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셧다운 극적 해결한 미국, 진짜 문제는?

🇺🇸 셧다운 극적 해결한 미국, 진짜 문제는?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10월부터 정부 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이른바 ‘셧다운’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셧다운을 불과 3시간 남짓 남기고 극적으로 임시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45일 이후인 11월 중순까지는 셧다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돌아보면 올해 미국에서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3월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 사태가 있었고, 5월에는 부채 한도 이슈가 부각되면서 신용 등급이 강등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셧다운 문제까지 부각됐는데요. 사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근본 원인이 아니라 현상에 불과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결과를 만든 미국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정리해 보도록 할게요.

다급한 미국, 셧다운 문제는 극적으로 해결 : 미국 의회는 회계 연도마다 “내년에 돈을 얼마나 쓰고, 그 돈은 어떻게 충당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이를 막아선 것이 문제의 시작입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제시한 예산안을 삭감하는 것,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출 삭감 등을 요구했습니다. 일부 도박사이트에서 셧다운 가능성을 69%까지 높게 잡은 것을 보면, 셧다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실제 셧다운이 현실화하면, 당장 금융시장에서 주목해 왔던 경제 지표(ex. 고용과 물가 지표)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다행히 셧다운을 3시간 남기고 압도적인 표 차로 임시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했는데요. 압도적인 표 차이였다는 사실은 미국 정부도 현재 상황에서 셧다운이 될 정도로 이슈를 만들고 싶진 않았을 것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 : 연휴가 아직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셧다운 문제를 제외하면 미국에서 전해진 소식은 금융 시장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9월 FOMC 회의 결과는 매파적이었지만,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를 더 이상 인상하면 안 된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굴스비 총재는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금리를 더 올려서 망쳐버리지 말자’라는 내용의 연설을 하기도 했죠.

결국 연준은 데이터에 의존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 데이터의 핵심이 유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95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최근 90달러까지 하락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셧다운에 가려진 미국 정부의 진짜 문제 : 올해 일어났던 뱅크런, 부채 한도, 신용 등급 강등 등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셧다운 여부도 중요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산안이 통과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공화당이 예산안에 반대해서”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죠. “바이든 정부가 살림살이를 얼마나 잘못했길래 그러는 거지?”라고 말이죠.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 몇 가지 숫자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8월 말 기준 미국 정부의 2023년 한 해 동안 적자 규모는 1조5000억달러 수준입니다. 여기서 2021년 기준 대한민국의 GDP가 1조8000억달러라는 점을 참고해야 합니다. 즉, 미국의 재정 적자가 올해만 1조5000억달러라면 엄청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참고로 내년에 미국 정부가 내야 할 이자 규모가 약 1조3000억달러(부채 33조달러 * 4%)나 됩니다. 이 숫자가 놀라운 이유는 작년에는 5000억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바이든 정부가 추가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하기로 한 것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법인세를 21%에서 28%로 인상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향후 10년 동안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금이 1조3000억달러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 숫자는 정확하게 내년에 미국 정부가 내야 할 이자 수준에 불과합니다. 미국 정부의 문제가 단순히 셧다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SVB 뱅크런을 경험했던 것은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에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쉬운 말로 하면,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줬는데 손실이 너무 크게 났다는 것이죠. 이유는 간단한데, 금리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이렇게 오르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돈을 덜 빌릴 생각은 없습니다. 내야 하는 이자가 계속 늘어나다 보니, 신용평가사도 그렇고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죠. 셧다운 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미국 정부가 가진 진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많이 늘어난 이자를 충분히 내고도 남을 만큼의 성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