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던 국채금리, 단어 5개가 잠재웠다?!

요란하던 국채금리, 단어 5개가 잠재웠다?!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최근 금융 시장의 최대 화두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사람이 늘었죠. 그래서 미국 국채금리도 좀 진정되는 줄 알았는데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도달할 정도로 금리가 크게 올라버렸습니다.

그런데, 지난 23일, 금리가 갑자기 진정되는 양상이 관찰됐습니다. 미국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트위터에 5개의 단어를 쓰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사연이었던 걸까요?

미국 국채금리 상승, 의미가 뭔가?: 올해 서학 개미들의 ‘최애’ 투자처는 단연 10년물 미국 국채였습니다. 10년물 미국 국채란 미국 정부에게 돈을 빌려준 대가, 즉 투자한 대가로 받는 종이를 말하는데요. “10년 후 원금을 돌려줄 테니, 매년 3% 이자를 챙겨드릴게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개념적으로 그렇단 얘기입니다!)

그런데, 보통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고 알려져 있죠. 이유를 쉽게 말씀드릴게요. 여러분이 위에서 설명한 종이를 소유하고 있고, 은행의 금리가 1%까지 하락했다고 해볼게요. 그럼 옆에 있는 친구들이 여러분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할 겁니다. “은행에선 금리를 1%밖에 안 주는데, 미국 정부는 너한테 3%나 줘?! 부럽다!”라고 말이죠. 때문에 그 종이는 그만큼 가치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은행 금리가 5%까지 올랐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럼 친구들은 여러분을 불쌍하다는 듯 쳐다볼겁니다. “은행도 금리를 5%나 주는데, 너는 왜 그런 종이를 들고 있는 거야?”라고 말이죠. 종이의 가치도 그만큼 떨어집니다.

금리 상승은 결국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거죠. 때문에 미국 국채에 투자한 많은 서학 개미들이 손실을 감내해야 했던 겁니다. 뿐만 아니라 금리는 미래에 발생할 현금 흐름을 할인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주식을 포함한 현금 흐름이 있는 모든 자산 가격을 하락시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미국 금리 상승에 모든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이유입니다.

시장을 진동시킨 헤지펀드 매니저의 트윗?: 지난 8월,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트윗을 하나 남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플레가 연준 목표인 2%까지 내려가긴 어려울 것 같다. 채권 금리가 많이 오를 것 같아서 그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는 포지션을 취하겠다”고 말이죠. 실제로 당시 4%에 불과했던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 23일 장중 5%까지 상승했습니다. 금리 상승에 베팅했던 빌 애크먼이 큰 돈을 벌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그때, 갑자기 빌 애크먼은 본인의 트위터에 아래 5개의 단어를 남깁니다.

“We covered our bond short”

풀이하면 <금리가 오를 때(채권 가격이 하락할 때) 돈을 벌어들이는 포지션을 줄이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이 5개의 단어 덕분에 5%를 찍었던 10년물 금리는 급격히 하락해 4.85%가 됐습니다. 퍼센트만 보면 체감이 안 될 수 있지만, 미국 국채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돈이 오가는 시장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빌 애크먼은 시장에서 지금 보고 있는 경제 데이터들보다 경기가 훨씬 빠르게 안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증거로 지역 은행이 망가지고 있고, 자동차 대출의 연체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죠. 경제가 안 좋아지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럼 금리도 하락하게 되겠죠. 때문에 ‘금리가 상승할 때 돈을 벌게 되는 포지션을 들고 있는 것’은 위험한 것 같다고도 이야기한 겁니다.

정보 공유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급격한 금리 하락이 트윗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5%에 도달할 정도로 많이 올랐으니 ‘이 정도면 채권을 사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한 사람의 트윗을 기점으로 시장이 이렇게까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투자자들이 놀랐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뭘까요? 바로 <정보 이동 속도가 현저히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빌 애크먼처럼 본인의 포지션을 공유하면서 시장에 임팩트를 주고, 또 그걸 통해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과연 3~5년 후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후대에 전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영어로 진(Gene)이라고 하죠.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를 저술한 리처드 도킨스 박사는 “정보를 종적으로 이동시키는 걸 gene이라고 했으니, 정보가 횡적으로 널리 퍼지는 건 meme이라고 해볼까?”라고 했다죠.

그 아이디어 하나로 탄생한 밈(meme)이라는 단어는 정보의 전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면서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단어가 됐습니다. 이와 동시에 금융 시장의 자산들도 하나씩 밈처럼 돼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게임스탑 등 일부 종목에 국한해 밈 주식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하더니, 코인 시장에선 밈 코인이란 말도 나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빌 애크먼처럼 혹은 빌 애크먼처럼 되고 싶은 수많은 투자자들 때문에 어쩌면 자산 시장의 가격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움직임을 보여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