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페이스북과 전쟁을 벌였나?

애플은 왜 페이스북과 전쟁을 벌였나?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공식적으로 참여도 하지 않았던 애플이 큰 주목을 끌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프라이버시 정책을 강조하는 광고 공세와 함께 담당 중역이 원탁 대담에 패널로 참석했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에 대해서, 리맴버 밸리가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애플의 강력한 보안 정책 도입: 그 뒤 애플은 새로운 프라이버시 보안 정책들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 핵심은 ATT라고 불리는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의 도입이었습니다. 특정 회사의 앱이 다른 회사의 앱들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사용하도록 허용할지를 이용자가 결정하게 해주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왓츠앱은 한 회사의 앱들이라 수집된 이용자의 성별, 나이, 위치, 건강, 검색 기록 등의 개인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문제는 다른 앱들도 그렇게 수집된 정보들을 이용자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어왔다는 것입니다.

애플은 지난해 9월에 발표된 iOS 14와 iPadOS 14 등 최신 OS에 ATT를 도입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한 광고에 기대어 수익을 창출하는 페이스북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물론, 대다수의 중소형 앱 개발사들까지 반발에 나서자 이를 미루어 왔습니다.

기존 광고 플랫폼의 강력한 반대: 페이스북을 위시한 다양한 앱 개발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집된 개인 정보들을 분석하여 맞춤형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유지되는 사업모델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 수익을 얻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진다는 것이죠.

지난해 12월에 페이스북이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저명한 신문에 “모든 소규모 사업자를 위해 애플에 맞서겠다”다거나 “인터넷 자유를 쟁취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광고를 게재한 것은 그러한 반발의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만큼 위기감이 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애플은 지난달 말에 있었던 OS의 업데이트에서 미루었던 ATT의 도입을 실행했습니다. OS를 업데이트하면, 개인정보보호 설정 안에 ‘추적’ 메뉴가 생기고, 앱이 추적을 전반적으로 불허할지 아니면 특정 앱들에게만 허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애플이 이렇게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호 자체가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맥북 등 하드웨어의 판매와 자사의 구독 서비스들에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프라이버시에 예상보다 민감했던 소비자들: 애플의 ATT 도입 직후 상황은, 소비자들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입니다.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미국 사용자의 단 4%, 전 세계 사용자의 12%만이 ATT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것입니다. 미국 내 예비조사에서 41%가 ‘동의’할 것이라 예상한 것에서 완전히 빗나간 것이죠.

위기의 페이스북, 적응하는 구글: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히 페이스북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간 맞춤 광고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해 왔으나, 이제 광고 효용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애플과 구글은 자체 생태계를 완성한 상태라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 때문인지, 구글도 내년 2분기부터 ‘안전 섹션’(safety section)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앱이 수집하는 정보의 종류와 책임을 제3의 기관이 검증하도록 하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구글 역시 광고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애플보다는 약한 절충안을 낸 것이죠.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무료 서비스 사업자들을 위축하게 만들어 모바일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용자들에게 무관한 광고가 집행되면서 광고주, 플랫폼, 이용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큰 흐름은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워낙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라, 애플과 구글이 앞장서 이를 강화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로 인한 난관을 페이스북이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가져온 뜻밖의 부작용
오늘의 이슈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는 약 2800개입니다. 우리나라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는 1500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회사가 ‘너무 많다’고 볼만한 숫자입니다.

새로운 사실: 그런데 앞으로도 더 많은 회사들이 코스닥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뉴스입니다. 이건 좋은 소식일까요. 나쁜 소식일까요.

코스닥 붐은 창업지원 정책의 효과: 코스닥 시장이 불안하고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많은 회사들이 상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기고 시중의 넘치는 자금이 그쪽으로 흘러가고 그것이 다시 스타트업 창업을 자극하는 순환고리는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시도하는 중요한 정책수단입니다.

저금리는 또 다른 창업지원책: 경기가 나쁠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중의 이자율을 낮추면 시중 자금이 고위험 투자처로 이동하게 된다는 이론 때문입니다. 요즘 은행 이자가 낮아지니 주식이나 부동산 등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몰리는 게 그 사례입니다. 그러다보면 스타트업에도 넉넉한 투자자금이 들어가고 그런 자금으로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페이스북, 구글 같은 회사들도 그런 자금을 받아서 성장한 회사들인데요. 이들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자리들(구글과 페이스북 직원들의 일자리 뿐 아니라 그 검색광고나 배너광고를 통해 물건을 파는 여러 기업들까지)을 생각하면 낮은 금리가 위험투자를 자극하고 그 자금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선순환 고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저물가의 원인 중 하나: 이렇게 탄생한 스타트업은 불경기를 극복하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들이 저물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더 효율적인 광고 방식을 통해 판매비용을 줄이기도 하고 아마존 같은 유통 기업들은 유통과 배송 비용을 줄여서 물가를 낮춥니다. 이들이 만든 저물가와 저금리는 다시 자본비용을 낮추고 위험투자를 늘리게 만들고 스타트업을 키우고 이들은 다시 저물가 저비용 사회를 만드는 긴 순환고리가 요즘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전형적인 흐름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호황기에 상장하려는 기업들: 올해 IPO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기록(25곳)을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고,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많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증권사와 대표 IPO 주관 계약을 맺은 기업은 768곳에 이릅니다. 올해 신규 주관계약은 247건(7일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177건)보다 40% 급증했습니다. 이 중엔 기업가치가 수천억원을 넘기는 기업도 꽤 많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증시로 돈이 쏠리면서 기업들도 서둘러 상장하는 모습입니다.

🇺🇸 미국의 실업자가 안 주는 이유: 지난 4월 미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예상치의 1/4 정도인 26만6000명에 그쳤습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니 고용도 빠르게 증가할 거란 예상을 뒤엎은 건데요.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어난 실업급여가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미국 서부 몬태나주에 사는 실업자는 최대 월 3488달러(39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금액은 작년 미국 패스트푸드 종사자 시급 중앙값(11.47달러)의 2배나 됩니다. 이렇게 일을 안 해도 준수한 금액을 받을 수 있으니 실업자들이 굳이 직장을 구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의 주 정부들은 실업수당을 줄이거나 구직 활동 보고를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