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대출 빗장 완화, 갈수록 위험한 이유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가계대출을 확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심각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가 향후 빠르게 상승할 전망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수익성은 자연히 올라갑니다. 특히 우리나라 은행에는 변동 금리 대출이 많은데, 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해 은행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 더 크게 증가했습니다. 주택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코로나 피해 업종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민간 스스로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도록 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전세자금과 기업 대출로 둔갑한 가계부채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 가계부채 비중은 더 올라갑니다. 

이 상황에서 혹시라도 경기 침체가 발생해 소득이 줄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부채에 짓눌린 가계 부담은 크게 확대될 것입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이 향후 다소의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인플레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기어코 올릴 태세로 보입니다. (금리를 섣불리 잘못 올리면 경기 침체 우려가 크죠.)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 대확산 가능성도 겹쳐있습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됐다고 안심해 규제를 풀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수준을 낮출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국내은행들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야

우리나라 은행들의 이자 수익 비중은 90%에 육박합니다. 글로벌 은행들이 60%를 밑도는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습니다. 그중 가계대출은 가계 건전성과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정도로 높습니다. 반면 해외 영업 이익 비중은 10%에도 못 미칩니다. 이익의 절반을 해외에서 거두는 글로벌 은행에 비해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은행들이 기존의 가계대출과 이자 수익 위주의 영업 행태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새로운 금융 생태계 형성, 고령화 인구나 MZ세대 맞춤형 서비스 개발, 해외 시장 진출 등 새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합니다. 특히 유망한 벤처 투자 분야를 발굴해 컨설팅하고 투자함으로써 동반 성장하는 모델에 이제라도 주력해야 합니다. 은행 본연의 자금 중개 기능을 되살리고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 침대왕국의 태평성대는 언제까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국내 침대 시장을 양분한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형제 회사입니다. 에이스침대 2세 중 장남은 에이스침대를 물려받고, 차남은 1992년 인수한 시몬스를 물려받았습니다. 이 형제 회사는 1.5조원 규모의 국내 침대 시장을 압도해왔습니다. 최근 소득 수준이 상승하고 코시국을 거치며 비싸도 좋은 침대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을 갱신했었죠.

그러나 만만치 않은 적들이 출몰하고 있습니다. 먼저 1만 코디와 BTS를 앞세운 코웨이가 강력한 영업력으로 2위 시몬스 매출의 턱밑까지 추격했죠. 전지현 침대를 내세운 알레르망이나 침대로 발 뻗은 바디프랜드에 이어 이번엔 아마존을 접수한 지누스까지 모두 위협이 될 겁니다. 물론 지누스의 메인은 해외 사업이며 압축 택배 배송이 가능한 ‘폼 매트리스’는 중저가 대상이기에 당장의 위협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도 폼 매트리스 시장의 포텐이 터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참고로 미국은 폼 매트리스가 시장의 절반을 점유합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매트리스 넘어 온라인 노하우도 인수!

지누스는 1979년 설립된 오래된 회사입니다. 원래 캠핑 용품을 팔다가 10여년 전부터 매트리스 등 수면 용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웠어요. 커다란 매트리스도 온라인으로 팔 수 있다는 걸 선도적으로 보여준 게 지누스의 성공 요인입니다. 압축 포장으로 매트리스를 소포장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그 결과 아마존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매트리스가 됐죠.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건 연매출 1조원의 매트리스 기업이기도 하지만, 사실 핵심은 이렇게 온라인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노하우라고 보여요. 지누스는 SK네트웍스가 눈독 들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인수 경쟁에서 현대가 제친 것 같네요.

앞으로 ‘슬립테크 추가 인수도 검토한다’고 밝힌 것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침대에서 보내죠. 그런데도 늘 피곤합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질이 안 좋은 게 모든 직장인의 애로사항이에요. 현대백화점의 슬립테크 투자가 기대되네요.

이승규

핑크퐁컴퍼니 부사장&공동창업자

💫 지누스 통하면 또다른 신화도 가능

한국의 매트리스 시장은 1.5조원, 지누스의 한국 매출액은 300억원이네요. TAM(총 시장 규모)의 2% 정도고요. 음… 아니 잠깐, 이 회사의 전체 매출액이 1조원이라고요?! 미국 매출 비중이 88%나 되고 아마존 매트리스 분야 1등 업체씩이나 된다고요?!!

그렇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죠. 아마존을 휩쓴 저력으로 한국 시장 석권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현대백화점과 아울렛에 체험 공간을 만들고 온라인 몰에도 지누스 브랜드 전문관을 열고, 리바트랑 현대L&C와의 중장기적 시너지까지 내면? 한국에서도 연매출 최소 2000억원은 충분할 겁니다. 미국에서 1등 브랜드이니 라틴아메리카·유럽·중동·북아프리카 등 갈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주요 국가에서 연매출을 500억원대로 끌어올리면 매출액 2조원도 그리 멀지 않죠.

✍🏻 2줄 단상 :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브랜드들이 아마존 생태계에 익숙한 지누스를 통하면 또 다른 신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마존 입점 브랜드 인수 스타트업 트라지오(Thrasio)도 잘 되고 있는데, 우리가 애그리게이터 아니었어?

📌 애그리게이터 : 아마존 등 온라인 상거래소에 입점한 인기 브랜드들을 발굴·인수하는 투자 기업들을 총칭하는 용어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수출량 감소·反中외교 측면도 고려해야

EU·일본에 이어 영국까지 관세 면제 합의를 이뤄내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협상을 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지만 어려울 듯합니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 가해진 관세 면제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에 한국과 재협상할 가능성은 낮죠.

하지만 재협상이 한국에 꼭 긍정적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만일 한국이 일본과 같은 조건으로 재협상한다면 오히려 무관세 수출 허용 물량이 감소합니다. 현재는 25%의 고율 관세를 면제 받는 대신 2017~2019년 수출 물량의 70%인 263만t까지 미국에 수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처럼 2018~2019년 수출 물량의 100%를 조건으로 재협상하면 물량이 238만t으로 줄어듭니다.

미국과 우방들 간 연이은 철강 관세 재협상에 숨은 전략적 의도도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재협상에 미국의 반중 전선 강화 의도가 깔려있다고 풀이합니다. 또다른 무역 분쟁의 여파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탈세계화·자원전쟁 테마로도 봐보세요

우크라이나 사태로 부각된 주요 경제 테마로 1️⃣탈세계화 심화와 공급망 재배치 노력 2️⃣자원 전쟁과 자원 확보 다각화 노력 등이 꼽힙니다. 일련의 미국 철강 관세 재협상도 이 테마들로 해석할 수 있어요.

우선 이번 미국-영국 철강 관세 합의 후 발표한 미국의 성명서를 살펴보면 “본국의 근로자 보호”와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자국 우선주의란 점에서 ‘탈세계화’, 인플레 해소를 위한 자원 확보란 점에서 ‘자원 전쟁’이란 키워드를 읽을 수 있죠.

전 세계 수출입 합계를 전 세계 GDP 규모로 나눈 ‘무역개방지수(Trade Openness Index)’는 2017년 무렵부터 꾸준히 감소하며 세계는 뚜렷한 탈세계화·자원 전쟁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며 더욱 심화됐고, 최근 우크라 사태까지 더해졌습니다. 탈세계화와 자원 전쟁의 함의는 결국 인플레 심화일 것이라 우려스럽습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GTX는 페이크, 7호선 연장이 핵심

GTX B노선 용산~상봉 구간은 이미 호재가 충분한 구간이기 때문에 일찍 착공이 된다고 해서 인근 지역 부동산에 추가적 호재로 인식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 그간 극히 저평가돼 오다 작년 중반 여러 호재에 힘입어 이제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는 구간까지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반면 7호선 청라 연장선의 경우 서울 강남권까지의 연결성이 극히 좋아지는 사업입니다. 전철 출퇴근 가능 지역이 인천 구도심이나 송도에서 강남으로 확장되는 효과가 있겠습니다. 신세계 스타필드 백화점 등 생활 편의 인프라가 갖춰지는 지역이기도 해 지속적인 주거 여건 개선이 기대되네요.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주거시설엔 호재, 상업시설엔 악재

부동산 정책에는 공급 확대·대출 규제·세금 조정 등 다양한 정책들이 있지만 교통 정책만큼 실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정책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도 출퇴근 시간 등을 고려하면 무리해서라도 서울에서 살아야 했죠. 주거 지출이 늘어나니 생활의 질은 떨어지는 악순환도 이어져 왔습니다. 교통 정책은 이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습니다.

다만 GTX 같은 급행 노선이 깔리면 교통 여건이 개선되는 지역의 주거 시설엔 호재이지만, 상가 등과 같은 상업 시설엔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동 시간이 단축되면서 환승역에서 모든 소비를 마친 후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상업 시설 투자를 고려하는 입장에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MZ 소비자 마음에 귀기울여주세요

이틀 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열린다는 기사가 떴을 때 “‘중고차 스타트업 뜬다’는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여기서 예언(?)했었는데요, 이틀 만에 그런 기사가 나왔네요. 😉

대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때 스타트업과의 협업 또는 인수합병을 모색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다만 스타트업이 어렵게 개척한 시장을 대기업이 서비스 베끼기나 물량 공세로 잡아먹어버릴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죠.

중고차 시장의 부상은 ‘리세일 열풍’과 같은 맥락으로 봐야하고, 그 현상의 중심에 MZ 세대 소비자가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MZ 소비자가 대기업의 레거시한 서비스 대신 톡톡 튀는 마케팅·디자인의 스타트업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눈길을 보내는 이유가 있죠. 이를 대기업들이 잘 분석해서 건전한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네요.

최인욱

인터파크 플랫폼기획팀 팀장

양면시장 딜레마 해결없인 어림없어요

3년 전 중고차 플랫폼 스타트업의 중개를 통해 중고차를 판매한 경험이 있어요. 참 편리했죠. 차 사진을 올리면 차를 사겠다는 사업자들이 달라붙어 돈을 더 주겠네하고 요청을 보내니까요. 기분도 좋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심 끝에 한 업체를 결정해서 집 앞에서 만났습니다. 헌데 입찰가인 920만원에서 실제로 제 통장에 들어온 돈은 800만원. 그것도 850만원을 보내줄테니 50만원은 다시 자기 통장으로 보내달라고 하데요.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우 불쾌했습니다. 

당시의 성토를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양면 시장은 양쪽 고객 경험의 차이가 저처럼 매우 클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지속된다면 시장은 여지없이 무너질 겁니다. 매우 디테일한 경험에 기반한 강력한 플랫폼 정화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 양면 시장 : 하나의 기업이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플랫폼 같은 연결고리 역할을 해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플랫폼 업체엔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고객이 될 수 있음. 판매자가 구매자를 직접 상대하는 일반적인 시장은 단면 시장이라고 함

김봉균

대신자산운용 대안투자2본부 본부장

목표 맞추기 급급한 공시지가 현실화!

공시지가는 단순 부동산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 등 각종 세금·복지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공시지가 변동률은 수십년간 일정 수준에서 유지돼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공시지가 현실화는 ‘최대 15년에 걸쳐 공시지가가 시세의 90%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일정한 목표 기간이 잡힌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단기간 내 너무 급격한 공시지가 상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번 보유세·건보료 동결은 국민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의미가 있지만, 일시적 조치이며 내년 정상화시 다시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