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vs 디플레. 중요한 것은 ‘언제’

인플레 vs 디플레. 중요한 것은 ‘언제’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미국 3월 소비자 물가가 전월 대비 0.6% 상승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니라 전월 대비입니다.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 4~5월에는 더 오를 것 같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점점 커질 전망입니다. 백신이 보급되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게 되면 물건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이 금리를 올리게 되고 결국 주식 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죠.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인플레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거죠. 인플레가 과연 오긴 올 것인지, 파월 의장이 아직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한 배경은 무엇인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인플레이션 올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올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백악관에서 정리를 해 줬습니다. 백악관이 직접 자료 정리를 해 준 것은 시장에 “앞으로 나올 지표를 보고 너무 놀라지 말라”는 예방주사를 놔 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백악관이 꼽은 요인은 1. 기저효과 2.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3. 백신 보급 이후 서비스 업종에서 나타날 보복적 소비 등 셋입니다.

먼저 기저효과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 나오는 물가지표는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로 나오기 때문에 1년 전에 어떤 상황인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난해 4월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 하락이 심각할 때였죠. 당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전년 동기 대비로는 4~5월에 큰 폭의 물가 상승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4월에 물가상승률이 4%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목표치(2%)를 한참 뛰어넘는 수치죠.

두 번째 문제는 공급망의 이슈입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전 세계 기업들은 좀 더 싸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좀 더 싼 노동력, 싼 원자재 가격만 있다면 어디든 생산기지가 되곤 했지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조달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제조기업들은 싼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게다가 최근 미국의 행보를 보면 과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나와서 “반도체는 인프라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중국을 배제하고도 미국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의미로 해석되곤 하는데요. 이 또한 가격이 아닌 다른 논리에 따라서 제품이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백신 보급 이후 나타날 보복적인 소비입니다. 현재 투자자들이 보복적 소비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저축률인데요. 실제로 미국의 저축률은 코로나19 이전에 10%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13% 수준으로 안정되었지만, 처음 보조금이 지급되었을 때는 30%를 넘을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해서 저축을 많이 했지만, 백신이 보급된다면, 저축한 돈을 본격적으로 쓸 것이라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인플레이션,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인플레가 올 수밖에 없다는 마지막 논리가 저축률 이었는데요. 반대로 인플레가 쉽게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된 논거도 저축률입니다. 왜일까요?

우선 미국의 저축률을 장기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13.6%였던 저축률이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에는 3.5%까지 낮아졌습니다. 저축률이 3.5%라는 것은 가처분소득이 100이라면 97은 다 써버렸다는 걸 의미합니다. “얼마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숫자이지요. 하지만 이 숫자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코로나19이전에 10%까지 상승했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해 1월, 연준에서 발표한 논문(Dynastic precautionary savings, Corina Boar, Jan 2020)에는 사회 불안이 커지면서 부모가 자녀를 위해 저축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국내 상황과도 비슷한 것 같은데, “나(부모)는 집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집값이 너무 올라서 자녀를 위해서 저축을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라는 것입니다.

뉴욕 연준에서는 미국 국민들이 그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3월에 받은 돈에 대한 조사 결과는 저축률이 낮아지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돈을 쓰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작년 6월에는 29.2%였는데, 이번엔 24.7%로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저축을 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36.4%에서 41.6%로 증가했습니다. 여전히 미래를 불안해 하고 있다는 얘기죠. 저축률이 높은 상태에 머물면 물가는 높아질 수 없습니다. 시장에 돈이 풀리지 않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언제 결론이 나느냐’: 우리가 마주할 미래가 인플레인지 디플레인지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투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이냐가 아니라 ‘언제’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결론이 날 때 까지는 연준은 지금처럼 돈을 풀 것이기 때문입니다.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은행의 대출 데이터가 주는 시사점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은행에서 가계로 나가는 대출의 규모가 지난달(3월)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용대출은 줄었지만 전세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늘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6조5000억원 늘었습니다.

대출이 나가는 속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을 조합하면 요즘 은행의 영업마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대출이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은행들의 대출이자는 상승세일 가능성이 크지만 예금이자는 제자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이 고객들에게 주는 예금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연동해서 움직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요즘 은행들의 자금 조달원가가 별로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은행권의 재미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정기예금 가입금액이 2월과 3월에 계속 전월 대비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낮은 이자율과 주식시장의 활황 등으로 정기예금을 깨고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소비자들이 많았는데 그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겠습니다.

주식으로 쏠리는 자금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을 ETF로 운용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퇴직연금을 은행 예금에 넣어두고 이른바 ‘쥐꼬리 수익률’ 고민을 해왔던 소비자들이 퇴직연금을 사실상 주식투자와 비슷한 ETF에 투자해서 운용하려는 수요가 강하게 생기면서 은행에 가입한 퇴직연금으로도 ETF를 매수할 수 있게 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뒤늦게 ETF 투자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연말정산 환급용으로 주로 가입하는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도 낮은 수익률 때문에 연금펀드로 넘어가는 고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은행이나 보험사에 맡기고 이자를 받는 것보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입니다. 물론 장기 수익률이 어떤 것이 더 좋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알 수 없으니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수요도 여전히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도 주식투자가 예금이나 채권을 앞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전 세계의 부의 배분이 주요 기업들로 쏠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낮은 이자율과 정부의 통화 공급 등으로 늘어난 돈은 소비나 투자를 통해 결국 어딘가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 종착역은 품질 좋은 상품을 내놓는 기업들이라는 설명입니다.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그래서 채권이나 은행예금의 이자율은 낮아지지만 주요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은 경제성장률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우량한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더 나은 투자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어려운 기업들은 돈이 부족해서 주식을 발행하기도 하지만 우량 기업들은 버는 돈으로 자사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기도 하니 그 가치상승이 더 빠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노인 고용 늘리는 일본: 일본은 근로자가 원할 경우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했습니다. 이 법은 기업이 종업원에 대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는 노력을 의무화한 것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희망자를 65세까지 고용하도록 하는 의무를 70세까지로 강화한 겁니다. 70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이미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인 일본 입장에선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네이버의 콘텐츠 장터 실험: 네이버가 전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 장터 ‘프리미엄 콘텐츠’를 출시합니다. 콘텐츠 유료 구독 트렌드를 마련하고, 창작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줘 이들을 플랫폼으로 포섭한다는 게 네이버의 복안입니다. 콘텐츠 내용, 상품 구성, 금액 등은 모두 콘텐츠 제공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될 전망입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콘텐츠 형식도 창작자가 정하게 됩니다.

(광고) 고객의 생각이 궁금할 땐, 리멤버 서베이를 진행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