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잡은 미국 재무장관의 속뜻

나스닥 잡은 미국 재무장관의 속뜻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4일(미국 시간)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했습니다. 시장은 놀랐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이날 1.9%나 급락했습니다. 중앙은행(연준) 소속이 아닌 재무부 소속인 옐런 장관이 금리를 언급한 배경과 발언의 의미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 재무장관이 금리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연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옐런 장관도 연준 의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겁니다. 해당 발언이 이슈가 되자, 옐런 장관도 증시가 마감한 이후 “내가 (금리 인상을) 예측을 하거나 권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도 않고, 인플레이션이 생기더라도 연준은 대응할 수 있다”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과열: 옐런 장관이 시장을 놀래키면서까지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뭘까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주에 소개한 것처럼 경기나 증시에 과열이 생길 경우, 추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물가가 더 오를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 옐런이 어렵게 금리 이야기를 꺼낸 이유일 것입니다.

아직 소비자가 체감할 물가는 오르고 있지 않지만, 원자재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지표 중 하나인 ISM 제조업지수는 4월에 60.7을 기록했는데요. 이 지표는 미국의 제조업 관계자들이 앞으로의 제조업 경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계량화한 지표입니다. 50 이상이면 다음달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업체가 많은 것이고, 50 이하면 반대인 셈입니다. 60을 넘기는 건 꽤 드문 일입니다. 지난 40년간 4번밖에 없었으니까요.

다만 지난달엔 64.7로 1983년 이래로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달 지표가 워낙 높았기에 대부분의 세부 항목은 지난달과 비교하면 조금씩 하락했는데요. 딱 한 가지 항목, 물가 전망은 지난달보다 높아졌습니다. 제조업체들이 다른 건 몰라도 물가만큼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거라고 예측한다는 뜻입니다. 플라스틱·고무 관련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회원은 ISM에 “35년간 일했는데 이렇게 물건 구하기 어렵고, 가격이 빠르게 올라가는 건 처음 본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금리가 오르면 물가가 진정될 수 있다: 물가가 적당히 오르는 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 사람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데 옐런 장관이 이야기한 것처럼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그 자체로 긴축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통장에 돈을 넣어서 이자를 받으려고 할 테니까요. 소비가 줄면 당연히 물건 값(물가)이 올라가는 속도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옐런 장관의 금리에 대한 언급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긴축 효과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을 겁니다.

나스닥 주가만 크게 하락: 금리가 오를 땐 흔히 성장주라고 이야기하는 종목들의 주가가 더 가파르게 빠집니다.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적정 주가를 계산하는데요. 금리가 높으면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불리해집니다. 금리가 0%인 세상이라면 2021년의 1만원은 2022년에도 1만원이겠지만, 금리가 10%인 세상에선 2021년의 1만원은 2022년에 1만1000원이 되기 때문이죠. 매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술 기업들의 가치는 그래서 금리가 낮을 때 더 높아집니다. 나스닥이 옐런 장관의 발언이 있던 날 1.9%나 빠진 이유입니다.

금리 상승 앞에 붙은 겸손한 수식어: 다만 옐런 장관은 겸손한 수식어를 써가며 발언했습니다.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옐런 장관의 발언 앞에 붙은 수식어는 ‘some very modest’입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아주 조금’이란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동안 비둘기(완화적 정책을 펴는 성향)인 줄 알았던 옐런 장관의 입에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깜짝 놀랄 만한 일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발언 앞에 붙은 수식어는 겸손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실제로 발언 이후, 미국 10년 만기 채권의 금리는 겨우 0.02% 정도만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연준은 지금의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이 종국엔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걸로 보입니다. 경기가 좋아질수록 물가가 올라갈 확률이 커질 텐데, 과연 연준의 예상대로 거품이 사그라들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금리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원자재 물가는 어디까지 오를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요즘은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목재, 구리, 철강은 물론이고 반도체, 화학 제품, 컨테이너 등도 가격이 계속 상승세입니다. 코로나19로 공급이 마비된 것과 함께 수요는 갑자기 늘어나면서(예를 들면 코로나19 때문에 늘어난 재택근무로 교외주택 수요가 늘어난 것이 대표적입니다) 생긴 현상입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된 저성장과 불황이 설비 투자를 억제하면서 공급 능력이 하락한 것도 원인입니다.

이렇게 생긴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 올해 가을쯤이면 잠잠해질 것인지를 두고 금융시장도, 정부도, 경제전문가들도 두 패로 나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각이 다르다는 뉘앙스의 뉴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그동안의 오름세를 강하게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이런 전망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상,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한국은행이 미국보다 빨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신경쓰여서라기보다는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경기가 과열되면서 투자나 소비의 수요가 늘어날 때 대출이 늘고 부채가 늘어나는 게 보통이지만(그러므로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의 대출 증가는 경기 과열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정책 변수가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로 치유할 증상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남습니다.

정책 변화가 대출을 늘리는 과정: 정책 변수가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경우는 예를 들면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하게 하는 바람에 나중에 대출을 받아도 되는 소비자들도 대출을 미리 받아두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신용대출이 필요 없는 소비자들도 언제 신용대출이 막힐지 모르니 미리 받아두게 되고, 전세대출이 필요 없는 경우에도 보유현금은 따로 예금 등으로 보관하고 전세금 마련은 대출을 최대한 당겨서 조달하면서 대출규제에 미리 대응하고, 주택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가격 급등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주택을 예정보다 미리 구매하게 되는 것은 모두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경기 과열의 결과인지는 보다 복잡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소비자물가도 오른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가 작년 4월에 비해 2.3% 상승했습니다. 2017년 8월(2.5%) 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농축수산물이 주도했습니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 사과(51.5%) 파(270.0%) 등의 값이 급등했으며 농축수산물 전체적으로 13.1% 뛰었습니다. 천일염은 1년 사이에 값이 60%나 뛰었습니다. 글로벌 경기와 국내 경기가 회복되면서 휘발유(13.9%) 경유(15.2%) 등 에너지 가격도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 후계자 정한 버핏: 올해 90세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후계자를 지정했습니다. 캐나다 출신으로 비보험 부문 부회장인 그레그 아벨입니다. 애물단지로 꼽혔던 에너지 부문을 맡아 미국 최대 전력회사로 키워낸 인물입니다. 아벨이 맡게 될 버크셔의 자산 규모는 1000조원(8844억달러)에 달합니다.

🇹🇼 깜짝 성장한 대만 경제: 대만이 올해 1분기 3%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한국(1.6%)은 물론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깜짝 성장’입니다.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제조업체인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덕분입니다. 향후 1인당 대만의 국민소득(GNI)이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230달러로 한국(3만1755달러)에 근소하게 뒤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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