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국적기의 합병, 무사히 이뤄질까?

✈ 두 국적기의 합병, 무사히 이뤄질까?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3 , 아시아나 인수 발표한 대한항공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하고 공식 발표한 것이 벌써 3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한창 경영권 분쟁 중이던 대항한공에는 경쟁자를 인수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산업은행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경영권 분쟁을 끝낼 최적의 방안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관련 내용). 분쟁의 반대편에 있던 3자 연합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대했지만, 무위로 끝나고 말았죠.

여러 번 다룬 내용이긴 하지만, 항공업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와 연계되어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엔 상대방 국가들로부터도 해당 M&A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시장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궁극적으로는 고객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를 심사하는 것이죠.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두 국적기 사업자 간의 합병이라 당연히 이 건도 주요 국가들의 승인 대상이었습니다.

아직도 합병 심사 끝나지 않아 : 2021년 초 대한항공은 14개 주요 국가에 심사를 요청했고, 늦어도 2023년 3월까지 모든 심사가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최악의 시장 상황을 반영해 무리 없이 승인받을 수 있다고 예상됐습니다. 터키와 태국이 불과 몇 달 만에 승인하면서, 그런 예상은 맞아떨어지는 듯했습니다.

이후 1년여를 검토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몇 가지 조건을 달아 승인하면서, 가장 큰 산도 넘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점까지도 미국, EU, 중국,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 다소 불안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단 한 곳이라도 불승인하면, 양 사의 합병이 물 건너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우려는 현실화하였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11개 나라에서 승인받았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 EU, 일본에서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해당 국가들의 특정 도시로 취항하는 노선들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데, 대한항공이 이를 해소할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한항공은 영국 심사 과정에서 합병 후 아시아나가 가졌던 런던 히스로공항에서의 슬롯* 7개를 모두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준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승인을 받은 바 있는데요. 대한항공은 기존의 10개 슬롯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국적기 전체를 보면 7개를 해외항공사에 빼앗기는 결과였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EU, 일본 역시 영국과 비슷한 사례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 슬롯 : 공항에서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 항공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임

합병 위해 알짜 사업부 매각까지 검토 :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마지막 승부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U 당국에서 요구한 아시아나 화물 운송사업부의 매각과 함께 아시아나가 보유하던 EU 내 4개 주요 공항에서의 슬롯들을 반납하는 걸 검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3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아시아나가 제3자에게 매각되는 경우 자칫 다시 경쟁사가 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아시아나의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들도 엔데믹 이후 노선 공급이 빠르게 늘지 않아 항공권 가격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아시아나마저 사라지면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대한항공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 어려운 팬데믹의 과정을 극복하고 명실상부 유일한 국적 항공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기회를, 막바지에 그냥 포기하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그간 이 과정을 같이 주도해 온 정부도 같은 입장이고요.  따라서 마지막 관문을 남긴 대한항공의 마지막 승부수가 과연 먹힐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