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은 세계 가치 사슬을 어떻게 바꿀까?

RCEP은 세계 가치 사슬을 어떻게 바꿀까?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지난주엔 한∙중∙일 3국과 동남아시아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유무역 협정인 RCEP에 서명했습니다. 무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협상한 결과물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의 재편 과정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코로나19 이후 동아시아 지역의 생산기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빠르게 변하는 가치 사슬: 우선 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의미부터 점검해보겠습니다. 물건은 <상품 설계 – 부품∙원재료 조달 – 생산 – 유통 – 판매>의 단계를 거쳐 만들어지고 판매됩니다. 이걸 한 국가에서 모두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를 더 저렴하게 해낼 수 있는 국가에서 하는 것을 말합니다.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설계하고 아프리카에서 원재료를, 한국에서 부품을 구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를 각국에 유통해 판매하는 걸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미국에서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됩니다.

90년대 중반에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자유무역이 확산됐고 지금과 같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분업이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는 거침없이 성장했죠. 이러한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선진국은 싸게 만들어줄 국가가 필요했고, 신흥국은 만든 물건을 사줄 수요처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미 균형은 서서히 깨지고 있었습니다. 신흥국(ex. 중국)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임금이 상승하게 되었고, 싸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의 매력은 점점 줄어 들었습니다. 선진국(ex. 미국)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의 공장을 본국으로 들이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자국 내 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작년까지 진행된 미∙중 무역분쟁은 전 세계에서 교역에 따른 비용을 증가시켰습니다. 90년대 이후, 확산되기만 하던 GVC는 차츰 지역화(Localization)라는 이름으로 축소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는 GVC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줬습니다. 단순히 효율적으로 그리고 싸게 만들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복원력 등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죠.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조업체 300개사중 70%가 코로나19로 인해서 GVC가 개편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RCEP 서명은 이처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GVC 환경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 글로벌 생산기지 동아시아: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는 모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복되는 속도나 정도는 국가별 산업별로 다릅니다. 이를 알파벳 K에 빗대 K자 회복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알파벳의 K자처럼 어떤 산업이나 국가는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의 회복 속도는 너무 느렸다는 것이죠.

소비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선 가전제품, 가구,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소비는 빠르게 회복되면서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여행 등 서비스 관련 소비는 느리게 회복되면서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 사람들도 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남은 돈으로 가전 제품이나 가구를 바꾼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처럼 소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부의 지원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소비는 이렇게 회복되고 있지만, 산업생산의 회복속도는 여전히 느립니다. 결국 미국 내에서는 물건 소비를 많이 하긴 하는데, 생산은 못한다는 말이니, 어디선가 가져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예외인데요. 오히려 소비의 회복 속도(소매판매)보다 생산의 회복 속도(산업생산)가 빠릅니다. 각국에서 늘어난 내구재 수요에 맞춰 생산을 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 때문에 컨테이너 운임도 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지역별로 나타나는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죠. 코로나19 이후, 동아시아 지역은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다시 부각 받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맺어진 RCEP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미국 대통령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 사실 RCEP은 15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체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타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작년 11월, 합의문이 서명된 당시에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일본은 인도의 참여가 없다면,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만큼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 대선이 끝났지만, 아직 잡음이 남았습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인정하지 않고, 트럼프는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는 건데요. 리더십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쩌면, 미국이라는 최대 강국이 가장 약한 구간에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으로 있던 시절 미국은 (CP)TPP라는 무역협정을 추진했었는데요. 트럼프 정부가 시작된 이후 이 협정이 깨졌는데, 바이든 당선인이 (CP)TPP를 다시 진행할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정해지지 않은 (CP)TPP를 기다리는 것보다 RCEP 서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확정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한번 크게 재편될 수밖에 없는 GVC 환경에서 누가 주도권을 갖게 될지, 그리고 그 변화 과정에서 생길 각국 정부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소득 하위 계층의 소득은 왜 줄었을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3분기에 우리나라의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계층의 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 남짓 감소했습니다. 나머지 가구들의 소득은 소폭 증가했으며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2.9% 증가했습니다.

어떤 계층이든 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합으로 구성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하위계층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감소한 영향이 통계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통계를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은 이 통계가 보여주는 숫자가 어떤 사람 또는 어떤 그룹의 소득 증감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득 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100명 가운데 소득 수준이 낮은 20명의 평균소득을 집계한 것일 뿐이어서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2% 감소했다면 작년에 소득 하위 20% 그룹의 소득보다 올해 소득 하위 20% 그룹의 소득이 2% 낮다는 의미이지, 작년에 소득 하위 20%에 속해있던 그 사람들의 소득이 올해 2% 낮아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작년에 소득 하위 20%에 속해 있던 사람 중에는 올해는 소득 상위 20% 또는 소득 상위 40% 등 그룹으로 옮겨간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이미 다른 그룹으로 이동한 사람이어서 소득 하위 20% 그룹의 소득 변동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 사람 대신 누군가는 소득 하위 20% 그룹으로 추락했을 텐데 통계에는 바로 그 사람의 소득이 소득하위 20% 그룹의 소득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소득 하위 20% 계층의 사람들이 모두 로또에 당첨되어서 소득 상위 20%그룹으로 이동하더라도 이 통계에서는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수백배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나지 않고 로또에 당첨되지 못한 다른 그룹에서 하위 20%를 뽑아서 그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간주합니다. 작년에 하위 20% 소득계층과 올해 하위 20% 소득계층의 면면은 동일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통계는 소득 계층별로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통계로는 유용하지만 소득 계층의 이동성이 큰지 작은지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통계를 보고 뉴스의 제목처럼 <돈을 풀었는데 하위 40%의 소득은 되레 줄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작년에 하위 40%에 속하던 계층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 그보다 상위 소득 계층으로 이동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 양극화가 부르는 자산 양극화

새로운 사실: 고소득층에게는 수억원의 신용대출이 가능하지만 서민들은 소액대출도 어렵다는 뉴스입니다. 금융회사들이 이런 대출행태를 보이는 것은 저소득층의 원리금 상환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쏠림이지만 이 같은 대출 양극화는 자산 양극화로 이어집니다.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고소득층들은 그 대출금으로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자산을 구입하고 그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서 대출 여력이 더 높아지는 선순환을 이어갑니다.

달러가 쌓이고 있다

새로운 사실: 달러 등 외화를 사들여서 예금해놓는 외화예금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저렴할 때 미리 사두려는 저가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달러당 1100원대 초반으로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달러가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싼 가격에 원화로 바꾸기 싫은 것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것도 달러 예금잔액이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달러 예금 잔액을 늘려놓은 투자자들은 앞으로 달러의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한 것인데 그 결과는 늘 그렇듯이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중국도 마이너스 국채 발행: 중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19일 40억유로(약 5조3000억원) 규모의 유로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는데요. 이 가운데 7억5000만유로 상당의 5년물 국채는 연 -0.152% 금리로 발행됐습니다. 빠른 경기 회복 덕분에 중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기차에 3조 투자하는 GM: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 270억달러(약 30조699억원)을 투자합니다. 전기자동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한 겁니다. 새로 출시하는 전기차 모델 개발 일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GM은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지만 시가총액은 610억달러로 테슬라(4769억달러)의 13%에도 못 미친다.

🇮🇳치솟는 인도 증시: 인도 센섹스지수가 최근 4만4000선 안팎을 오가며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낭보가 잇따라 전해지면서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특히 신흥국 중에서도 최근 글로벌 자금이 가장 큰 폭으로 유입되고 있는 시장입니다. 경기 회복세가 가파른 데다 글로벌 제조 수요가 늘어나면 가장 수혜를 볼 국가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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