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블리자드 인수, 미국·영국서 발목잡힌 이유?

💢 MS-블리자드 인수, 미국·영국서 발목잡힌 이유?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ms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블리자드 인수 발표한 MS : 작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오버워치> 등 메가 히트 게임들을 개발한 블리자드의 몸값은 현재 환율 기준 무려 약 90조원이었는데요. 거래가 종결된다면, 게임 분야 및 MS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관련 기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규제 당국 반대로 합병 제동 걸려 : 그런데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종결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14개 승인 대상 국가 중 일부 국가의 반독점 규제 당국들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 가장 먼저 영국의 경쟁시장청(CMA)이 나섰습니다. 게임 콘솔, 구독형 게임 서비스, 클라우드 게임 시장 등에서 경쟁을 해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 그 이유(🔗관련 기사)였습니다.

이어 유럽연합(EU)의 유럽 집행위원회(EC)도 이 사안에 대한 심도 깊은 조사를 결정했습니다. 보통 별다른 우려가 없으면 1단계 예비 조사 단계에서 심사가 마무리되는데, 이 사안은 심층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관련 기사)한 것입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소송 제기하기도 : 난항을 겪고 있던 MS에 결정적인 카운터 펀치를 안긴 것은,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였습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작년 12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양사의 합병 후 이용자들이 MS의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블리자드의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되거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관련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MS는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블리자드의 대표적인 게임인 <콜 오브 듀티>의 경우, 닌텐도 스위치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이미 약속했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우려가 종식되지 않자, 지난 2월에는 소니와 함께 이 합병 건에 반대해 온 엔비디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까지 합니다. MS의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용 게임들을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GeForce NOW)에 공급(🔗관련 기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EU 조건부 승인에도 난관 여전 : 하지만 4월에 나온 영국의 최종 심사 결과는 불허였습니다. MS는 이에 불복하여 즉각 항소(🔗관련 기사)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한달 뒤 EU가 최소 10년간 모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블리자드 게임들의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긴 했지만, 대세가 크게 변하지는 않은 듯(🔗관련 기사)합니다.

관련 청문회 열리기도 : 무엇보다 미국 FTC와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하여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서는 이 합병 건에 대한 청문회가 열려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FTC가 법원에 제출한 MS의 블리자드 인수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청문회가 열린 것인데요. 이번주까지 이어질 청문회에서 MS는 철저히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하는 전략(🔗관련 기사)을 펴고 있습니다.

MS 스스로 ‘콘솔 게임 업계 3위인 Xbox가 콘솔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과감한 주장까지 한 것인데요. 이를 통해 7월로 예상되는 영국 CMA와의 항소심 및 8월에 있을 FTC 행정법원 재판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 세기의 거래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종결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반전 이뤄낼 수 있을까? : 하지만 MS의 바람처럼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여전히 빅테크·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사를 가지고 있고, 소니를 비롯한 게임 업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소비자들 역시 우려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구요. 참고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남아공, 사우디, 브라질, 세르비아, 칠레, 우크라이나 등은 이미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허가한 상황이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