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신용등급, 12년 만에 강등된 ‘진짜’ 원인?

🇺🇸 미국 신용등급, 12년 만에 강등된 ‘진짜’ 원인?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피치, 미국 신용등급 강등 :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2011년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인데요. 피치만 놓고 본다면, 미국 신용등급은 1994년 이후 최고 등급을 유지하다가 처음으로 낮아졌습니다.

피치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향후 3년 동안 재정이 악화할 것이고, 정부부채는 급증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다 보니, 정부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이죠. 또한 두 번째로 거버넌스의 약화를 언급했습니다. 미국 의회의 양당이 서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부채한도 이슈도 제때 해결을 못하는 등 믿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결정을 두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자의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늘은 그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정부 지출 증가에 미국 명목 GDP 3년 동안 37% 성장 : 미국의 명목 GDP는 코로나 저점 대비 37%나 성장했습니다. 미국처럼 큰 나라가 3년 만에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1️⃣코로나 때 너무 망가져서 2️⃣ 실질 성장률이 아니라 명목 성장률이기 때문입니다. 저점 대비 회복 폭만 보면, 미국의 성장률은 2차세계대전 직후인 1949~1952년 기록한 41% 이후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크게 성장했습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에 있었던 FOMC 회의에서는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제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죠. 그 내용을 보면, “파월만 봤기 때문에 틀렸다. 바이든을 봤어야 했는데…”라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미국의 12개월 누적 정부지출은 무려 6조7000억달러에 이릅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정부지출이 가장 많았던 때가 7조600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숫자입니다. 연준의 자산이 8조2000억달러까지 줄어든 점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코로나 때는 정부가 위기를 극복한다고 돈을 쓴 걸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도 다 끝났는데 돈을 이렇게 더 많이 쓸 줄은 몰랐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파월만 볼 게 아니라, 바이든을 봤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국채 발행 늘리며 이자 지출 급증 : 정부는 세금이 곧 수입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수입을 살펴봐도 최근에 조금 이상한 현상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전년보다 세금이 7.7% 적게 걷힌 겁니다. 경기침체도 없는데 이렇게 세금이 걷히지 않았던 적은 지난 50년 동안 한 번도 없던 일입니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지만, 세금은 걷히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빌려야겠죠. 정부가 돈을 빌린다는 것은 국채를 발행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5월 미국 정부가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디폴트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고, 이후 미국의 부채한도는 상향 조정됐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의 국채는 현재 32조7000억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국채 발행이 늘면 그만큼 지급해야 하는 이자도 늘기 마련입니다. 현재 미국 정부가 내야 하는 이자는 얼마나 될까요? 코로나 당시에 냈던 이자는 약 5000억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9000억달러를 넘었고, 조만간 1조달러도 넘을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부의 지출 항목 중 1위는 사회보장 비용이나 국방비가 아니라 이자 지출이 됩니다.

미국발 보조금 지급 전쟁 시작 : 이렇게 높은 금리로 빌린 돈으로 미국 정부는 뭘 할까요? 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보조금을 생각하면, 중국이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미국은 공정하게 경쟁하자며 말리는 모습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 등을 통과시킨 이후 압도적으로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저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예일 대학 석좌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중국을 욕하더니, 이제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었다!”고 말이죠.

그리고 보조금을 주지 말라던 미국이 앞장서서 보조금을 주니 다른 나라도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년 동안 배터리와 반도체에 얼마나 많은 보조금이 들어갔는지를 볼까요? 캐나다 213억달러, 826억달러, EU 479억달러, 일본 68억달러, 인도 100억달러입니다. 단순히 계산해도 우리 돈 200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이고, 아마도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보조금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말입니다.

양적완화 아닌 과잉재정의 시대 도래 : 그래서 저는 지금은 중앙은행이 시중에 통화를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QE)의 시대가 아니라, 재정정책을 과도하게 많이 쓰는 과잉재정(Fiscal Excess·FE)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돈을 푸는 건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비슷한 듯 다른 점이 많아서 정리가 필요합니다.

우선 QE의 주체는 중앙은행이고, FE의 주체는 정부입니다. 중앙은행은 QE를 통해서 없었던 돈을 새롭게 찍어 미국채를 삽니다. 미국 정부에 빌려주는 거죠. 그러면 미국 국채금리가 낮아지고, 이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FE는 정부가 없던 돈을 찍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높은 금리를 주고 빌립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정부가 원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합니다.

마지막으로 QE는 경기가 안 좋으면 시작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FE는 경기나 인플레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안보’라는 이유로 과잉재정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신용등급이 강등되긴 했지만,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재정정책을 멈출 생각이 없을 겁니다.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질 때 함께 나온 뉴스가 “3분기 미국의 국채 발행량이 1조달러나 된다”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채의 공급량이 많이 늘어나는 구간에서 금리가 안정될 수 있을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