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시총 3조달러>의 진짜 의미(ft.상반기 미국장 총정리)

🍎 <애플 시총 3조달러>의 진짜 의미(ft.상반기 미국장 총정리)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애플의 시총이 3조달러(3900조원)를 넘어섰습니다. 요즘에는 워낙 큰 숫자들이 많이 나와서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요. 오늘은 상반기 나스닥을 포함한 주요 자산군들의 성과를 분석해보고, 3조달러에 달하는 애플 시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애플 주가는 올해만 40% 상승했고, 2010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상승률이 무려 2500%에 달합니다. 애플이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는 1%가 안 됐는데, 지금은 8%까지 늘었습니다.

알파벳, 아마존 둘다 덤벼도 안 된다 : 3조달러면 얼마나 큰 규모일까요? 우선 알파벳(1.5조달러)과 아마존(1.3조달러)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크고, 최근 챗GPT 때문에 부각된 마이크로소프트(2.5조달러)보다도 무려 0.5조달러나 큰 숫자입니다. 다른 업종 대표 기업들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에너지 섹터 1위 엑슨모빌(0.43조달러),헬스케어 1위 J&J(0.43조달러), 필수소비재 1위 월마트(0.42조달러), 은행 1위 JP모건(0.42조달러), 엔터 1위 넷플릭스(0.19조달러)와 2위 디즈니(0.16조달러), 음식료 1위 코카콜라(0.26조달러) 와 2위 맥도날드(0.22조달러), 그리고 소비재 1위 나이키(0.17조달러)까지… 아직 자리가 좀 남네요. 인텔(0.14조달러)까지 더하면 2.86조달러입니다. 연달아 언급한 기업들을 다 합쳐도 애플 시총에 못 미치는 겁니다.

애플 시총보다 큰 GDP를 가진 나라는 4개뿐 : 국가의 GDP 기준으로 볼까요? 3조달러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애플의 시총보다 GDP 규모가 더 큰 나라는 전 세계에서 4개 나라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미국(21조달러), 중국(14.7조달러), 일본(5.1조달러), 독일(3.85조달러)만 애플 시총보다 GDP가 더 큽니다. 2.6조달러 수준의 영국이나 인도 GDP는 애플 시총보다도 작습니다. (물론 GDP와 시총을 1대1로 비교할 순 없습니다만, 3조달러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순환참조의 오류에 주의하라! : 보통 이렇게 시총으로 새로운 역사가 써지면, 이른바 ‘순환참조의 오류’라고 할 수 있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보다 5000억달러나 가치가 없는 회사인가?”라던지 “애플의 시총도 3조달러인데, 나는 너무 좀 싸보이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거죠. 옆집이 비싸게 팔리면, 우리집도 비싸졌을 거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거져. 가격 상승을 꿈꾸는 거니 ‘행복한’ 순환참조의 오류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올해 상반기 미국장 분석

위너들은? : 애플의 시총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올해 상반기 성과를 보고 이러한 성과가 무엇을 시사하는지 알아봅시다. 크게 위너(Winner)와 루저(Loser)로 구분해보겠습니다. 우선 나스닥은 올해 반년간 32%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가 16% 상승했으니까 딱 2배 더 많이 올랐네요. 나스닥 중에서도 Magnificant 7 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빅테크(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주가는 평균 62%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빅테크 성과가 좋았던 이유는 1️⃣ 높아진 AI 관심, 2️⃣ 높은 금리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안전자산이란 인식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일 겁니다. 특히 AI 관심이 커지며 반도체 관련주들의 성과도 매우 좋아서 42%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증시도 27%로 좋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중국과 일본의 성과 차이가 23%나 나면서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상반기에는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컸었는데 시장 기대가 급격히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럭셔리 주식들도 26% 상승하면서 위너가 됐습니다. 뚜렷한 소비의 양극화를 상징하네요.

루저들은? : 반대로 미국 지역 은행 성과는 -32%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때문에 급락한 이후 전혀 회복하지 못한 겁니다. 상업용 부동산 등 여러 우려가 남아있어서 하반기에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될 듯 합니다. 유가(-14%), 유럽의 리츠(-13%), 중국의 하이일드 채권(-10%)은 부진한 경기를 반영하면서 역설적으로 미국 인플레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상반기에는 ’21세기에도(!) 그것도 미국에서(!) 뱅크런이란 게 일어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게 했고요. 그럼에도 금융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고, 위기 걱정 심리는 크게 완화된 것 같습니다. 다만 (6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여전히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남아 있으니 올해 하반기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