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초저금리가 지탱하는 주가 선방

일본 주가의 상대적 선방 이유는 무엇보다 ‘금리’ 때문일 겁니다. 다른 나라는 금리가 상승하는데 일본은 여전히 초저금리입니다. 금리는 통화의 가격이죠.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일본 금리는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셈이고 그만큼 통화 가치도 낮죠. 그 반대로 자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되죠. 

일본 주가가 앞으로도 타국에 비해 계속 선전할지 여부는 금리와 더불어 ‘인플레’ 향방에 달렸다고 봅니다. 일본의 인플레가 계속 2% 수준에 머물면 일본 중앙은행은 현 통화 정책을 유지할 거고, 금리를 지속 인상할 가능성이 더 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주가는 상대적으로 선방할 겁니다.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 동의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현재의 엔저가 이후 일본 주식 시장으로의 자본 유입과 증시 상승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기사에서처럼, 엔저 자체가 (엔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 기준) 올초부터의 일본 증시 상승을 견인한 ‘원인’이라는 주장엔 동의가 잘 안 됩니다. 화폐가 절상/절하되는 현상은 거시적 측면에서 원인보다는 결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러운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내내 일본 지수에 돈을 묻어두고 있었다면 가만히 있어도 본전을 찾게 된 셈”이란 기사 속 표현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닛케이225 지수가 거의 그대로지만, 환율이 달러 대비 20% 빠졌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가만히 있었다면 본전이 아니라 손실을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 자원 부족 일본! 상승세 꺾일 것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수십년간 앓아온 경기 침체의 여파 덕분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은 경기 침체를 맞으며 낮은 물가 상승률·엔저·저금리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강한 인플레를 겪는 지금, 이 상황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걸림돌은 일본의 부족한 자원입니다. 원자재, 에너지 가격이 지속해 오르고 있어 일본 역시 조만간 인플레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엔저 약세가 끝나고 금리도 올라 결국 일본 증시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 하반기 일본 주식 시장 눈여겨 볼만 

통상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가격이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릅니다. 일본 주식 시장의 현재 가치는 2012년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최저치죠. 일본 내 자산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저평가 자산인 셈이죠.

지난 20년간 일본 주식 시장은 투자하기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글로벌 투자 자금들이 유입되면, 핫머니(투기 자본)들이 단기 수익 실현 후 바로 빠져나가곤 했죠. 실제 수익으로 연결된 글로벌 투자 자금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일본 시장 투자는 20년 내로 가장 최저치입니다. 올해 하반기에도 과거처럼 일본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는 데이터들이 있어요. 현재 예정된 일본 상장 회사들의 자사주 매입 금액이 2015년 이후 최대인 약 10조엔(98조원)에 이릅니다. 일본 주식 시장을 추가적으로 우상향시킬 수 있는 규모죠. 일본 종합지수(TOPIX) 상장 회사들의 향후 수익성 전망도 미국이나 유럽 주식 시장과 달리 플러스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특히 에너지·물류 창고·철강·정밀 기계·화학 등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요로 섹터들의 수익성 전망이 줄줄이 양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올 하반기 일본 주식 시장은 눈여겨 볼만 할 겁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 갭투자자 자금 조달 비상

집값이 급등했던 작년 서울 갭투자 비율은 40%가 넘었습니다. 주택 구매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전세를 끼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겁니다. 한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전세 제도는 주택을 살 때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전세금이 매입 대금으로 쓰이는 건 물론, 이자 비용도 안 들어가죠. 전세금이 오르면 주택 수요자도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전세가가 하락하면 문제가 꽤 심각해집니다. 단순한 투자 수요 감소를 넘어 기존 갭투자자들을 압박해 역전세를 일으키니까요. 실제 요근래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가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금액과 건수 모두 월간 기준 역대 최대·최다 집계입니다. 전세 가격 하락과 역전세 문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겁니다.

📌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 : 임차인이 가입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보험의 만기가 도래했는데도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것. 이 같은 ‘사고’가 나면 HUG가 이를 대신 변제해준 뒤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서서히 다해가는 전세의 수명

상황에 따라 전세가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에게 유리한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집값이 오를 때입니다. 세입자에겐 월세가 매월 사라지는 소비성 지출임과 동시에 목돈의 기회비용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전세는 주거를 해결하면서도 원금도 지킬 수 있는 일종의 저축이죠. 집주인한텐 일명 갭투자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됩니다.

하지만 전세가 하락 시기가 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전세가가 떨어져 역전세가 늘어나면 세입자, 집주인 모두 상환 위험에 처하게 돼 전세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우리나라 전세 집주인 중 다음 세입자 없이 보증금을 오롯이 반환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때문에 전세가가 재차 오르더라도 상승분을 월세로 받는 반전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가뜩이나 저금리로 월세로의 전환이 늘었는데, 이번 역전세 현상을 기점으로 리스크 관리차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게 될 듯합니다. 전세의 수명이 이제 슬슬 다한 걸로 보이네요.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결국 세입자는 이사를 택할 것

금리 인상과 부동산 불황으로 전세 시장이 위축되는 현상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과거 어느 시기엔, 일부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 붕괴와 함께 월세의 가속화를 예측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현실적으로 전세가가 십수억, 수십억씩 하는 서울 지역 특성상, 집주인들이 대출만으로 보증금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입자들이 집주인들에게 공매를 요청하고 HUG로부터 보증금을 반환 받는 시나리오보단, 시간이 좀 걸려도 순차적으로 이사를 가버리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 과정에서 아파트 가격에 껴있는 거품은 어느 정도 걷힐 듯합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전세 위협하는 ✌가지 요인

1️⃣금리 상승 :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준 기간, 그 금액분의 이자를 포기하게 됩니다. 집주인에게 그만큼의 월세를 지불하는 셈이죠. 즉, 전세금 가치는 원금보단 그 원금으로 벌 수 있던 이자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죠. 올해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전세를 살 유인보단 이자를 챙기는 이득이 더 큰 거죠. 금리 상승이 전세가를 짓누르는 상황인 겁니다. 전세가 하향이 더욱 완연해지면 전세금 반환을 위협하는 역전세 현상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2️⃣프라이버시 강화 : 전세를 구할 땐 현 세입자가 새 세입자 유치를 위해 집 내부를 적극 보여주는 관행이 있습니다. 계약 만료 전에 자기 전세금을 반환 받으려면 새 세입자가 그 집을 맘에 들어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간 별 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유지된 관행이지만 요즘 들어 프라이버시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지는 중이라 들었습니다. 계약 처리가 끝나기 전엔 집 내부를 안 보여주는 서구식 관행이 새로 자리 잡게 되면 전세 근간이 흔들릴 수 있겠죠.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줄 세우기보다 경쟁 유도해야

예대금리차 공개 제도는 은행 영업 전략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습니다. 예대금리차에는 단순히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신용 위험, 유동성 위험 등 각종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도 포함돼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다른 은행보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에 나설 경우 예대금리차도 더 커야 하는 게 당연지사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예대금리차가 높단 이유만으로 부도덕하다는 낙인이 찍히고 있습니다. 결국 은행은 모든 영업 전략을 예대금리차를 낮추는 방향으로 바꿀 수밖에 없고, 산업 발전이 저해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줄 세우기식으로 금리차를 공개하기보단 경쟁을 통해 은행 스스로 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은행이 지나치게 높은 이익을 취한다고 판단되면, 은행 산업의 진입장벽 자체를 낮춰 시장 참여자가 많아지게 하면 됩니다. 2016년 이후 인터넷 은행이 설립되면서 경쟁이 더 붙긴 했지만 여전히 은행 수가 적다고 판단됩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취약 계층 대출은 감안해줘야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처럼 예대금리차를 줄 세우기식으로 공개하면 은행은 중·저신용자나 취약 계층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작용을 막으려면 예대금리차를 계산할 때 취약 계층 대출을 감안해 평가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할 겁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이용층 연령보단 애매한 포지션 탓

왜 2030이 페북을 떠날까요? 기사에서는 부모나 상사가 페북을 쓴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쉽게 동의되진 않습니다. 인스타도 마찬가지로 부모나 상사가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보단 근본적으로 페북의 애매한 포지션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을 길게 쓰는 페북은 2030이 선호하는 숏폼과는 거리가 있죠. 그렇다고 긴 내용을 쓰는 네이버 블로그나 미디움(해외 SNS)과 경쟁하는 구도도 아니라 시장에서의 위치가 애매해진 것 같습니다.

페북은 나름 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인스타 인수와 메타버스로의 피봇팅*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죠. 하지만 아직 그 기반이 되는 증강현실 기술의 발전 완성도가 떨어지고, 관련 생태계를 만들 정도의 인프라도 부족합니다. 향후 기기가 더 발전하거나 애플 등 다른 스타 플레이어가 메타버스에 진출하는 등 시장이 새롭게 형성돼야만 페북의 성장도 가능할 듯합니다.

📌 피봇팅(pivoting) : 기존 사업아이템을 포기하거나 수정해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말함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인스타 인수는 신의 한 수

과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프리챌·싸이월드·미투데이가 생각나네요. 해외에서도 마이스페이스·프렌드스터·패스 등 SNS가 인기를 끌다 사라졌고요. 그런 면에서 전 세계를 석권하고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는 페북의 힘은 대단하다고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래도 세월이 흐르면서 젊은 세대에까지 지속적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10년 전 페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건 신의 한 수인 것 같아요. 저무는 페북을 인스타가 지탱해주니까요. 

어쨌든 이제 현대인들에게 SNS가 필수 미디어가 된 건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페북 스스로는 젊은 세대를 재차 끌어들이기 쉽지 않을 테니, 메타버스 신사업인 ‘호라이즌 월드’를 성공시키거나 아니면 제2의 인스타 인수가 필요할 겁니다. 그게 과연 가능할진 모르겠지만요.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홍대는 불편 감수할 만큼 매력적이란 뜻

홍대와 신촌의 차이는 차 없는 거리를 먼저 만들었느냐 아니면 매력적인 골목을 먼저 만들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차 없이 가려면 대중 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야 하죠. 골목 안 상가나 건물, 거리가 매력적이라면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신촌은 홍대보다 먼저 차 없는 도로를 만들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골목은 만들어내지 못한 듯합니다. 반면 홍대는 매력적이고 특색 있는 골목으로 팬덤 소비층을 형성했죠. 신촌보다 도로 접근성은 불편했지만 임대료가 저렴했던 덕분에 창작자와 도시 기획자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할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매력적인 공간을 만든다면 차 없이 가야 한다는 불편함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