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약세, 2008 금융위기와 다른 이유

💵 원화 약세, 2008 금융위기와 다른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달러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새로운 사실 : 환율이 달러당 1400원 수준까지 올랐습니다(🔗관련 기사). 달러당 1400원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시절에 잠깐 경험했던 수준의 환율입니다. 

거의 모든 통화가 약세 : 그때와 다른 점은 하나입니다. 당시는 우리나라 원화만 약세였고 유로화 등 다른 통화들은 대부분 강세였지만, 지금은 미국 달러를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통화가 약세라는 점인데요.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하게 오른 상황이 꼭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유독 하락 폭 큰 원화 : 그러나 전세계가 다 동일한 처지라고 치부할 일도 아닙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달러 대비 그 나라 통화의 가치는 내려가고 있지만(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통화 가치 하락 폭이 유독 큽니다. 올해 들어 원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했지만, 유로화에 대해서도 4%, 헤알, 루블, 위안화 등에 대해서도 모두 2~3% 정도 가치가 내려갔습니다. 원화보다 더 가치가 하락한 통화는 엔화가 유일합니다.

달러 선물 ETF는 수익률 고공행진 : 앞으로도 환율이 내려갈 요인은 별로 없다는 게 더 걱정입니다. 이렇게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것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만약 ‘달러 선물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면 올해 연초 대비 약 35%의 수익률을 거뒀을 것입니다(🔗관련 기사). 

원·달러 환율에 영향 준 4가지 소식 :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은 왜 유독 가파르게 올랐을까요? 다음과 같은 뉴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올해 상반기 한국 자동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전년 상반기(7.95%)보다 떨어진 7.7%였습니다(🔗관련 기사).

2️⃣8월 반도체 수출은 작년 8월보다 5%가량 감소했습니다(🔗관련 기사).

3️⃣해외 주식투자자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4️⃣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도 늘었습니다(🔗관련 기사).

위 4가지 소식은 모두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입니다. 달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달러 부족의 원인 : 예를 들어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1억달러(1400억원)를 보낼 일이 있을 때, 달러 대신 1억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보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9900만달러 어치의 비트코인만 보내면 됩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이익이 되지만, 이런 거래가 늘어나면 우리나라로 들어올 달러는 들어오지 않고 달러 대신 비트코인이 들어오게 됩니다. 

석유 수입대금을 달러 대신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게 된다면 이런 거래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그렇지 않은 이상, 모두 달러 부족의 원인이 돼 환율을 올릴 수 있습니다.


🔎 반도체 사이클 원리와 2023전망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반도체 칩

포스코에서 경영컨설팅을 합니다. 복잡한 IT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

새로운 사실 : 최근 대부분의 기관들이 하반기 반도체 불황을 걱정 중입니다. 내년엔 더 어려워진다고들 하지요. 작년 여름에 이어 또 다시 “반도체 겨울(Memory Winter)”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반도체 사이클 형성 원리를 짚어 보고 이를 통해 내년 반도체 시장을 예측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이클은 왜 생길까? : 반도체 시장은 “공급 부족 → 가격 상승 → 투자 확대 → 공급 과잉 → 가격 하락 → 투자 축소”의 6단계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먼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현금 흐름이 좋아지고 생산량이 곧 수익과 직결되므로 투자를 확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쟁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니 과잉 투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때문에 호황기 직후에 불황기가 오는 패턴이 생기는 것이지요. 불황기엔 현금이 부족하고 재고가 쌓이니 투자를 줄이기에 공급 부족이 발생합니다. 그럼 ‘애초에 투자를 적정 수준으로 하면 되지 않나’란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투자 여력 없는 기업은 도태 : 그런데 ‘적절히’ 투자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내가 적정 투자를 하게 되면, 경쟁자들은 오히려 투자를 더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든요. 반도체 역사를 보면 불황기마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하나씩 퇴출됐습니다. 1998~1999년에는 TI가 철수하고 LG와 현대가 합병했습니다. 2001~2002년에는 일본 반도체 업계의 대대적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2009년엔 키몬다가, 2012년에는 엘피다가 파산했습니다. 이 기업들의 퇴출 시점을 보면 항상 사이클의 저점 때였습니다.

미지수가 2개인 부등식은 풀 수 없다 : 반도체 시장 예측은 결국 공급 과잉, 공급 부족의 문제와 결부됩니다. 일반적인 접근 방식은 수요(X)와 공급(Y)의 절대값을 구해 비교하는 것입니다. X-Y=Z<0이면 공급과잉인 것이죠. 미지수 Z를 구하기 위해 X와 Y를 사용한 부등식을 풀어야 하는데, 반도체 시장에선 X, Y가 미지수입니다. 미지수가 2개인 부등식은 풀 수가 없지요. 반도체 시장 예측이 번번이 틀리는 이유입니다.

수요, 공급, 그리고 실적 :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수요는 반도체 실적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지난 14년간 반도체 기업 실적과 수요 증가율의 관계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중장기 추세를 그려보면, 메모리 수요 증가율은 변동이 작고 완만히 하락하는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NAND는 2011년부터, DRAM은 2015년부터 말이죠.

반면에, 공급은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공급의 선행 지표인 설비 투자가 적정 수준에서 벗어나면 공급 과잉 혹은 공급 부족이 발생합니다. 2012년부터 5년간 전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가 적정 추세에서 크게 하향 이탈했습니다. 엘피다 파산 및 마이크론의 인수 등으로 미국, 일본 기업의 재정이 악화되어 그렇습니다. 5년 동안 설비 투자가 부족했으니 극심한 공급 부족이 올 수밖에 없죠. 이것이 2016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폭등한 배경입니다. 그런데 실적이 좋아지자 2017~2018년 설비 투자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번에는 적정 추세를 상향 이탈했고 2019~2020년 가격 폭락과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요한 점은 2016~2020 기간 중 수요 증가율은 거의 일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설비 투자와 시장 성장률로 미래 예측 : 한마디로, 미래 시점 수요와 공급의 절대값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인 고저(高低)를 파악할 수는 있습니다. 수요를 대표하는 반도체 시장 성장률과 공급을 대표하는 설비 투자 증가율을 비교하면 됩니다. (설비 투자는 공급의 선행 지표죠.)

만약 설비 투자 증가율이 시장 성장률보다 높으면 1~2년 후 공급 과잉이 발생할 거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수요, 공급 지표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므로 아예 수요, 공급을 예측해야 하는 방법보다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현물 가격이 고정 거래 가격을 선행 : 때로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게 중요하기도 합니다. 다음 지표들은 6~12개월 정도 단기 예측에 유용합니다. 우선, 가격입니다. 제가 2018년 공개적으로 발표한 후 이제 제법 많은 분들이 활용 중인데요, 바로 현물 가격(Spot Price)과 고정 거래 가격(Contract Price)을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현물 가격은 실시간으로 변동합니다. 때문에 월 단위로 계약하는 고정 거래 가격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죠. 주식 거래하는 분들에게는 친숙한 개념인데, 단기 추세선이 장기 추세선을 상향 돌파하면 호황을 알리는 Golden Cross, 하향 돌파하면 불황을 예고하는 Dead Cross가 되죠.

그 밖의 단기 예측 지표들 : 단기 예측에 유용한 지표들로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 증가율, 수출 증가율, 가동률 및 출하 대비 재고 비율 등이 있습니다. 이 지표들은 대부분 6~12개월 정도 실적을 선행합니다. 반도체 장비 출하의 경우 증가율의 절대값보다는 추세선 방향을 보셔야 합니다. 추세선 하향이 시작되면 1년 후 불황이 옵니다. 물론, 상향이 시작되면 1년 후 호황이 오지요.

수출 증가율 역시 수출 금액이나 실적에 6개월 정도 선행합니다. 가동률의 경우도 절대값보다는 추세선의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재고의 경우 많은 분들이 절대 수준을 중시하는데 반도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재고를 출하량으로 나눈 값이 의미 있으며 이 지표는 실적에 1년 정도 선행합니다.

내년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제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할 시간입니다. 먼저, 사이클 분석입니다. 2020~2021년 2년 연속 설비 투자가 적정 수준을 상향 이탈했으므로 올해 하반기부터 2023년까진 사이클이 하락 구간에 진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2022~2023년 설비 투자가 부진해지면서 2024~2025년은 다시 사이클 상승이 예상됩니다. 다만, 2024년 실적부터는 추정치를 이용한 계산이므로 오차가 발생합니다.

DRAM은 올해 5월 Dead Cross가 발생했습니다. 하반기부터 실적에 반영이 될 겁니다. NAND의 경우 512Gb는 이미 하락이 시작됐지만 128Gb는 하반기까지 고정 거래 가격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 같습니다. NAND 실적은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차별화될 것 같군요.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 증가율은 작년 7월부터 하락했습니다. 즉, 올해 7월부터 불황이 시작된다는 예고입니다. DRAM 수출 증가율은 올해 1월부터 하락했습니다. 6개월 선행한다고 보면 7월부터 불황이 시작된다는 신호입니다. 최근 반도체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이 이슈지만, 이미 7개월 전 적색 신호등이 들어온 겁니다.

가동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2월입니다. 6개월 선행 지표로 보면 8월부터 불황이 시작된다는 말이죠. 재고/출하 비율이 높아진 건 작년 10월입니다. 대략 1년 선행하므로 2022년 10월부터 불황이 예상되는 거죠.

모든 내용을 종합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down turn에 진입한 것이죠. 그리고 내년에는 더욱 나빠집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2024년에는 다시 up turn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정확히는 내년 초 발표되는 2022년 설비 투자 실적과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암울한 예상들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놓치고 있는 포인트가 몇가지 있거든요. 먼저, 수요입니다. 대부분 반도체 침체의 원인을 휴대폰, PC, 데이터센터 감소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과 PC의 경우 판매 대수는 감소하지만 용량은 증가합니다. 2년에 한 번 휴대폰을 바꾸면 메모리 용량이2배가 되어 있습니다. 1년에 50% 증가한다는 얘기죠. 휴대폰 판매가 10% 감소하고 용량이 50% 증가하면 결국 메모리 수요는 35% 증가하게 됩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내년부터 중국의 동수서산 정책*이 본격화해 서부에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게 됩니다. 기존 IT 기업들의 수요 감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 동수서산(東數西算) 정책 : 중국 동(東)부 지역의 데이터(數)를 서(西)부로 옮겨와 처리(算)하는 프로젝트. 경제가 발달한 동부 지역에 몰려있는 컴퓨팅 리소스를 상대적으로 낙후됐지만 자원이 풍부한 서부 지역으로 공급한다는 게 골자

또 하나는 환율입니다. 반도체 제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150원에서 1400원이 되면 매출이 21%, 매출 총이익이 56.7% 증가합니다. 매출 총이익률은 10%p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반도체는 환율 상승의 수혜자입니다. 또 하나는 엘피다 파산 이후 독과점 체제가 확고해져서 사이클 저점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불황의 골이 과거보다 깊지 않다는 얘기지요.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한국 집값 상승률 둔화 폭, 56개국 중 1위 :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단 소식, 매일같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지난 6개월 동안 집값 상승률 둔화 폭이 세계 주요 56개국 가운데 가장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부동산정보업체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한국의 주택가격은 1년 전보다 11% 올랐습니다. 작년 3분기 집계했던 연간 상승률(26.4%)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15%포인트 이상 하락한 겁니다(🔗관련 기사). 56개국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는데요. 그 다음으로 뉴질랜드, 스웨덴, 칠레, 페루, 홍콩 등의 집값이 많이 하락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가 심화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 대응 차원에서 금리를 올리고 있는 만큼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진 전망입니다.

> GTX-C, 결국 은마 우회할까? : 안전 논란이 불거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기존 노선이 강남 최대 규모 노후 단지인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자 해당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반발했기 때문인데요(🔗관련 내용). 최근 시공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국토교통부에 우회 노선안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대규모 단지 지하를 통과하지 않는 새로운 노선안을 제시한 겁니다(🔗관련 기사). 새 노선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의 정원 밑을 지나게 되지만, 아파트 건물 밑을 직접 지나지는 않습니다. 비교적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셈입니다. 국토부는 내년 예정인 실시협약 전까지 새 노선을 검토하겠단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