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좋아진다, 미국만

경제가 좋아진다, 미국만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IMF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모든 국가가 고르게 성장하진 못하고, 미국이 세계 경제를 강력하게 끌어갈 거란 전망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혹시 미국(만) 좋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우려에 대한 고민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목이 주는 함의: 전일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국가별로 조정했습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로 상향 조정했으니 상황은 좋아졌지만, 이상하게 보고서의 제목은 “불균등한 회복의 관리(Managing divergent recovery)”네요. IMF의 걱정이 묻어나는 제목입니다. 실제로 보고서에는 선진국과 신흥국, 그리고 국가별로 성장률이 너무 차이가 나서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크게 좋아지는 미국 경제: 좀 더 구체적으로 숫자를 살펴보면,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엔 10월 5.2%로 전망했지만, 올해 초 5.5%로 상향 조정했다가 이번에 6%로 또 한 번 올린 것입니다. 미국의 성장률은 더 크게 올렸는데요. 작년 10월만 해도 3.1%에 그칠 것으로 봤는데, 올해 초 5.1%로 크게 상향 조정한 다음 이번에 6.4%로 또 한 번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처럼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올리는 경우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암울한 유럽과 신흥국: 반면, 유럽의 경우, 작년 10월에는 5.2% 성장을 전망했지만, 전일 전망에서는 안타깝게도 4.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신흥국들의 경우에도 10월에 비해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게 전망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만 특이할 정도로 좋은 상황이 된다는 것인데, 얄밉게도 미국은 이번에 또 한 번의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아직 논란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정식으로 법안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2조2000억달러(약 2460조원) 수준의 부양책이 통과될 경우, 미국의 성장률 전망은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GDP 갭: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요. 첫번째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GDP 갭(gap)”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GDP 갭은 실제 GDP 성장률과 잠재 GDP 성장률의 차이(gap)를 말합니다.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인 겁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3%인데, 실제 성장을 1%밖에 하지 못했다고 하면, GDP gap 은 -2%가 됩니다. 반대로 5% 성장하게 되면 GDP 갭은 +2%가 되겠지요? 비유를 하자면, 80점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이 있는 학생이 좀 더 노력을 해서 90점을 받으면, 칭찬을 받고, 70점을 받으면, 꾸중을 듣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GDP 갭이 플러스가 되면 잠재 성장률보다 더 성장을 했으니 좋긴 한데, 물가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걱정이 생깁니다. 잠재 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값인데요.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초과한다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세계적인 인플레 없다: 이제 GDP 갭이라는 용어를 이해하셨다면, 첫 번째 문제를 설명해보겠습니다.

IMF는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면서 GDP 갭도 함께 계산해주었는데요. 예상하셨겠지만, 2023년까지 GDP 갭이 플러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된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뿐이었습니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에 큰 폭의 마이너스 GDP 갭을 기록했음은 물론이고, 2023년까지도 플러스로 돌아서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미국이 달러를 뿌리면서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했지만, 세계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란 뜻이 됩니다.

돈은 미국으로 몰린다: 둘째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미국으로 돈이 몰릴 수 있다는 겁니다. 2월 이후 미국 국채 금리는 크게 올랐습니다. 2월 초 1.08% 수준이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금은 1.65%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금리가 올랐으니 미국 채권의 매력은 높아졌습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 채권에 돈이 쏠리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흥국 시장에선 돈이 빠져나갑니다.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미 브라질, 터키, 러시아는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터키의 기준금리는 17%로 이미 높은 편이었는데도 19%로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렸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실제로 IMF의 보고서를 보면, 투자자들은 신흥국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인상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됐다고 합니다.

자금 유출 방어하면, 신흥국 경제는 어려워져: 하지만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의 경제는 나빠집니다. 금리가 낮아야 사람들이 돈을 쉽게 빌려서 새로운 사업을 하고, 이게 경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만들 텐데요. 이렇게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신흥국은 더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다 같이 좋아지는 상황이 될 경우, 달러 값은 하락하고, 그동안 너무 힘들었던 신흥국도 숨을 좀 쉴 수 있는 상황이 올 거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이런 전망에 베팅을 한 헤지펀드들도 많았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국가별 코로나19 백신의 보급 속도가 예상과 크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IMF의 전망 보고서의 제목처럼 불균형한 성장이 어떤 문제를 가져올지, 또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줄어드는 오프라인 은행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지난해에도 은행 점포 수는 5% 가량 감소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은행 점포는 1년만에 304개 줄어든 6404개입니다. 모바일 뱅킹 등의 영향으로 은행 점포를 찾는 고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주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은행들은 연간 2조원 가량의 판관비(인건비 운영비)를 쓰는데 카카오뱅크는 2000억원도 안 됩니다. 금리 경쟁을 하려면 비용 구조를 비슷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면서 생기는 유휴 부동산은 매각하고 있는데 지난해 은행들이 점포를 매각해서 생긴 수익은 1400억원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은행들 순이익 12조원에 비하면 큰 금액은 아닙니다.

물 만난 철강∙화학∙섬유 업계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철강∙화학∙섬유 업체들의 수출 실적이 요즘 매우 좋습니다. 석유화학 제품들은 지난 2월에 1년전 대비 48% 늘어난 수출실적을 거뒀고 철강은 13% 늘었습니다.

포스코의 분기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이 예상되는데 최근 10년간 1분기 영업이익으로는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화학 제품들도 가격이 대부분 작년 저점 대비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실적이 좋아지는 이유는 수요가 많아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유럽과 미국, 중국의 관련 공장들의 가동률이 아직 높지 않은 게 중요한 원인입니다. 설비 점검을 위한 가동중지, 코로나로 인한 조업 차질,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한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한국산 제품들의 수요가 더 늘었습니다.

철강∙화학 등 업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과잉으로 고생을 하던 업종이어서 설비 증설이 별로 없었던 산업입니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은 포장재나 일회용 플라스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이나 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부타디엔 등이 주요제품인데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환경으로 포장재 수요가 늘었고 최근에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와 자동차도 수요가 빠르게 늘어서 가격이 모두 강세입니다. 석유화학업체의 1분기 실적 전망도 매우 양호합니다.

반년 사이 10% 오른 서울 아파트값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이 112%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전체의 낙찰가율도 109%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낙찰가율은 경매 직전에 감정평가한 금액 대비 어느 정도 금액에 낙찰되느냐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감정가 10억원의 아파트가 11억원에 낙찰되면 낙찰가율은 110%입니다.

일반적으로 감정 시점과 경매 시점은 약 6개월 정도 시차가 있습니다. 서울의 경매 낙찰가율이 112%라는 의미는 최근 6개월 사이에 서울 아파트값이 약 12% 정도 올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KB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도 작년 7월 대비 올해까지 9.4% 올랐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갤럭시가 살린 삼성전자 실적: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와 비슷한 9조3000억원이었습니다. 실적을 요약하면 반도체 부문은 약간 부진, 휴대폰과 가전 부문은 예상외로 선전이었습니다. 반도체는 미국 텍사스의 공장이 혹한으로 가동을 멈춘 영향을 받았습니다. 시장에서는 2분기부터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꽤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실적 전망과 유사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연말까지의 실적 회복을 이미 주가에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다른 반도체 업체들보다 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파운드리 사업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그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탓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 네이버의 커머스 비전: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가 주주들에게 “커머스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여기엔 네이버의 현황과 전략적 방향성에 대해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우선 네이버는 현재 42만개인 스마트스토어를 5년 후엔 100만개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물류의 경우 네이버가 지분 교환 또는 투자한 회사(신세계, CJ대한통운 등)를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국내외 물류 시스템을 만드는 모양새입니다.

🦄 유니콘 된 아기상어: 핑크퐁과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가 최근 투자 유치 과정에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한국경제의 보도입니다. 2년 전 투자를 유치할 때보다 다섯 배 이상 높은 몸값입니다. 스마트스터디는 이로써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무신사, 쏘카 등에 이어 국내 13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하게 됐습니다. 국내 콘텐츠사 중 유니콘 기업이 된 사례는 스마트스터디가 처음입니다.

🐋 고래급 공모주들 온다: 올해 상장하는 대형 공모주들이 관심을 끕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대어급이 줄줄이 상장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몸값은 30조원, 카카오페이의 몸값은 8~9조원으로 평가 받는 만큼 이들 기업이 상장하면 시장도 들썩일 걸로 보입니다. 앞서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가의 3배 가까이 치솟았다가 현재는 공모가의 2배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 다시 생겨난 김치 프리미엄: 해외에서 대표적 암호화폐(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횡보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7900만원을 돌파하며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국내와 해외 거래소의 가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500여만 원에 불과했던 김치 프리미엄은 이번 주 초 1200만원까지 확대된 뒤 7일에는 1500만원까지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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