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지각 변동과 수상한 이마트24

 🍳 퀵커머스 지각 변동과 수상한 이마트24

가판대 늘어선 물건들

퀵커머스 망한 거 아닌가요?

지난 달, 퀵커머스(즉시 배송 서비스)를 ‘적자의 무덤’이라고 표현했었는데요. 전 세계 유동성 위기로 투자업계가 얼어붙은데다 퀵커머스 자체 마진이 낮기 때문입니다. 준비 단계에서 이탈하는 기업이 생겼고, 시장에 진출한 기업도 사업 확장을 망설이는 분위기였죠. 한 달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배달 업계 극성수기로 통하는 여름철인데도 위기론이 횡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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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6월 쿠팡이츠의 월간 이용자수(MAU)는 전월보다 12만명 줄어든 437만6000여명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요기요 이용자도 20만명 줄었습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만 소폭 늘었지만, MAU(1998만8000명)는 전월 대비 5만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퀵커머스는 살아있다!’고 외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GS리테일과 홈플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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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퀵커머스’는 다를걸?

퀵커머스 소식이 뜸해지던 차에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은 ‘슈퍼마켓 기반 퀵커머스’를 내세워 새로운 양강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양사 모두 전국 매장망을 통해 기존 퀵커머스 사업의 최대 약점인 ‘고가의 물류망 구축 비용’ 문제를 해소하고 전국 진출까지 이뤄냈습니다.

홈플러스는 자사 퀵커머스 서비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3만원 이상 구매 시 1시간 내 무료 배송을 선포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작년 2월 시작한 1시간 즉시 배송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50%, 총 구매자는 158% 증가했습니다. 특히 7월 재구매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2% 늘었습니다.

전국 33개 도시 내 252개에 달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은 퀵커머스의 거점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에서 상품을 픽업해 1시간 내외로 고객에게 배송하는데요. 공산품 뿐 아니라 농수산물, 육류 등 신선식품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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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은 ‘요마트’로 퀵커머스 사업을 확장 중입니다. 지난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요기요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동안 운영이 중단된 요마트는 결국 5월 새 주인 GS리테일을 만나며 부활했습니다. 과거 도심 내 MFC(Micro Fulfillment Center·도심형 물류 거점)를 구축해 직매입한 상품을 배송하던 요마트는 이제 GS더프레시 매장 기반 배송으로 방식을 바꿨습니다. 이전과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서비스로 거듭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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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요마트 서비스는 전국 350개 GS더프레시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마찬가지로 매장 픽업 후 1시간 내 배송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며 신선식품도 취급합니다.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덕분에 판매 상품 품목(SKU)도 증가했는데요. GS리테일에 따르면 요마트 SKU는 1만여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B마트 따라잡을 날 멀지 않아

양 사의 오프라인을 활용한 전략은 퀵커머스 시장을 선점 기회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선두를 달리던 B마트가 전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업계 후문도 있고요. 그 사이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이 전국 매장을 필두로 B마트가 손대지 못한 지방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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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 여름 퀵커머스 판에서는 새로운 MFC 구축보다 유통업체의 직영망 활용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은 론칭이 늦어지는 이유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배송 시간과 권역을 조정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오아시스마켓도 현재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활용하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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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배달은 잘 나가요

기존 매장을 활용한 퀵커머스 전략은 편의점에서도 통했습니다. 7월 기준 GS25 ‘우리동네딜리버리 주문하기’를 통한 배달 건수가 전년 대비 409%, 6월 대비 250%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CU의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410.5%, 세븐일레븐은 240%, 이마트24는 147% 증가했다고 합니다.

편의점 업계의 호황에 대해 유통업계는 물가 상승으로 음식 배달보다는 식자재나 간단한 안주, 음료 등으로 배달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실제로 편의점 배달 서비스 이용 상위 품목을 보면 도시락, 생수, 탄산음료, 냉장 안주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 변화무쌍한 날씨·고물가에 편의점 배달서비스 ‘쌩쌩’, 이투데이]

편의점 업계에서 ‘본부임차’ 점포가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본부임차란 브랜드 본사가 직접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임차료를 본사와 점주가 함께 부담하는 계약 방식입니다. 점포 운영권을 편의점 본사가 갖는 거죠. 업계에 의하면 최근 신규 출점 점포는 대부분 본부임차로 계약하고 있고, 전체 점포의 절반 가량이 본부임차로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 세븐일레븐이 인수한 미니스톱 점주는 왜 CU, GS25 간판을 달게 됐을까, 커넥터스]

본부임차 점포 수가 늘어나면 편의점 배달 서비스 운영은 한층 원활해집니다. 배달 서비스 출시를 위해 편의점 점주를 설득할 필요도, 수익 배분률을 결정하기 위해 줄다리기를 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슈퍼마켓이 그랬듯 각 지점을 연결해 전국 단위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마트24의 수상한 퀵커머스

위 내용과의 연장선에서 얼마 전 제가 겪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저는 관악구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최근 배달의민족 앱 ‘배민스토어’에 이마트24가 떡하니 등장했습니다. 배달앱에 편의점이 입점한 게 특별한 일은 아니죠. CU는 지난해 초부터 배달앱에 입점해 있었고, GS25나 세븐일레븐, 이마트24도 배민과 요기요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특이한 점은 ‘지점 변경’ 버튼을 눌렀을 때 발생했습니다. 선택 가능한 매장이 무려 26곳이나 됐거든요. 보통 배달이 가능한 편의점은 2~3곳, 정말 많아야 4곳 정도가 뜹니다. 인근 지점에서만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26곳은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배민 화면
무려 26곳의 배달 가능 편의점 목록이 뜨는 관악구의 이마트24 배민스토어 ⓒ 배민

그래서 각 지점 주소를 일일이 확인해봤습니다. 어떤 매장은 관악구 동쪽 끝 사당역 근처에, 또 다른 매장은 서쪽 끝 신림역에 있었습니다. 심지어 관악구를 벗어나 상도역 주변에 위치한 매장에서도 배달이 가능했습니다. 모두 같은 배달비 정책 아래 말이죠. 

일반적인 편의점 배달처럼 배달대행업체를 쓰는 게 아니구나 싶어 직접 배달을 시켜봤습니다. 배달 라이더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선물하며 딱 1분만 시간을 내달라, 아니면 업무 끝나고 잠깐만 통화해주면 안 되냐 조를 심산으로요. 그런데 뜻밖에 도착 예정 문자가 온 겁니다. 배달 라이더가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 마치 택배사에서 배송 안내문자를 보내듯 말이에요. ‘이마트24 퀵커머스에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싶었죠.

관악구 지도
붉은색 지역이 관악구, 파란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지역이 배민스토어에서 배달 가능 점포로 뜨는 이마트24가 위치한 곳 일부. 서로 거리가 먼 점포들을 표시함 ⓒ 네이버 지도

이마트24가 서울시 내에서도 가장 배달 주문이 많다고 알려진 관악구 내에 편의점 배달을 위한 MFC를 구축한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수집하고 물품을 픽업해 MFC로 모은 다음 이를 다시 관악구 전역으로 묶음 배송하는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또는 MFC에 재고를 보관하면서 편의점 점포별로 들어오는 주문에 따라 나중에 수익을 정산할 수도 있겠네요.

이같은 도심형 물류 거점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주변 지역 편의점 물량을 모아 물류비 효율을 얻을 수 있고, 편의점 배달 수익을 점주들에게 분배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본부임차 계약 외 점주들은 배달 수익에 의문이 많습니다. 수수료, 배달비, 추가 업무가 겹쳐 비효율적이라는 거죠. 만약 MFC 운영으로 관련 비용을 줄이면서 점주 수익까지 보장해준다면 이마트24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겠죠?

여기까지는 모두 제 ‘추측’입니다. 이마트24에 확인 요청을 했지만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거든요.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대로 커넥터스 콘텐츠를 통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신승윤 : 커넥터스 콘텐츠 크리에이터. 예능 PD를 꿈꾸다 물류·유통·커머스 기자로 잘못(?) 빠져들었으나 직업 만족도는 훌륭합니다. 스스로 연결고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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