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가 본 쿠팡의 기업가치 논란

M&A 전문가가 본 쿠팡의 기업가치 논란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이미지 출처: 쿠팡 홈페이지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뒤집힌 듯합니다. 유통, IT, 금융 등 직접적인 관련 분야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일반 시민들까지 삼삼오오 모이면 온통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쿠팡입니다.

새로운 사실: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법인인 쿠팡의 모회사는 공모가 기준 약 72조원의 시가총액으로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상장 당일 바로 주가가 약 41%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었습니다. 72조원도 놀라운데 100조원이 현실화되면서 나라 전체를 ‘멘붕’에 빠뜨린 것이죠.

그리고 그 멘붕은 100조원이라는 시가총액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쿠팡이, 47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하이닉스와 국내 시가총액 2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대평가돼있단 시각: 문제를 제기하는 측의 시각은, 100조원이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시가총액이란 본질적으로 그 회사가 만들어낼 미래 이익의 합을 현재의 가치로 할인한 것인데, 적자 상태인 쿠팡이 언젠가 이익을 내기 시작한다고 해도 현재 가치가 결코 100조원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매출 13조을 기록한 쿠팡의 매출 대비 순이익률을 5%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순이익은 6500억원입니다. 향후 순이익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추가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현재 가치가 100조원이 되려면 100 이상 그렇게 이익이 성장한다는 가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쿠팡이 당장 올해부터 흑자 전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순이익 8500억원을 기록한 네이버나 4900억원을 기록한 카카오가 각각 시가총액이 63조원와 42조원 내외인 것과 비교해보더라도, 쿠팡의 100조는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거래액 기준, 아마존보다도 고평가: 유사한 업종에서 미국과 중국의 1등 기업들인 아마존, 알리바바와 비교해도 유사한 결론이 도출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총거래금액 대비 시가총액 비율(PGMVR)을 계산해보면, 쿠팡이 5, 아마존이 3.7, 알리바바가 0.7로 추정되어 쿠팡이 월등히 높게 평가된 것이기(=비싸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지난해 이미 각각 24조원과 26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하였음에도, 시가총액이 각각 약 1800조원과 700조원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같은 순이익 대비 시가총액(PER) 비율을 적용하면, 쿠팡은 1조3000억원~3조7000억원 사이의 순이익을 지난해 창출했어야 100조가 정당화된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혁신기업 평가는 달라야 한단 시각: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쿠팡의 100조 가치가 충분히 설명된다고 주장합니다. 전통적인 주식 가치 평가방법으로는 쿠팡과 같은 혁신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시각입니다. 가장 좋은 예가 2019년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해왔음에도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시가총액의 합보다 큰 시가총액(730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테슬라입니다.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 가능하다: 쿠팡도 온라인 쇼핑 사업을 통해 구축한 고객 기반과 물류 시스템 등을 활용할 경우,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더욱 폭발적인 매출 성장과 함께 이익 창출이 가능할 이라는 주장입니다. 특히 꾸준히 구축해온 직배송 물류 시스템은 향후 쿠팡의 핵심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목됩니다.

고평가된 플랫폼도 많아: 따라서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된 네이버, 카카오,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아니라, 고성장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남아 온라인쇼핑 플랫폼 쇼피(Shopee)를 운영하는 씨(SEA)가 그 대표적인 예로 거론됩니다. 지난해 쿠팡보다 작은 약 14조원의 총거래금액과 쿠팡보다 큰 1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씨의 시가총액은 137조원으로 쿠팡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사업 모델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 상장한 미국의 음식 배달 업체 도어 대시(시가총액 약 50조원)나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시가총액 약 140조원) 등과 비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두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장 내 입지가 탄탄하고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회사들입니다.

물론 상장된 기업의 가치는 결국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현재 쿠팡 시가총액의 적정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쿠팡이 이를 정당화하기 충분한 실적(특히 이익 창출)을 단기간에 증명해 보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카카오T의 유료화 시도는 늘 시끄러운 이유
오늘의 이슈

이미지 출처: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새로운 사실: 카카오택시가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 서비스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월 9만9000원을 받는 프로멤버십이라는 서비스는 택시기사가 가입할 경우 택시 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호출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면 교대시간 무렵에 차고지 방향의 콜을 받고 싶을 때 그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단골 우선 배차 기능도 있는데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장거리 출근을 택시로 하는 고객이 있다면 그 고객을 단골로 등록하고 해당 고객의 콜을 다른 택시기사들보다 우선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카카오택시 입장에서는 수익모델을 강화하는 합리적인 시도이지만 택시 기사들 입장에서는 유료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의 상대적 역차별이 걱정됩니다.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줄을 서지 않아도 명절 귀성 열차표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철도회원 서비스가 있다면 이 서비스의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남는 표는 적어지고 결국 명절에 고향에 가려면 이 서비스를 가입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공급이 한정된 시장의 한계: 한정된 공급과 한정된 수요를 서로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그 수요와 공급의 풀을 달리 하지 않고 그 내부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하면 대부분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배터리 업계에 다가온 먹구름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폭스바겐이 한국산 배터리 대신 폭스바겐의 자회사 또는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틀째 배터리 회사들의 주가가 내렸습니다. 폭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결국 배터리를 자체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배터리 전문업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중입니다.

배터리를 자체생산하려는 이유: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자체생산하려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전기자동차는 보조금이 낮아지는 추세여서 휘발유차와 경쟁하려면 제조 원가를 낮추는 게 매우 필요한데 제조원가를 낮출 곳은 배터리밖에 없습니다. 배터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의 원가를 낮추려면 대량생산을 하는 수 밖에 없고 대량생산을 하려면 모든 차종에 일괄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표준형 배터리를 설계하고 모든 차종을 이 배터리에 맞춰야 합니다. 그래야 동일한 배터리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량을 설계할 때부터 배터리 제조사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합니다. 경쟁사와 거래하는 외부의 배터리 업체는 그 일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배터리가 전기차 성능의 핵심: 전기자동차의 성능 차이는 배터리에서 옵니다. 경쟁 차종보다 우월한 성능을 가지려면 배터리를 독자생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동일한 배터리를 어떻게 연결하고 운용하느냐에 따른 차이로 자동차의 성능 차이가 생기지만 이런 기술들이 대중화되면 배터리 자체의 차별성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되면 그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 사용량이 많은 컴퓨터가 차량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배터리의 안전 문제가 불거질 경우 매우 곤란해집니다. 현대차가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했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생기면서 차량을 리콜해야 했는데 리콜 비용을 배터리 제조사와 어떻게 분담하느냐를 두고 긴 논쟁을 벌였습니다. 배터리가 문제인지 배터리의 사용과정이 문제인지는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책임질 수 있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고 그건 자체생산 또는 계열사가 생산한 배터리일 때만 가능합니다. 당장은 모든 배터리를 자체조달하기 어렵겠지만 계속 그런 시도를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롱 환자, 원천 차단할 수 있을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금융당국이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의사의 진단을 받은 기간 동안만 치료비를 보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치 3주가 나온 부상의 경우 3주 동안의 치료비만 보험사가 보상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3주 이후에도 통증이 있거나 추가 치료를 원하면 통원치료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현장 적용은 어려울 듯: ‘나이롱 환자’를 막는다는 명분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치 3주의 부상으로 3주의 치료를 받은 환자에 대해 새로 바뀐 규정을 이유로 보험사가 더 이상의 치료를 해주지 않을 경우 피해자는 보상이 완료됐다는 합의를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인사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더 이상의 치료가 필요 없으며 후유장애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해야 보상이 완료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피해자가 만족해야 끝나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자동차 사고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피해를 모두 완벽하게 보상해줘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는 소송을 통해 피해금액을 받아낼 수 있는데 자동차 보험은 그 과정에서 가해자가 해줘야 할 피해보상을 대행해주는 구조입니다. 그 보상이 완전하지 않으면 가해자가 추가로 보상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구조를 잘 모르는 피해자는 ‘전치 3주 진단이므로 3주 이후에 발생한 병원비는 본인부담’이라는 보험사의 설명을 받아들이고 쉽게 합의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보험사의 손해율이 낮아질 수는 있겠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이번주 스타트업 투자 소식: 요즘 국내 스타트업 업계엔 투자 유치 소식이 자주 들립니다. 이번주엔 패션업체 무신사와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이 각각 투자를 받았습니다. 무신사는 미국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과 국내 투자회사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이로써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대가 됐습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불황에 빠진 가운데서도 급성장해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새벽배송 시장의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는 150억원을 투자 받아 3150억원의 몸값을 인정 받았습니다.

🚗 기사=노동자 첫 인정한 우버: 글로벌 승차공유업체 우버가 자사의 영국 내 운전 기사들을 노동자로 분류했습니다. 지난달 영국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한 겁니다. 이에 해당 기사들은 법에 보장된 최저임금, 휴직수당, 연금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기사들을 직고용하면 이처럼 여러 비용이 추가되는 만큼 우버의 조치가 다른 나라에도, 다른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