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지금 네이버는 AI에 베팅했을까?

🎰 왜 지금 네이버는 AI에 베팅했을까?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 주가는 2가지에 달렸다?!: 지난 5월 네이버 실적에 대해 다루면서, 장기적으로 네이버 주가 흐름이 2가지 사안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첫째는 매출 성장엔 분명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영업 적자 상태인 포시마크*와 콘텐츠 부분이 얼마나 빨리 흑자 전환될 것인가였습니다. 둘째는 네이버가 야심 차게 준비해온 AI 서비스인 클로바X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인가였습니다.

📌 포시마크 : 네이버가 작년 말 인수한 미국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북미 최대 온라인 C2C 플랫폼이며 국내에선 ‘미국판 당근마켓’으로도 불림

빠르게 식은 클로바X 향한 관심: 드디어 지난달 24일 네이버는 그간 준비해온 초대규모 AI 엔진인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의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또한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하는 검색엔진 큐(CUE:)를 9월에 출시하고 11월에 네이버 통합 검색에 적용하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 발표 당일 네이버 주가는 6% 넘게 상승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주가는 상승분보다 더 많이 빠지며 약 8%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클로바X의 초기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사용자들을 대기하게 하면서까지 사용을 제한했지만, 답변 속도가 너무 느린 것부터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한국어와 한국 정보에 특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기본적인 내용에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기도 하고, 이른바 환각(할루시네이션)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베타 버전 한계 감안해도 만족도 낮아: 지역 정보, 인물 등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보유하면서 서비스하고 있는 분야와 관련된 답변은 상대적으로 정확한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부정확하거나 엉뚱한 답변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은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챗GPT나 구글의 바드 등을 이미 이용해본 적 있는 이용자들의 입장에선, 아직 베타 버전이란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만족도가 더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반응이 예상됐을 것임에도 왜 굳이 이 시점에서 베타 버전을 공개했을까요? 우선 지속적으로 하락 중인 검색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을 했을 것이란 해석이 있습니다. 여러 발짝 앞서가고 있는 구글과 MS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실전에서 검증된 AI 엔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서비스를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클로바X의 공개 이후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이 다시 올랐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10월 이후 쇼핑, 광고, 클라우드 등의 B2B 서비스를 통해 AI의 수익화를 시도할 예정이기 때문에, 손실이 불가피한 B2C 서비스인 클로바X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챗GPT나 바드 모두 당장엔 큰 손실을 발생시키는 중이라, 네이버 입장에선 그들과의 경쟁을 위해 완벽한 B2C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AI 네이버 주가의 장기 변수일뿐?: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후 네이버 주가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AI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고, 대신 실적 개선 여부가 더 중요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네이버의 AI가 한국이라는 시장에서는 분명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변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마침 네이버는 10월부터 쇼핑에서 제공되던 ‘도착 보장’ 서비스의 유료화나 자회사 서비스인 크림의 수수료 체계 개편 등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노력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