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인플레는 끈적끈적하다고?

💸 요즘 인플레는 ‘끈적끈적’하다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점점 더 모호해지는 요즘 세계 경기 :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는 늘 궁금한 주제입니다. 힌트가 매우 명확한 경우가 있고, 모호한 경우도 있는데, 요즘은 점점 더 모호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금리를 동결한 상태지만 유럽은 예상보다 더 많이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중국은 반대로 예상 밖의 경기 부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금리를 오히려 낮췄습니다.)

유독 물가가 많이 오르는 영국 : 지난주 가장 큰 뉴스는 영국이 기준금리를 두 단계나 끌어올렸다는 뉴스(🔗관련 기사)였습니다. 영국의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8.7%로 예상치를 뛰어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국은 지금 상태라면 8월에 또 한 번 크게 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는 게 컨센서스입니다. 크게 높인 금리 수준을 영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지가 걱정이지만, 그게 걱정이라면 오히려 처음부터 금리를 강하게 올려야 한다는 게 영국 중앙은행의 생각입니다. 찔끔찔끔 올리다간 나중에 결국 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물가를 잡을 수 있게 되는 ‘나쁜’ 결과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거죠. (미국도 그런 생각으로 금리를 계속 올려왔습니다.)

일하기 싫어하는 문화가 원인? : 유럽 전체의 물가도 꽤 오르고 있지만 영국이 유독 물가가 더 많이 오르는 이유는 노동력 부족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그렇다고 추정하고들 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꽤 추방된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매우 많이(🔗관련 기사) 유입되고 있음에도 노동력 부족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일을 하기 싫어하는 풍토가 널리 퍼지는 것도 한 몫 거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하기 싫은 건 언제나 늘 그런 법이긴 한데) 이 상황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하기 싫어하는 근로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줄 수밖에 없는 인력 수급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구인이 필요한 업체들은 주 4.5일 근로제 등을 내걸고 근로자를 구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고용주들의 암묵적 담합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끈적끈적한 인플레’는 해결이 어렵다? : 코로나 이후의 인플레는 원자재나 부품 공급망 문제에 따른 것이어서 생각보다 오래 가긴 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인플레였습니다. 반면 최근의 인플레는 노동력 공급과 관련한 것이어서 경기가 매우 나빠지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인플레라는 게 문제입니다. 전문가도 이상하게 지속되는 요즘의 인플레를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으로 부르면서 그 원인을 두고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미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해고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면서 과거에 하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는 바람에 (예를 들면 호텔 종업원이었던 직원이 마트에 취업하는 등) 일이 손에 익지 않아 과거보다 더 많은 근로자를 채용해야 했기 때문이라거나, 코로나에서 벗어난 직후 직원들을 못구해서 고생을 했던 고용주들이 요즘 경기가 나빠지고 있더라도 나중을 대비해서 고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인플레 해결은 ‘노동 시장’에 달렸다 : 지난 5월 전 연준 의장 버냉키와 프랑스 경제학자 블랑샤르가 미국 인플레의 원인(“What Caused the U.S. Pandemic-Era Inflation?”)이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에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는데요. 파월은 이 논문의 결론에도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논문의 결론은 이러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인플레는 노동 시장 과열보단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상품 가격과 러시아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누적된 노동 시장 과열이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지속적이다. 때문에 향후 인플레 정상화를 위해선 노동 시장 불균형 완화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상황이 좀 가라앉고 있다는 신호는 계속 나오고 있긴 합니다. 그 예로 근로자들의 주당 노동 시간과 자발적 사직률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자발적 사직은 임금을 더 준다는 곳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임금 상승률도 점차 안정적인 수준이 되고 있습니다. 직원 구하기가 좀 수월해졌다는 뉴스가 지금은 세계 경기를 전망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뉴스입니다.

반대로 지갑을 더 닫고 있는 중국 : 중국은 앞서 말씀드린 유럽과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금리를 내렸습니다(🔗관련 기사). 생각보다 경기가 빨리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소비자들은 불안한 경기 상황을 깨닫고 지갑을 더 닫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꺼낼 만도 한데 당장은 부동산 거품이 다시 커지는 걸 경계해서 그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의 풍경을 잘 전해주고 있는 뉴스(🔗관련 기사)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중국의 경기가 잘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시진핑 정부에 대한 경제인들의 신뢰’에서 찾고 있습니다. 정부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