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 슈퍼 호황, 정말 올까?

내년 반도체 슈퍼 호황, 정말 올까?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최근 내년 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언론 혹은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2019년은 가격 폭락으로 인해,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굴곡이 많았던 만큼 2021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2018년의 슈퍼사이클을 재현할 것이라며 시장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2021년의 반도체 시장, 과연 슈퍼사이클이 올까요?

2018년 반도체 시장은 정말 호황이었나?: 내년 반도체 시장이 2018년과 같은 슈퍼사이클이 된다고 말하려면, 2018년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이었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8년은 호황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호황이란 수요가 넘쳐나서 공급이 부족해지고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2017~2018년 반도체 시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요 증가세는 완만하게 둔화되었지만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해 직전 3~4년 동안 글로벌 설비투자가 위축되어 공급부족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수요는 비슷한데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급등하게 되지요. 일종의 불황형 흑자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공급이 다시 정상화되면 가격은 원래의 적정 수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2019년의 상황입니다.

2021년 반도체 가격은 급등할 수 있을까?: 2018년의 소위 슈퍼사이클은 앞서 말했듯이 가격 급등에 기인합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므로 향후 가격 움직임을 예상하려면 현재 반도체 시장의 수급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D램과 낸드의 비트그로스(용량을 기준으로 한 연간 수요증가율)는 각각 2015년과 2016년 크게 하락한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D램은 20% 안팎, 낸드는 35~40% 정도이지요. 내년에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반도체 수요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있는 반면, 공급은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그렇기에 반도체 사이클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공급량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공급의 확실한 선행지표는 설비투자입니다. 기업들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구매 현황을 보면 1~2년 후 공급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잠시 주춤했던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2020년 또 다시 크게 늘었습니다. 2019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반도체 가격 폭락의 원인이 되었던 2017~2018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공급과잉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강세를 보이기란 쉽지 않죠. 다소 상승할 수는 있지만 2018년의 재현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매출은 2018년 추월 가능하지만 영업이익은 불가능: 2018년 D램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50%를 넘었습니다. 장치산업인 제조업에서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죠. 치킨게임으로 일본의 메모리 업체들이 연달아 무너지며 수년간의 설비투자 암흑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 그 때와 많이 다릅니다. 결론적으로 2021년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 규모나 영업이익률은 2018년과 결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출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도체 시장 규모 자체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지요. 메모리 수요가 20~40%씩 3년 연속 증가한다고 생각해 본다면 양적 규모는 2018년 수준을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가치를 매출로 판단할지 영업이익이나 이익률로 판단할지는 투자자들의 몫입니다.

또 하나의 변수, 미중 기술패권전쟁. 바이든의 선택은?:  2021년 1월 20일이 되면 미국의 대통령이 바뀝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미중 간의 무역갈등과 기술패권전쟁이 지속되리라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IT산업을 견제할수록 반도체 시장은 위축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미국이 자유무역을 옹호하면 반도체 시장은 살아납니다. 그렇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가속도가 붙겠죠. 트럼프는 전자를 택했습니다. 바이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포스코에서 경영컨설팅을 합니다. 복잡한 IT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

은행이 만들 온라인 플랫폼, 성공할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내년부터는 은행 앱에서 쇼핑도 하고 음식배달도 시킬 수 있게 됩니다. 정부가 규제를 풀었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가 궁금하기 전에 은행이 자사의 앱에서 뭘 하든 그조차 규제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냐고 반문할 만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습니다. 은행의 영업수지가 나빠지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은 영업의 종류와 형태와 심지어는 주주들에 대한 배당까지 정부의 간섭을 받습니다.

정부가 이걸 허용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각종 핀테크나 간편결제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아무나 은행 또는 은행 비슷한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상황에서 그렇다면 은행도 아무거나 할 수 있게 해야 공평한 것 아니냐는 은행권의 요청 때문입니다.

그 속사정을 좀 더 깊게 들어가면 데이터 확보 문제가 걸려습니다. 은행의 핵심사업은 대출이고 대출의 핵심 경쟁력은 대출상환능력에 대한 분석과 판단인데요. 이게 가능하려면 그 판단기준이 될 만한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은행들은 은행 앱 안에 소상공인들의 상점을 집어넣고 결제가 이뤄지도록 해서 해당 상인들의 매출과 수익성을 확인해서 대출에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이제는 테크기업이 견제 대상: 물론 이런 시도는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 정도만 봐도 가능한 일이었지만 신용카드 결제가 줄어들고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가 늘어나면서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졌습니다.

정부의 이해관계도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은행이 크고 테크기업들이 작아서 테크기업들에게 각종 금융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면서 은행을 견제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테크기업들이 더 커지고 있어서 은행에게 이들 기업들을 견제하도록 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은행 앱에서 치킨을 시키는 ‘습관’을 갖게 되겠느냐입니다. 공공배달앱이 실패한 이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취지만 아름답고 나머지는 다 불편한 앱을 소비자가 왜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역세권엔 고층 아파트 짓게 해준다

새로운 사실: 새 국토부장관이 내놓는 부동산 대책은 역세권 고밀도 주택이 될 것 같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역세권에 주거용 건물을 지을 때는 용적률을 더 높게 허용하되 높아진 용적률로 인해 더 지어진 주택의 상당 부분은 공공임대주택 또는 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 받겠다는 것입니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똑같은 면적의 땅에 아파트를 지어도 더 높게 지을 수 있어서 더 많은 가구가 거주할 수 있게 됩니다.

장점은 그로 인해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점 또는 변수도 몇 가지 있습니다. 역세권에 이미 존재하는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그런 용적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 등을 함께 완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용적률을 높여도 재건축조합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익이 늘더라도 대부분을 환수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의 인센티브가 적습니다.*

* 평생 한 번밖에 못하는 재건축이라면 굳이 서둘지 말고 정권이 바뀐 후에 규제가 사라지면 하는게 낫다는 판단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세권의 다가구 주택가를 재개발하면서 용적률을 높여야 하는데 재개발은 규제가 적으므로 가능해보입니다. 다만 재건축에 비해 재개발은 재개발이 마무리되고 나면 오히려 거주가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고* 그 과정에서 이주 수요 등으로 전세난이 불가피한데 하필 전세난이 가속화되는 시기여서 2~3년 내로 그런 계획의 실현이 가능할지 미지수입니다.

* 아파트에는 주차장, 놀이터, 상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공간도 다가구 주택에 비하면 비교적 널찍하게 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진짜 서민의 거주 문제는 여전히 남아: 역세권의 아파트가 아닌 다가구 주택가의 재개발로 아파트를 지으면 서울에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 자꾸 줄어들게 됩니다. 저소득층이 살 수 있는 주택이 계속 줄어들면서 저소득층은 서울에서 거주하려면 지금보다 더 열악하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주택에 거주해야 합니다. 중산층의 수요를 위해 서민용 주택을 자꾸 멸실시키는 게 옳은 판단인지에 대한 논란이 남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활발한 바이오∙미래차 M&A: 바이오업계와 자동차업계의 M&A 소식을 다룬 한국경제의 기사입니다. 이들 업계는 최근 M&A가 활발한 분야입니다. 경쟁 업체와 강소기업을 삼켜 시간을 아끼고 경쟁력과 덩치를 키우며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올해만 세 개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최근 5년간 길리어드가 인수 및 인허가 등에 투자한 자금은 328억달러에 이릅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을 앞둔 자동차업계도 M&A가 활발합니다.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전기차 부품업체 블루넥서스의 지분 10%를 인수해 전기 드라이브 모듈의 개발과 판매를 같이 할 계획입니다. 폭스바겐은 유럽 렌터카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유럽카 인수에 뛰어들었습니다.

🧳높은 세율에 캘리포니아 떠나는 머스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제2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텍사스로 이주했습니다. 높은 소득세율 때문이었는데요. 캘리포니아의 소득세율은 13.3%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습니다. 법인세율도 8.84%로 높은 편입니다. 머스크 CEO가 이주하는 텍사스는 주 차원에선 소득세와 법인세를 거두지 않습니다. 머스크처럼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향하는 기업들도 꽤 생기고 있습니다. IT업체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클라우드 업체 드롭박스 등이 그렇습니다.

🇨🇳수해 입었던 중국, 식량 수입 늘리는 중: 중국의 올해 식량(곡류, 콩류, 감자, 고구마 등) 수입이 작년보다 30%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와 창장 홍수 등의 여파로 중국 내에서 생산된 식량이 수입산보다 현저히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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