 배달앱을 선택하는 데 더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팡이츠가 전처럼 단건 배달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언뜻 보면, 배민에 유리해진 것 같은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네이버가 배달 사업을 준비하는 등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배달앱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국내와 상황이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아마존 사례를 참고할 만합니다. 아마존은 7월 미국 3위 배달 플랫폼 그립허브의 지분을 인수한 뒤, 아마존 멤버십 회원들에게 ‘1년간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물론 추이는 두고 봐야겠지만, 혜택을 발표한 당일 미국 1~2위 배달 플랫폼인 도어대시와 우버의 주가가 휘청였습니다. 물론 저 정도의 자금을 쏟아붓는 건 아마존이니 가능하겠지만, 브랜드 충성도를 키울 수 있는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