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를 조이는 진짜 이유

💰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를 조이는 ‘진짜’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요즘 은행에서는 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몇달 전부터 계속 있었던 일입니다. 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이상한 일의 향방은 앞으로의 집값에도 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서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담대 금리가 이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에 비해 약 2%p 정도 높은 게 일반적입니다. 오랜 기간 그래왔습니다. 그런데 최근(7월 기준)엔 기준금리보다 약 0.8%p 정도만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예금을 받거나 은행채를 발행해서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합니다. 요즘 은행들의 자금 조달 원가는 7월 기준으로 약 3.7~3.8%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주담대 평균 금리는 4.3% 정도여서 은행의 마진폭은 0.5%p가 될까 말까입니다. 매우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의 마진입니다.

이 뉴스(🔗 관련 기사)는 최근 은행들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요. 뉴스의 요점은 시중 금리가 오르는 폭에 비해 대출 금리 상승폭이 매우 미미해서 은행들의 마진 압박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왜 은행들은 이례적인 대출 금리 세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걸까요.

대출 금리 억눌러온 정부: 업계에서는 정부가 은행들을 압박해서 대출 금리를 억지로 낮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내내 그런 압박이 이어졌고, 정부가 그러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급랭을 막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PF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금융 시장 전반의 위기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어서 어떻게든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추락은 막아야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 대출의 이자율은 별로 낮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가격 반등과 거래량 증가가 나타난 것(🔗관련 기사)은 주담대 금리가 이례적으로 억눌린 영향이기도 합니다. 주담대 이자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10억~20억원대의 서울 아파트 구입을 위한 주담대의 DSR 산정 과정에서 대출 한도가 약 1억원 정도 늘어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은행들의 대출 마진 급감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정부의 스탠스가 분명히 부동산 가격 부양에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크게 보면 수요도 그리 시원치는 않고(하락 요인) 그러나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상승 요인) 어정쩡한 구간에 들어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스탠스가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만한, 그래서 정부의 시선을 잘 관찰해야 할 시기라는 의미입니다.

정부의 입장이 바뀐다?: 그런데 이런 정부의 스탠스가 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신호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50년 만기 대출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입니다. 이번에도 은행들은 자발적으로 50년 만기 대출을 중단하고 있습니다만(🔗관련 기사) 역시 정부의 압박이 있었을 것입니다. 40년 만기 대출보다 50년 만기 대출은 10억~20억원대의 서울 아파트 구입을 위한 대출 한도 산정 과정에서 약 1억원 정도의 대출 한도 증대 효과를 가져옵니다. 생각보다 50년 만기 대출의 부동산 시장 부양 효과가 크다는 뜻입니다. 만약 정부가 50년 만기 대출을 제도적으로 막는다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스탠스가 바뀐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걱정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뀐다면 올해 들어 계속 이어온 주담대 금리 인하 압박도 줄어들 것이고 이례적으로 억눌린 주담대 금리가 적어도 1%p 이상 튀어오르게 될 것입니다. 상승폭을 줄이면서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아파트 값은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습니다.

50년 만기 대출은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효과가 커서 이를 제도적으로 금지할 경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듭니다. 시중은행들을 압박해서 억지로 이자율을 낮추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는 부양책을 정부가 아예 못쓰는 카드로 구겨버릴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은행들이 알아서 자제하라는 정도에서 상황을 주시하는 중입니다.

위 두 뉴스를 확인한 소비자들이 고려해야 할 일은 2가지입니다. 1️⃣ 50년 만기 대출과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를 주시하면서 정부의 입장 변화를 주시하는 것, 2️⃣ 대출 갈아타기를 생각한다면 서두를 필요가 있겠다는 것입니다. (이례적으로 매우 낮은 현 금리가 더이상은 이어지지 않고 정상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주담대 금리는 과거엔 은행장도 받기 어려웠던 특혜성 금리입니다.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운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