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당 시작한 미국 기업들

다시 배당 시작한 미국 기업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미국의 주요기업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배당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다시 배당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S&P500 지수 내 500개 기업 중 42개 기업이 올해 들어 배당을 중단했지만 최근 이 가운데 6곳이 배당을 재개하거나 향후 배당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앞으로도 배당을 다시 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배당을 못할 만큼 위기가 심하지는 않다는 판단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배당을 잇따라 줄이고 있다는 지난 8월의 뉴스와는 분위기가 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서 투자할 곳에 투자하고도 돈이 남으면 배당을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거나 미래에 자금 수요가 많을 것 같으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니 배당 여부는 기업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입니다. 다만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 이후로 기업이 배당을 하는 것에 대한 가치 판단이 꽤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하거나(이렇게 하면 주주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서 사실상 배당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아니면 직접 배당을 하는 것은 회사의 부를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바람직한 행위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지나친 배당∙자사주 매입에 한순간에 힘들어진 보잉: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 이후 자금난에 빠진 보잉의 장부를 보고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보잉이 21년 동안 연속 흑자를 내고도 올해 단 1년간의 적자로 자금난을 겪게 된 것은 그동안 매년 번 돈을 대부분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으로 사용하고 회사 운영비는 대출을 통해 조달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출이자율이 회사의 자본이익률보다 낮기 때문에 돈을 빌려서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면 계속 그런 일을 할수록 주주들에게는 이익입니다.

(2명이 1억원씩 내고 동업하는 식당에서 2명의 동업자가 각각 1000만원씩 매년 이익을 배당 받는다면 자본 대비 이익률이 10%이므로 둘 중 한명은 어디선가 돈을 빌려서 상대방의 지분을 사들이고 그 식당을 100% 본인 소유로 바꾼 뒤에 그 빌린 돈의 이자를 스스로 감당하는 게 더 유리합니다. 보잉은 그런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처럼 갑작스런 위기가 닥치면 현금 보유액이 별로 없고 갑자기 적자 폭이 커지는 기업에는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을 줄이고 현금 보유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배당이 적어서 문제?: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낮은 것에 대한 반론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은 약 25% 정도로 주요 선진국들의 배당성향이 4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배당에 인색한 이유: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이 적은 것은 대주주가 다른 주주들을 동업자로 생각하지 않는 나쁜 문화 때문이라는 비난 이외에도 몇 가지 이유들이 더 있습니다.

1️⃣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서 배당을 해봐야 대주주가 가져가는 돈은 얼마 안 된다(그냥 회사에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게 낫다. 배당을 받으면 배당 소득세로 배당금의 절반가량을 내야 한다. 굳이 거액의 세금을 내면서 배당을 받을 이유가 없다)

2️⃣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서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는데 그때 회사에 현금이 많으면 자사주를 사들여서 우호세력에 넘기는 식으로 대응을 할 수 있다.

3️⃣ 상속세율이 높아서 상속 전략이 필요한데 회사에 돈을 쌓아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자사주를 사들여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도 활용되고 부모가 사망한 후 자녀가 지분을 물려받은 후에 대규모 배당을 하는 게 유리합니다. 괜히 부모가 배당을 많이 받아 놓으면 자녀의 상속세 재원만 축나고 부모가 받은 배당은 상속가액으로 잡혀서 상속세를 더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4️⃣ 상속을 하려면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자녀 회사에 돈을 몰아줘야 하는데 그 일을 하려면 부모 회사에 현금이 많아야 가능하다.

5️⃣ 한국 기업은 해외 경기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 많아서 지금 현금이 많더라도 해외 경기가 나빠지면 악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으니 늘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보잉 고생하는 거 봐라)

6️⃣  주주들이 사업하고 투자해서 돈을 더 벌라고 준 돈을 주주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배당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아마존은 계속 투자하면서 주주들에게는 배당을 한 푼도 안 한다. 다만 우리는 아마존처럼 속도감 있게 투자하지 않고 신중하게 투자하느라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5번의 이유에 더 무게와 설득력을 싣는 사건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국영기업의 줄도산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최근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좋지 않지만 지방정부들이 보증을 서고 회사채를 발행해서 빚을 돌려막는 관행을 반복하다가 생긴 일입니다.

지난 10일 허난성 국영기업 융청석탄전력에 이어 17일 칭화유니와 화천자동차(국영기업)의 채무불이행이 발행했고 20일에는 독일 BMW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화천그룹이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보증해준 이들의 부채: 이런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건 중국 정부도 알고 시장에서도 알고 있던 일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이런 기업들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런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높은 가격(낮은 금리)에 거래됐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국영기업들의 부도를 중국 정부가 방관 또는 의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정부의 내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부분 중국 정부가 의도를 갖고 진행하는 일이어서 대부분의 사건은 그 사건의 결과보다는 그 사건을 일으킨 중국 정부의 의도를 더 궁금해합니다. 결과는 대부분 <중국 정부가 알아서 정리한다>이니까 별로 궁금하지는 않습니다)

구조조정의 시작: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중국은 정부가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으면서 경기를 부양해왔지만 늘어난 설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부채를 돌려막으면서 생존만 이어가는 기업들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가가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중국 주요 국영기업들의 부도는 중국의 기업들이 그동안 빚의 힘으로 유지되어오던 사이클이 끝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단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음을(중국 정부가 그런 선택을 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그런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중국의 경기상황이 그런 일련의 사고를 감당하기 충분할 만큼 매우 양호하고 당분간도 양호할 것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치솟는 화물 운임: 연말을 앞두고 항공·해상 운송 운임이 치솟고 있습니다. 이달 홍콩~북미 노선의 항공화물 운임은 지난달보다 25% 올랐고,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도 일주일 새 4.3%가 올랐습니다. 연초 코로나19 확산에 대기 중이던 화물들이 하반기 들어 한꺼번에 몰린 데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물동량이 급증한 영향입니다. 3분기 이후 컨테이너선이 부족해지면서 바닷길로 가지 못한 화물이 대거 하늘길로 유입되고 있어 양대 수출길 운임은 연말까지 비쌀 전망입니다. 국내 수출기업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IT 플랫폼, 좋은 시절 끝?: 중국 정부가 대형 IT 회사를 규제하려 나섰습니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에 대한 상장 중단 지시(지난 3일), 플랫폼 반독점 규제 지침 공표(10일), 공정경쟁 촉진 범정부 협의체 설치(19일) 등에 이어 핀테크의 알짜 수익원인 금융업(소액 대출)마저 차단할 기세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외국 플랫폼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국 기업의 독점 문제를 묵인하다시피 했는데요. 이제 이들 기업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키워가자 대형 플랫폼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올해 13배 오른 중국의 테슬라: 중국의 테슬라로 알려진 니오의 주가는 이달 들어 61%나 올랐습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적극적인 중국 정부가 기업에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에 관심이 쏠린 것도 한몫했습니다. 블랙록(1064만주)과 뱅가드(545만주),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A·432만주) 등 세계 3대 자산운용사도 지난 3분기 일제히 니오 주식 보유분을 늘렸습니다.

🍚여름 태풍이 부른 곡물 가격 상승: 이달 들어 곡물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올여름 태풍과 장마로 쌀과 찹쌀, 콩, 팥 등 식량작물로 분류되는 농산물 생산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달 쌀값은 작년 이맘때보다 17.5% 뛰었고, 찹쌀(9.4%), 콩(5%) 등도 값이 빠르게 올랐습니다. 국제 곡물가격도 오르고 있어서 농산물 가격이 한동안 잡히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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