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미래, 결국 성장률에 달린 이유

한국 부동산 미래, 결국 ‘성장률’에 달린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나라가 일본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두 나라의 경제 구조는 유사한 점도 많은 반면 차이점도 꽤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한국의 미래를 일본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를 비교하는 연구도 종종 나옵니다.

최근 발행된 IBK경제연구소의 보고서도 그런 부류인데요. 보고서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공유합니다.

일본 경제와 한국 경제는 4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의 비중이 큰 나라들이라서 해외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다. 둘째, 저성장이 진행중이다. 셋째, 두 나라 모두 부채가 많다. 넷째, 고령화하는 인구 구조가 흡사하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IBK경제연구소

1️⃣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은 버블 경제 때의 일본보다 더 우려됩니다. 당시 일본은 총 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1% 수준이었는데, 한국은 17% 입니다.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도 한국이 일본보다 높습니다.

그 의미는 이러합니다. 일본과 한국이 모두 부채가 많지만 일본은 정부가 주로 부채를 떠안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정부보단 민간, 특히 가계에서 주로 부채를 떠안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부동산이 일본보다 좀 더 부채 의존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IBK경제연구소

2️⃣ 한국의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를 일본과 비교하기 위해 두 나라의 고급 주택인 도쿄의 단독주택과 서울의 아파트를 비교해보면, 한국의 아파트가 일본보다 2배가량 비쌉니다. 당연히 소득 대비 주택 가격도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높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부동산 거품 정점기보단 현재 우리나라의 거품이 더 적긴 합니다. 당시 일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약 60배였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30배를 약간 웃도는 수준입니다.

결국 지금으로선 일본 집값이 우리나라보다 더 싸니까 거품의 정도도 현재의 일본보단 현재의 우리나라가 더 크지만, 그 거품이 터질 수준인가를 묻는다면 “일본의 거품 정점기와 비교했을 때 아직 그만큼은 아니”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한국이 집값 하락 방치하기 더 쉽지 않아: 다만 한국은 특유의 전세 제도로 인해 사실상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는 ‘무이자 사금융’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금융 규제가 잘 작동하지 않고, 집값이 하락하면 역전세난 문제가 더 커져버립니다. 정부가 집값 하락을 방치하기 쉽지 않은 구조란 점은 우리나라가 독특하게 안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부동산 거품 붕괴를 공장 화재 상황에 비유하면, 한국이란 공장은 일본이란 공장보다 인화성이 강한 물질(부채 수준)은 더 많지만 화재의 초기 규모나 주변 자재의 건조함(부동산 가격의 거품 수준) 정도는 일본이 더 문제였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 부동산 버블 사태는 정부 문제도 커: 하지만 불길이 커지느냐, 초기에 잡히느냐는 불이 난 이후 대응에 달려있죠. 부동산 문제 역시  마찬가집니다. 국민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느냐 여부가 향후 결과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는 거품 정도가 너무 컸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 이후의 대응이 매우 실망스러웠단 점에도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일본 정부는 부동산 거품기 전후로 늘어나는 부채를 거의 컨트롤하지 못했고, 부채의 상대적 부담 수준을 낮추기 위한 성장 동력 발굴에도 무능했습니다. 한국은 다양한 가계부채 규제를 이미 시작했고, 일본에 비해 구조조정에 좀 더 적극적이며, IT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일본보다 뛰어납니다. 이는 향후 대응과 전개가 일본과는 좀 다를 거란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걱정은 여럿 남아있습니다. 가계부채 규제가 부동산 가격 부양을 위해 늘 유동적으로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고, 일본은 경험하지 않았던 중국의 추격이란 변수를 IT 산업이 마주하고 있으며, 한계 기업과 비효율 집단의 구조 조정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부동산 거품 대비책은 경제 성장?: ‘한국 부동산이 일본의 뒤를 밟을 것이냐’는 질문을 가지고 오늘 소개한 보고서의 결론을 좀 더 기름기를 빼고 요약해보겠습니다. <일본과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부동산 거품 붕괴의 우려는 있다. 그러나 기왕 커진 가계부채 등의 문제점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우니, 성장을 빠르게 해서 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그러자면 사회적 자원을 비효율적인 분야보다는 성장성이 좋은 혁신 기업에 배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러한 설명도 가능합니다. 일본의 부동산이 장기 침체로 빠졌던 까닭은 ‘가격에 거품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보단 ‘일본 경제가 성장성 없이 장기 침체에 접어든 탓에 부동산 가격이 이를 따라갔기 때문’이란 설명 말이죠. (물론 비슷한 장기 침체를 경험 중인 유럽 부동산은 좀 다른 흐름을 보인다는 건 이 설명의 맹점일 수 있겠습니다.)

결국 가장 큰 변수는 성장률… 방해물은 고령화: 지금부터 얼마나 성장률을 높이느냐가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점치는 데 가장 큰 변수라는 결론에 동의한다는 전제로 본다면, 앞으로 한국 경제가 일본과 비교될 만큼 우월한 수준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냐가 남은 관심거리일 겁니다.

그리고 그 성장률을 높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고령화가 될 전망입니다. ‘일하지 않는 고령 인구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복지 체계를 효율화하고 혁신과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겠죠. 이미 그 경험을 수십년 앞서서 해온 일본과 유럽의 경험은 그게 상당히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인구 고령화가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론은 연구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고령화 그 자체보단 소득이 얼마나 증가하느냐, 사회적 트렌드가 주택 수요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더 큰 변수라는 겁니다. 즉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택 수요는 그보다 더 큰 변수들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고요.

유사한 연구 결과를 2015년 KDI의 ‘인구 고령화와 주택 시장’이란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그 보고서의 결론은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효과는 소득과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2.4%를 상회할 경우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와 결론이 비슷하죠.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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