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김태규의 HR 나우

🗣 협상에 감정을 섞으면 무조건 손해다 : 협상을 한다고 하면, 보통 한정된 자원을 두고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상대와 싸우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협상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협상이란 상호간의 궁극적인 목적을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협상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어떤 목적을 두고 있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국 나와 상대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협상의 시작인데, 많은 경우 나 자신의 목적조차 파악하지 못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지낼 당시, 테니스를 치고 목이 말라 <Jack-In-the-Box>라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에 들렀습니다. 손님이 없는 가게였지만 종업원은 무언가 다른 일에 몰두를 하다가 저를 맞이해선지 귀찮은 인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콜라 있냐고 물었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콜라는 없는데”라고 답변했습니다. 저도 기분이 상해 “뭐 이렇게 불친절한 가게가 다 있어” 라고 불평을 하고, 조금 떨어져 있는 편의점에 가서 탄산음료를 사 마셨습니다.

돌아보면 저도 점원도 협상에 실패한 것입니다. 제가 콜라를 요구하기는 했으나,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콜라가 아니라 갈증해소였지요. 아마도 종업원이 ‘콜라는 없는데 스프라이트는 있어’ 라고 반응을 보였다면 주저 않고 사서 마셨을 것입니다. 저도 발끈하지 않고, ‘내가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다른 탄산음료는 없어?’ 라고 물었다면 멀리 떨어져있는 편의점까지 수고스럽게 가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 협상을 성공시키는 3가지 조건 : 이렇듯이 자신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잊은 채, 감정적 판단의 개입으로 효과적인 협상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래의 3가지 조건을 부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첫째는 가치 창출(Create Value)입니다. 가치는 협상 당사자 간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인식의 차이, 우선순위의 차이, 경제적 지위의 차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가 생겨납니다. 몇주 전 학교 MBA 과정에서 협상 주제로 강의를 하던 중 어떤 분(A)께 한시간의 가치가 얼마냐고 물었고 100만 원 정도로 생각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B)은 10만 원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A가 다음 주말에 약 5시간이 소요되는 집안 대청소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신의 친구인 B가 1시간의 가치를 10만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A는 자기 스스로 5시간 동안 청소를 하기보다는 B에게 전화를 걸어 “250만원을 줄테니, 5시간 동안 집안 대청소를 대신해 달라”라고 요청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를 통해 A는 5시간에 걸쳐 청소를 했더라면 발생했을 500만 원의 비용 대신, 250만원을 지불해서 250만원의 가치를 창출했고 B는 자신이 50만원이라고 생각하는 5시간에 대해서 250만원을 받았으니 200만원의 가치를 창출시킨 셈입니다. A와 B가 무엇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른 차이 덕분에 총합 450만원의 가치가 생길 수 있던 거죠.

두 번째는 가치 획득(Claim Value)입니다. 협상을 통해 창출된 가치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A가 B에게 청소 비용으로 6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면, B에게도 10만 원의 이득이기 때문에 A의 제안을 받아들일 겁니다. 반면 B는 440만원의 가치 획득을 하게 되지요. 첫번째 조건인 가치 창출의 측면에서는 총합 450만원으로 변한 것은 없지만, 가치 획득 측면에서는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진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효과적인 협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A와 B 양자간의 논의를 통해 무엇이 공정한 배분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가치 창출에 있어서의 양자간의 공헌도, 자원을 필요로 하는 정도 등 여러가지 공정성 기준에 입각하여 가치 획득의 선을 긋는 것이 효과적인 협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조건입니다.

효과적인 협상의 세번째 조건은 신뢰 형성(Build Trust)입니다. 첫번째의 가치 창출과 두번째의 가치 획득을 만족스럽게 진행했다면 당연하게 나오는 결과물입니다. 협상에서의 신뢰란 ‘유사한 상황에서 상대와 다시금 자원의 거래나 협상에 응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얼마나 긍정적인가로 측정해 볼 수 있습니다. 협상을 싸워서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치를 창출하는 문제풀이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는 답변이 되겠습니다.

✋ 기억하세요. 협상은 싸움이 아닙니다 : 직장에서도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형태의 협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협상이 엎어지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협상을 ‘싸움’으로 생각하는 점에 있습니다. 효과적인 협상의 세가지 조건을 염두에 두고, 자신과 상대방의 목적을 파악하려고 노력해보세요. 협상이 생각보다 술술 풀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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