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 센터장

🌟 ESG 투자 주춤? 반전 예고돼 있어요 

ESG 채권 발행이 다소 주춤한 건 사실입니다. 채권 시장 자체가 어렵고 3월이 채권 발행 비수기인 건 맞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기저효과 때문에 주춤한 정도가 실제보단 더 커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ESG 채권 발행량은 2018년 불과 연 1조원 수준이었는데 2020년 59조, 2021년 87조원대로 급속히 커졌습니다. 직전의 가파른 상승세와 비교하면 언제나 현재의 위축세가 커보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ESG 열풍에 편승하려 기업들이 무리하게 채권 발행을 남발한 문제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여러 검토 기준이 불명확한데도 폭증하는 수요만 쳐다보며 앞다퉈 발행에 나섰습니다. 특히 ESG 채권 중 회사채 비중이 높은 녹색채권(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 발행 기준이 강화될 것이란 예측 때문에 발행을 더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투자 수요가 이대로 줄어들고만 있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쥐고 있는 연기금이 ESG 관련 투자를 곧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국민연금의 한 공청회에 따르면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석탄 관련 기업에도 투자를 허용하는 옵션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유럽이 코로나 경제 회복 기금 상당 부분을 녹색채권으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 국민연금 나서기만 기대해선 안되죠

ESG 채권엔 이른바 ‘그리니엄(그린과 프리미엄의 합성어)’이 붙습니다. 기업들이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혜택을 일컫습니다. 그리니엄이 많이 옅어졌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런 혜택까지 주어져왔는데도 ESG 채권 발행 실적이 유독 저조하다면, 그건 결국 ESG 채권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이 수요의 한 축이자 ‘큰 형님’격인 국민연금이 나서주길 크게 기대하고 있는 듯한데… 특정 기관에 의존하는 것보다 ESG 채권 시장이 장기적으로 탄탄한 수요와 공급층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겁니다.

양병찬

대신경제연구소 부대표

한국에선 개념 정립도 잘 안 돼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ESG 채권 개념도 잘 정립돼 있지 않습니다. 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을 가리키기는 하지만, 실제 국제 기준을 오롯이 반영한 ESG 채권은 환경부에서 공개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른 ‘녹색채권’이 유일합니다. 개념이 애매하다는 건 시장도 애매하단 뜻이라 투자자들도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죠. ESG 채권 발행 기업이나 투자자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도 빈약합니다. 일본은 녹색채권 발행 기업·지자체 등에게 발행 과정에 소요된 비용을 적절히 보조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LTV·DSR 규제는 유지해야할 이유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말 그대로 가계대출 규모를 정부가 직접 규제하겠다는 정책이었습니다. 최근 은행의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으니 더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아예  총량 규제를 해제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괜히 놔뒀다간 실수요자가 대출을 못 받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대신 대출 규모보단 질에 더 집중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그만큼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집니다. 얼마나 빌리느냐보다 얼마나 부실한가가 규제 기준이 돼야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는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중 은행들이 스스로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해 나가면 규제로 간섭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 미국 은행들을 떠올려보세요. 신용등급이 낮은 무주택자들에게 마구 돈을 빌려줘 집을 구입하게 했죠. 이후 부동산 버블이 꺼지자 악몽이 현실화됐습니다. 은행 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고, 대출 실적 등 단기적인 임직원 성과 평가에 매몰되기 쉬운 탓도 있습니다. 때문에 자율 규제보단 당국을 통한 규제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 재건축 집값 중요 변수는 ‘금리’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적정 가격은 재건축 이후 미래가를 현재가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이때 재건축 규제 완화는 사업 진행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가 환산 때 적용되는 할인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죠. 그래서 현재가가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변수가 존재합니다. 바로 금리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할인의 폭이 커지고, 가격은 그만큼 오르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규제 완화로 인한 사업 기간 단축의 영향이 클지, 금리 상승 여파가 클지 두고 봐야합니다. 결말은 저도 모르지만 참고차 말씀드립니다. 어제(28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3%를 넘었습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재건축도 과잉공급되면 가격 안 올라요

준공 30년 경과한 아파트 비중이 서울에서 제일 높은 곳이 노원·도봉입니다. 향후 규제 완화로 해당 지역의 재건축이 대거 이뤄지면 단기적으로 호가가 올라도, 장기적으로는 주택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주춤하게 될 겁니다. 입지나 아파트 세대수 등 고려 없이 재건축 하나만 보고 낡은 아파트를 구매했다가는 상투 잡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 하락기에는 도심의 외곽부터 가격 하락이 이뤄지는 건 다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재건축 기준 자꾸 건드려선 안 됩니다

정부가 재건축 기준을 자꾸 건드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콘크리트 건물은 최소한 50년의 사용연한을 갖고 있으며 잘 관리하면 100년도 사용합니다. 어느 안전진단 전문가가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은 참 쉽다. 최하 등급으로 발표해도 어느 하나 불만을 안 가진다.”

건물이 붕괴 지경에 이를 심각한 자연재해도 별로 없는 나라에서 이렇게 빠른 재건축을 허용해준다는 건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습니다. 1️⃣부실 시공을 인정하거나 2️⃣건설 산업을 돕는 것. 장기간 사용할 건축물을 만들어갈 노력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서글픕니다.

성호철

조선일보 스타트업 뉴스레터 제작팀 쫌아는기자들 편집장·전(前) 테크취재팀장

🐮 뮤직카우의 도전이 확실히 다른 이유

정현경 뮤직카우 창업가는 “우린, 다르다”고 합니다. 솔직히 한국의 힙한 스타트업 몇몇은 실리콘밸리 따라하기(혹은 베끼기)입니다. 물론 그조차도 쉽지는 않지만 참조할 모델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지죠. 하지만 뮤직카우는 정 대표의 말마따나 다릅니다. 음원의 저작권을 쪼개서 사고파는 거래소라는 개념은 한국의 뮤직카우가 먼저 만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뮤직카우를 눈여겨보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뮤직카우가 미국 법인을 만들고 한화가 서울 본사가 아닌 미국 법인에 투자한 것도 이런 도전의 맥락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에 수조원이 넘쳐나지만 이번 60억원 투자가 더 의미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뮤직카우는 국내 규제 탓에 휘청거리고 있지만, 정 대표의 ‘우린 다르다’는 누구도 부정 못할 의미있는 창업가 정신일 겁니다.

이승규

핑크퐁컴퍼니 부사장&공동창업자

뮤직카우를 둘러싼 ‘자산vs증권’ 논쟁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자산으로 볼 것인가, 증권(금융 상품)으로 볼 것인가?’ 논의가 뜨겁습니다. 단지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라이센스가 없는 기관이 금융 상품을 팔아도 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회사 밸류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이슈입니다.

뮤직카우가 돈을 버는 메커니즘은 이러합니다: 1️⃣100% 자회사인 뮤직카우에셋을 통해 작곡가·작사가에게서 저작재산권, 가수에게서 저작인접권을 삽니다. 2️⃣뮤직카우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즉 저작권료를 청구할 권리를 설정합니다. 3️⃣이 청구권을 n개의 조각으로 나눠 비딩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거래 수수료를 취득합니다.

뮤직카우가 1억원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1000명에게 총 1억5000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참여 청구권을 재고자산이라고 간주하면 매출액은 1억5000만원, 매출 이익이 5000만원이 됩니다. 반면 이를 증권이라고 본다면 영업 수익이 5000만원 발생한 겁니다. 즉 매출액이 5000만원이 돼 매출액이 3분의 1로 감소하게 됩니다. ‘자산vs증권’ 논의 결론에 회사 밸류 절반 이상이 달려있는 겁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건설업은 더이상 구식 산업이 아닙니다

건설 산업은 더이상 건설업 자체만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건설사 간 차별화된 경쟁력이 나오기가 힘든 시대입니다. 때문에 요즘엔 건설사가 기존엔 안 하던 일들을 많이 시도합니다. 건설사가 금융과 접목해 아예 개발 주체로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IT 기술을 접목한 모델하우스·자재 관리 시스템 사업에도 진출합니다. 더이상 건설을 고여있는 구식 산업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 언제적 사내 벤처더라?

이제 ‘사내 벤처’하면 삼성SDS에서 시작한 네이버, 데이콤에서 시작한 인터파크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꽤나 옛날 얘기들이죠. 요즘엔 좋은 비즈니스 모델에 좋은 인재들이 뛰어든다면 구태여 사내 벤처로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지금처럼 대규모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고, 기업을 뛰쳐나와 사업을 벌이는 것 자체가 성공 확률도 낮고 인식도 좋지 않았습니다. (ex. 사업하다 패가망신!) 때문에 회사의 간섭을 인정하는 대신 돌아갈 곳을 마련해두는 사내 신사업 조직도 매력적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대기업 밥그릇에도 숟가락을 쑥쑥 꽂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투자 인프라도 성숙돼 직접 해볼만하다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대기업들한텐 사내 벤처보단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가 대안이 되는 추세인데 건설사는 변화가 더디네요.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프롭테크, 스타트업보다 사내벤처 유리

부동산·건설을 IT 기술로 혁신하는 분야를 프롭테크(prop-tech=property+tech)라고 합니다. 프롭테크는 건설 과정을 4단계로 나눕니다:

1️⃣어느 땅에 어떤 건물을 지을지 기획하는 단계 2️⃣건물을 지어올리는 단계 3️⃣완공된 건물을 중개·감리하는 단계 4️⃣건물 내부 인테리어, 보수·관리 단계

각 단계마다 혁신이 가능하고 또 필요한 상황이라 프롭테크야말로 앞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게 될 전도유망한 시장일 겁니다. 그러나 초기 진입 비용은 큽니다. 특히 한국 부동산·건설업계는 대기업·중견기업부터 중소기업·개인사업자까지 온갖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죠. 스타트업보다 사내 벤처가 일단은 더 유리한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