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수출 개선 힘든 3가지 이유

⛴️ 올해 수출 개선 힘든 3가지 이유

정부가 예상한 올해 한국 경제 흐름은 한 단어로 ‘상저하고’였습니다. 상반기엔 다소 부진하겠지만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내다본 건데요. 정부 기대와 달리 이 전망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견해와 지표가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제 IMF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5%로 내렸습니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 전망치는 올린 것과 대조적입니다(🔗관련 기사). 한국은 4연속 하향입니다. 해외 투자은행의 전망치는 더 안 좋습니다. JP모건 등 8개 해외 투자은행이 예상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에 불과했습니다. 씨티(0.7%)는 1% 이하 성장을 예측했고, 일본 노무라는 마이너스 성장(-0.4%)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경제 흐름을 ‘상저하저’로 보고 있는 겁니다.

국내 경기 지표도 우려를 키웁니다. 어제 발표된 고용 지표에서 60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는 늘었으나 경제의 허리인 청년층과 40대 취업자는 감소한 겁니다. 제조업 취업자 수도 3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고용 지표는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을 지닌 만큼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 힘들 전망입니다(🔗관련 기사).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수출 부진 장기화할 이유 3가지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죠. 수출 경기에 따라 경제 성장도 크게 좌우됩니다. 현재도 IT 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부진하니 경제 성장도 부진한 상황입니다. 이 부진이 생각보다 더 길어질 전망이라 IMF 등에서 여타 선진국보다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낮춘 듯 하네요. 부진을 장기화할 요인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이 되려면 물가와 금리가 모두 안정돼야 합니다. 그러나 금리를 올려도 물가가 쉽게 안 잡히는 상황이죠. 때문에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금리 상승 과정에서 금융 불안이 나타나 금리를 원하는 만큼 신속히 높은 수준으로 올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게 고물가 현상과 경기 부진을 장기화시킬 수 있어요. 종합하면 세계 경기 회복도 통상적 경기 사이클에 비해 훨씬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엔데믹 이후 제조업 수요는 위축됐죠. 반면 리오프닝덕에 서비스업 위주 성장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행 등 서비스업의 정상화가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이 경향은 더 지속될 겁니다.

3️⃣ 물가가 오를 땐 주로 생필품 가격이 크게 상승합니다. 소비량을 가격 변동에 맞춰 신축적으로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최근에도 식료품과 가정용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다만 한국은 공공 요금 동결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았습니다.) 생필품 가격이 올라버리면 IT 제품 등 비필수품 구매력이 낮아집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 제품도 해외 수요가 크게 줄어버리게 된 거죠.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할 거란 전망이 한국 제조업 수출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 겁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전자 제품 재고↑…부품 수요 회복도 어렵죠

한국 경제 구조에선 반도체를 핵심으로 한 전자 부품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전자 제품은 교체주기가 짧은 스마트폰도 최소 2년이며 TV는 10년 이상입니다. 신규 수요보단 교체 수요 중심의 내구재 시장이죠. 작년 말부터 전자 제품 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됐고, 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수요 확대와 비교되며 그 여파가 더 크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자 제품 생산 기업의 재고가 지속 증가하고 있어요. 때문에 전자 부품의 수요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단기적 대응보다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적극적 투자와 연구 개발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지원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효과로 나타나길 바랍니다.

노지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

주요 수출 산업들 사이클에 달린 문제

여러 언론에서 IMF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우려를 표하고 있죠. 일단 글로벌 IT 경기 저하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해 수출이 축소될 전망인 게 이 하향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소규모 개방 경제로 수출 중요성이 높습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아 해당 산업의 경기 변동에 따라 국내 경제 성장률도 변합니다. 

지금과 반대로 한창 코로나 펜데믹이 심했던 2021~2022년 국내 경제 성장률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선방했습니다. 당시 IT 서비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죠. 국내 수출을 대표하는 산업들은 사이클이 크게 존재하는 산업입니다. 해당 산업들의 경기 사이클이 반등할 때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할 겁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어려운 길을 뚫어야 할 때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중국의 리오프닝이나 하반기 수출 부진 회복을 기대하면서 나온 겁니다. 때문에 이 2가지가 기대에 못 미치면 달성이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브리핑에서 언급된 대로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으니 경기 침체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네요. 설상가상 정부 세수가 얼마 전 감소했다는 뉴스도 나왔잖습니까? 재정 지출 확대롤 통한 경기 부양에도 한계 있을 것 같습니다. 금리 인하도 현 인플레 상황에선 무리일 거고요.

어려운 때일수록 본질에 집중해야죠. 더는 중국 수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직시하고 의존도를 줄여야 합니다. 다른 유망 지역을 발굴하고 수출을 다변화해야죠. 민관이 합심해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인재 육성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진력하기도 해야하고요. 헌데 요즘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위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 중이라 안타깝습니다. 어려운 길을 뚫어내야할 때 쉬운 길로만 가려는 게 아쉽습니다.

🥕 동네사람 다 하는데 왜 적자만 500억?

코로나가 한창일 때 주목 받던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 당근마켓은 약 500억원의 적자가 났는데요(🔗관련 기사). 전년 대비 60% 이상 불어난 수치입니다. 중고나라 역시 작년 95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그 규모가 재작년보다 7배 이상 커졌습니다.

경기 침체로 ‘합리적 소비’가 대세 트렌드가 되면서, 업계에선 이들 플랫폼의 성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합니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누적 가입자 수(3200만명)가 최근 1년간 1000만명 이상 늘기도 했습니다. 다만 ‘수익 모델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면서 이들의 수익성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매출이 광고에서 나오는데 이를 뛰어넘을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가능하냐는 겁니다. 현재로선 순탄치 않을 거란 시각이 많네요.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당근이 숙제를 제출할 시간​

당근마켓의 월 방문자 수는 정체 중이고, 매출도 늘긴 하지만 적자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재작년 8월 받은 투자금 1789억원이 바닥나진 않았겠습니다만, 올해 안으론 수익성을 증명해내야 합니다.

일본에 ‘메루카리’라는 업계 1위 중고 거래 플랫폼이 있습니다. 여긴 수백억원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는데요. 이 흑자의 골자는 바로 본업인 거래에서 나오는 수수료입니다. 당근이 본업(거래)을 공짜로 풀어 유저를 모아 광고와 부가 서비스로 돈을 버는 것과 대조적이죠. 때문에 당근이 제대로 수익을 내려면 브랜드 범주를 확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구독자 150만 유튜버 승우아빠가 ‘당근에 구인 광고를 내면 중고들만 들어올 것’이란 말을 해 비난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개인의 실수(?)지만 당근마켓이란 브랜드가 아직까진 중고 거래에 갇혀 있단 걸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뷰티로 카테고리 확장을 노린 ‘마켓컬리’가 ‘컬리’로 이름을 바꾼 것처럼 브랜드를 재정의할 수도 있고, ‘카카오’란 이름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앱들처럼 서비스들을 단위별로 독립시켜 범주를 넓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지금을고수해도나쁜건아님
#승우아빠사건으로당근알바는인지도급상승

🏘 속속 제기되는 부동산 ‘위축지역’ 지정 요구

부동산 시장 회복을 돕기 위해 조정대상지역(위축지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정대상지역도 종류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익히 아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인데 이는 과열지역입니다. 반면 거래가 위축됐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는 지역은 위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축지역으로 지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요즘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며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정부에 위축지역 지정을 정식으로 요청했고, 대구시 역시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관련 기사).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아무리 제도 고안해봤자 본질 안 바뀌면…

지정에 앞서 우선 부동산 거래와 경기를 주도하는 요인이 뭔지 면밀히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제도적인 장치보단 무분별한 분양가, 묻지마식 부동산 호가, 시장 금리 환경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더욱 근본적 요인일 수 있습니다. 정책적 제약 사항이 시장 침체/활성화에 끼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거래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세금 등은 의사 판단을 위해 무시할 수 없긴 합니다. 때문에 세금을 활용한 정책적 인센티브가 효과를 분명 내기도 할 거고요.)

한편 시장 과열/축소에 있어 정부 개입은 일부 필요합니다. 다만 그 개입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거냐는 학자들마다 다르기도 하고 정답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과도한 개입보단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에 맡기는 게 낫다는 겁니다. 최근 실례를 보면 알겠지만, 가성비 좋다고 판단되는 주거 단지는 정부 정책과 별개로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완판을 거두고 있습니다. 대기업 투자 전략에 따라 가치가 급상승한 곳도 있습니다.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해당 부동산의 기본 가치를 지탱 못하는 인프라, 과도한 분양가… 정부가 아무리 조정대상지역이란 이름하에 제도를 풀어도 이런 시장 흐름에 맞지 않는 요인들이 있는 곳에선 시장을 반전시키는 극적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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