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는 이유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이 컨텐츠는 리멤버 나우 회원 요청으로 만들어진 컨텐츠입니다.*

새로운 사실 :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9일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의 기술 패권을 다지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이 법으로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약 68조원)가 지원되고,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서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가 적용됩니다. 다만,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내 28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 투자하거나 생산 시설을 확충할 수 없습니다.

미국 자극한 중국의 제조업 혁신 :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는 트럼프 행정부 때 시작됐습니다. 중국의 적극적인 제조업 혁신 플랜에 자극 받은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분야 기술·지식재산권·장비 등의 중국 이전을 막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관세를 통한 중국과의 대규모 무역 전쟁도 벌어졌죠.

미국의 표면적 논리는 정부 보조금으로 중국이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과 해킹 의혹 등이 많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 반도체 기업인 후젠진화, SMIC 등이 우선적 타깃이 됐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화웨이라는 고객을 잃게 돼 타격을 입었지만, 한편으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지연시키는 반사 이익도 얻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과거에도 중국 정부는 자국 내 LED·LCD·2차 전지 등 생산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했고, 지식재산권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럼 왜 미국은 갑작스레 중국에 더 공격적으로 변했을까요?

그건 두 나라 간 IT 기술 패권 다툼 때문입니다. 예전엔 미국이 중국의 기술력을 경시했고 단순한 생산 기지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미국이 더는 무시하지 못 할 만큼 중국의 기술력은 성장했습니다. 결국 미국이 중국의 IT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겁니다.

중국 반도체는 어디 수준까지 왔나 : 중국 정부는 자국 제조업 혁신 계획인 ‘중국 제조 2025*’의 일환으로 ‘반도체 산업 추진 요강’이란 걸 발표했습니다. 2025년까지 1조위안(약 196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러나 당시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2025년 중국의 반도체 점유율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18% 수준이었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이론적으로 자체 수요의 30%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이지요. 그럼 나머지 40%를 중국 내 외국 기업의 공장을 활용해서 채운다는 계산인데 이건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이 요강을 발표할 당시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들의 생산량은 중국 수요의 14.5%밖에 충당하지 못 했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자국 기업들의 생산 확대도 계획에 비해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 중국 제조 2025 : 중국 정부가 2015년 선언한 자국 제조업 혁신 청사진. 2025년까지 핵심 소재·부품 70%를 자급자족하고, 2035년엔 독일·일본을 제친 뒤 2049년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계획이 골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이끌고 있는 기업은 YMTC(NAND), 허페이창신(DRAM), 후젠진화(DRAM) 등인데 후젠진화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 사실상 몇 년간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언론 발표에 의하면 허페이창신의 DRAM 기술력은 19나노미터, YMTC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은 232단입니다. (낸드는 데이터 저장 공간인 셀(Cell)을 쌓아 올려 저장 용량을 키우는데, 흔히 건물의 단수를 높이는 일에 비유됩니다.)

한국 기업들이 14나노 DRAM을 개발 중이니 아직 3~4년 정도 격차는 벌려놓은 듯하고, 낸드는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14~15나노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어서 DRAM 격차가 더 좁혀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美, 반도체 지원법의 이해득실 : 미국 주도의 반도체 협의체인 ‘칩4 동맹’이나 막대한 정부 보조금 등은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전략인데, 막상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죠.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인텔·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 대다수는 중국에 생산 기지를 운영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0년간 중국에 공장을 새로 짓지 않으면서 미국 보조금 받기’와 ‘중국에 공장을 늘려 중국 시장 공략’ 사이의 이해득실을 따져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할 겁니다. 당장 미국 보조금이 아쉽지만 중국의 시장 수요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가 중국에서 나오는 반면, 미국은 22%에 불과합니다. 또, 중국 정부 역시 지속적으로 삼성·SK하이닉스에 공장 증설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혜택도 제시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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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원해질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 해마다 여름이면 기후 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사건, 사고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100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가 났죠. 멀리 독일에선 40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가뭄이 들었습니다.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제조업 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운송에까지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요즘 강이 말라버려 가장 안정적인 친환경 전력이라고 믿어왔던 수력 발전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오늘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년 전 UN의 4가지 숫자 : 현재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기 위해, 2019년 UN에서 제시했던 숫자 4개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1️⃣ 1.5 : 지구 온도가 산업 혁명 이후 1.5도 이상 올라가는 건 막자.
2️⃣ 25 : 그러기 위해선 이산화탄소를 25기가톤(Gt) 줄여야 하는데,
3️⃣ 56 : 그냥 가만히 있으면 56Gt가 배출되니까,
4️⃣ 7.6 : 지금부터 7.6%씩 줄여야 한다.

우선, ‘1.5도까지 오르면 왜 안 되느냐’를 설명하기 위해 알아야 할 용어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입니다. 균형을 이루던 게 깨지면서 급속도로 어떤 현상이 퍼지거나 우세해지는 상황 혹은 순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UFC 경기에서 팽팽히 싸우던 두 선수 중 한 명이 다운을 당해 일방적으로 맞는 극적인 상황에도 비유할 수 있죠.

다시는 시원해질 수 없을지 모른다 : 이제 기후에 대입할 차례입니다. 스스로 뜨거워지려는 힘을 A선수, 반대로 시원해지려는 힘을 B선수라 해봅시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 혁명 이후 1도 상승했으니, A선수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 거라 봅니다. 이 경우, 안타깝지만 시원해지려는 힘은 대부분 소멸되면서 지구 스스로 더워지게 되고 다시는 시원해질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에이~ 설마”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북극의 역할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는다는 얘기를 들으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에고~ 북극곰 불쌍해서 어떻게 해”라고 하십니다. 물론 북극곰이 먹을 게 없어 새알을 훔쳐 먹는 장면을 보면… 눈물 겹긴 합니다만, 사실 극 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적도 부근 온도가 오르는 것보다 극 지방 온도 상승 속도가 2~3배 빠릅니다. 그럼 극 지방과 적도 지역의 온도 차이가 크게 줄어들게 되고, 지구의 선풍기라 할 수 있는 제트 기류가 약해지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100년 만의 홍수, 독일에 나타난 400년 만의 가뭄 원인이 됩니다. 지구의 선풍기가 꺼지지 않아 공기가 순환만 됐다면 한 쪽에선 최악의 홍수, 다른 한 쪽에선 극단적 가뭄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극 지방 얼음에 담긴 엄청난 ‘이것’ : 다른 숫자들도 따져볼까요? 우선 이산화탄소를 7.6%씩 줄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성행했던 2020년엔 11% 줄였지만, 이후부턴 다시 그 이상으로 배출됐습니다. 아주 낙관적으로 전망해, 어떻게든 25Gt만큼 줄였다고 칩시다. 그러나 이번엔 녹고 있는 극 지방 얼음이 문제입니다.

북극과 남극엔 수만년 이상 녹지 않은 얼음이 있습니다. ‘영구 동토층’이라고 불리는데요. 영구 동토층에는 오래 전부터 얼어 있던 공룡 뼈를 포함, 약 1700Gt의 이산화탄소가 함께 얼어 있습니다. 우리가 2030년까지 열심히 줄여야 하는 이산화탄소 규모가 25Gt임을 감안하면 너무나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북국의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기 시작하네요(🔗관련 기사).

앞으로도 지구의 온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겁니다. 투자의 기회는 연준의 통화 정책이나, 경기 침체 여부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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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치면 아까운 소식

> 한국, 사상 첫 4연속 기준금리 인상 :한은이 어제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는 0.25%p 올라 2.25%에서 2.5%가 됐습니다. 4, 5, 7월에 이은 사상 첫 4연속 인상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한은은 6%대를 넘어선 물가 상승세를 잡는 게 우선이라고 본 겁니다. 다만 빅스텝(0.5%p 인상)은 현 시점에서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혀 금리 인상 폭이 더 커지진 않을 전망입니다.

>  아파트값 10년 만에 최대폭 하락 : 전국 아파트 가격이 1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보다 0.14% 하락한 건데요. 2012년 8월 6일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노원과 도봉, 은평 등 서울 외곽 지역뿐 아니라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핵심 지역인 강남4구 하락폭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어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인상한 만큼, 앞으로도 주택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거래량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2006년 통계 작성 후 역대 최저 기록(2월 819건)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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