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은행권 위기 사태 총정리(ft.코코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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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은행권 위기 사태 총정리(ft.코코본드)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지난주 유럽에선 크레딧스위스 은행(CS)이 UBS 은행에 인수되면서 일단 위기가 잦아드는 듯 했습니다(🔗관련 기사). 그러나 이 사건은 도이치뱅크로 불똥이 튀면서 이 은행 주가는 지난 금요일 장 중 15%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주가도 이 영향을 받아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3월 한 달간 은행주는 9%가량 하락했습니다(🔗관련 기사).

은행발 위기의 핵심은 ‘코코본드’ : 은행들을 향한 의구심이 이렇게 전방위로 확산하는 이유는 ‘코코본드’라고 불리는 금융 상품 때문입니다. 크레딧스위스 은행에 부실이 누적되면서 불안해지자 스위스 정부는 이 은행을 경쟁 은행인 UBS 은행이 인수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크레딧스위스 은행이 발행했던 코코본드의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된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본드’라고 하면 보통 채권을 의미합니다. 채권은 그걸 발행한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안전하게 돌려받는 게 일반적입니다. 혹여 회사가 위험해져도 채권을 가진 투자자들은 그 회사 주주들보다 늘 먼저 돈을 돌려받습니다. 채권자들에게 빌려준 돈을 다 갚고 난 후에 남은 돈을 주주들이 나눠갖는 게 주식 회사의 구조거든요.

은행이 위험해진다? 코코본드 돈부터 투입! : 그러나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란 채권은 다릅니다. 은행이 위험해지면 코코본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돈이 은행 부실을 보충하는 데 제일 먼저 투입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채권의 발행 목적 자체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코코본드를 더욱 이해하기 위해선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친 후 각국 정부는 은행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은행이 욕심을 부리며 위험한 대출을 했다가 다행히 별 문제가 안 생기면 그 은행은 그 대출로 큰 돈을 버는데,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은행을 문 닫게 할 수는 없으니 정부가 세금으로 그 구멍을 메워줄 수밖에 없었는데요. 각국 정부는 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각국 정부와 은행 간 타협의 산물=코코본드 : 은행들의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대책을 내놨습니다. 은행이 위험에 처해 세금을 은행에 붓기 전에 은행의 돈부터 먼저 붓도록 하고, 은행마다 ‘유사시 부을 돈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놓으라고 강요한 겁니다. 은행들은 이 주머니를 은행 주주들의 돈으로 채워야 했지만 정부가 요구한 그 주머니가 너무 커서 주주들의 돈으로는 다 채우기 어려웠습니다.

그때 은행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코코본드’란 채권입니다. 이 채권을 발행해 모은 돈은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므로 은행 주주들의 돈이 아니지만, 은행이 위험해지는 신호가 나타나면 언제든 그 돈을 ‘유사시에 부을 돈 주머니’로 이동하도록 강제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타협안을 각국 정부도 받아들였습니다.

UBS 주식 받은 CS 주주들 vs 한 푼도 못 건진 코코본드 투자자들 : 비유하자면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는 일종의 예비군 부대입니다. 정규군으로만 국방을 유지하기 어려우니 평소에는 민간인으로 있다가 전쟁의 조짐이 보이면 군복을 입고 바로 입대하도록 하는 개념이죠. 크레딧스위스 은행도 그런 코코본드를 발행해서 그 돈을 은행 금고에 모아두고 있었는데, 이번 위기가 생기자 스위스 정부가 코코본드를 통해 모은 돈으로 이 부실을 해결하라고 한 겁니다. 코코본드 발행 총액보다 크레딧스위스의 부실이 더 컸기 때문에 코코본드는 한 푼도 남기지 못하고 모두 투입됐습니다. 크레딧스위스 은행이 투자했다가 못받은 돈을 코코본드 투자자들이 메워준 꼴이 된 겁니다. (크레딧스위스 주주들은 UBS에 은행이 인수되면서 UBS주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크레딧스위스 코코본드 투자자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한 것을 두고 관행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계속 말이 많습니다.)

크레딧스위스 은행의 문제는 이렇게 해결됐지만 투자자들은 걱정이 생겼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되면 코코본드가 투입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이 말이 실현된 상황은 처음 겪었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의 돈보다도 먼저 전쟁터로 보내지는 이런 상황을 처음 본 겁니다. 때문에 ‘코코본드는 위험하다’는 분위기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아무도 코코본드를 구매하지 않는 상황이 되자 코코본드를 발행해 은행 금고를 채우려 했던 은행들은 매우 난처해졌습니다.

코코본드 많이 발행한 은행 주식 탈출 러시 : 코코본드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대형 은행들이 다 발행 중인 금융 상품입니다. 매년 코코본드를 새로 발행해 과거에 코코본드를 구매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고도 있었습니다. 새로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게 어려워지면 법으로 강제된 ‘유사시에 부을 돈 주머니’를 채우는 것도 불가능해집니다. 이런 상황이 불거질 걸 걱정한 투자자들은 코코본드 발행액이 많은 은행들의 주식부터 팔아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크레딧스위스나 실리콘밸리뱅크(SVB)처럼 부실한 자산에 투자하거나 대출해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코코본드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크레딧스위스에서 불거진 코코본드 소동이 우리나라 은행들의 주가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도 그런 연결 고리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은행들은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담은 뉴스들도 눈에 띕니다(🔗관련 기사).

그럼에도 코코본드를 발행하려면? : 그러나 투자자들이 코코본드에 불안을 갖기 시작하면 코코본드가 새로 발행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전세가 안 나가면 기존 세입자가 전세금을 못 돌려 받는 것처럼, 기존 코코본드 투자자들이 원금을 못 돌려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기존 코코본드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가격과 반비례 관계인 이 채권 수익률은 급등하게 됩니다. 즉, 은행들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려면 매우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만 하는 난처한 상황이 나타나는 거죠. 걱정은 바로 이 부분에 있습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종부세·법인세·반도체 줄줄이 줄어드는데, 세수는 빨간 불? : 올해 들어 각종 세금이 연이어 줄고 있습니다. 먼저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은 2020년 대비 20% 이상 감소합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8% 넘게 떨어진 데다 국회 문턱을 넘은 종부세 완화안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기업 세금도 마찬가집니다. 법인세는 올해 1%p 내렸고, 반도체 등 국가 전략 기술 산업의 여타 세액공제율을 높여주는 개정안(K칩스법)이 얼마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낙관적 예상과 달리, 세수 감소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관련 기사). 공시가격이 내려간 종부세는 물론이고 K칩스법 통과로 내년엔 3조6500억 원, 2025~2026년엔 매해 1조3700억원씩 세수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올해 예상 법인세수는 작년(104조원)보다 1조원 높게 잡혀있지만, 실제론 대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기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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