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웃돈 美 1월 CPI, 그 의미는?

🇺🇸 예상 웃돈 美 1월 CPI, 그 의미는?

시장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습니다. 우려대로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습니다. 상승 폭이 줄어 하락 추세는 이어졌지만 그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주거비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는데, 작년말까진 내림세였던 에너지가가 반등한 게 특히 뼈아팠습니다(🔗관련 기사).

연준이 조기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거란 시장의 기대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앞서 시장 예상을 웃도는 강력한 1월 고용 지표가 나오면서 한 차례 기대가 꺾인 바 있었죠.) 물가를 확실히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최악은 면했다’는 심리 때문인지 어제 새벽 미국 증시는 혼조세였고 나스닥은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미국 1월 물가 발표의 핵심 메시지

이번 1월 미국 인플레의 골자는 이겁니다. “인플레는 하락해도 ‘완만히’ 하락한다.” 하락세 자체는 기저효과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겁니다. 하지만 속도는 계속 떨어질 겁니다. 왜냐면 인플레 저변을 떠받치는 구조적 요인들이 건재하기 때문이에요. 근로자 부족·세계 공급망 훼손 등 말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하락할수록 이 저항력이 거세져, 인플레가 3%대에 다다르면 더 하락 못하게 막으리라 봅니다. 그럼 연준의 기준금리는 인플레보다 높게 유지되겠죠. 최근 시장금리가 인플레가 조만간 3%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게 상당히 낙관적 전망인 이유입니다.

지난 40년간 경험한 낮은 인플레와 저금리는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 덕분이었어요. 이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각자의 생산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에 상당 기간 인플레가 목표한 만큼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기준금리가 과거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겁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주목할 포인트는 주거비 상승 

이번 1월 미국 물가 상승엔 에너지와 주거비 영향이 컸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변동성이 높은 경향이 있어 향후에도 영향이 지속적일진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주거비는 다릅니다. 주거비 상승률은 1년 넘게 지속 상승했어요. 1월엔 7.9%나 높아졌고요. 주거비는 인플레 하락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속 작용할 것 같습니다.

미국은 물가에서 주거비 비중이 매우 높아요. 34%가 넘습니다. 주거비는 주담대 이자 비용과 렌트 비용이 들어가는데, 금리 상승으로 둘다 올랐습니다. 금리 상승 때문에 왜 렌트비도 올랐을까요? 임대인이 주담대로 집을 구매했다고 칩시다. 그럼 당연히 이자 비용이 늘었기에 렌트비를 올려 전가하겠죠. 임대인이 자기 돈만으로 집을 구매한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임대인이 집을 사는 대신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오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도 금리가 오르자 주택가와 전세가는 내려갔지만 월세는 상승했죠.)

한편 물가 상승률 하락을 발목 잡는 다른 요인은 환율입니다. 최근 달러가 약세였으니 미국의 수입 물가는 올라가게 됐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1월 수입 물가는 작년 연말까지 하락세였다가 상승세로 바뀌었습니다.

🚨 200억대 과징금 폭탄 맞은 카카오T, 왜?

윤석열 정부 들어 거의 처음으로 정부가 플랫폼을 제재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한 겁니다(🔗관련기사). 자사 가맹 택시에 승객 호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I 배차 방식을 활용해 수락률이 높은 기사에게 더 많은 배차가 가능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공정위는 수락률 자체가 비가맹 택시에 불리한 구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반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행정소송을 강구할 방침입니다.

국회 역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관련 기사).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 사례가 연이은 플랫폼 규제 신호탄이 되지 않을지 주시 중입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애초에 둘을 공평히 대할 수 있을까요?

가맹(유료) 사업자가 과연 중개(무료) 사업자를 공평히 대할 수 있겠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 가맹 사업은 확실한 수익원입니다. 반면 중개 사업은 지출만 있을 뿐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죠. 가맹 사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두고 중개 사업자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반대 입장에선 어떨까요? 정당하게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맹 사업자 입장에선 중개 사업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게 불공정하다고 느끼지 않을까요?

물론 카카오가 보유한 압도적 회원 수를 바탕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빠르게 성장한 건 맞습니다. 여전히 독과점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죠. 다만 이 과정에서 전체 시장의 후퇴라는 부작용이 생길까 염려됩니다. 유사한 이슈가 계속 반복되면,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결국 중개 사업과 가맹 사업 중 하나만 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신규 사업자도 논란을 우려해 선택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테고,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한 급속한 성장은 어려워질 겁니다.

이준희
법무법인(유) 율촌 파트너 변호사·e-Biz & Fintech Team Lead

플랫폼을 공공재로 보고있는 건 아닐까?

이번 사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쟁에 어느 쪽 편을 들긴 어렵습니다. 다만,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등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사건,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심사 지침·규제 입법 추진 등의 경과를 지켜보면 우려 사항은 있습니다. 바로 <사기업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공공재’ 격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나>하는 점입니다. 보다 더 정확하게는 <플랫폼을 공공재처럼 취급해 편의만을 빼먹자는 생각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지는 않나>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공정거래법입니다.

공정거래법은 불공정·부당 지원·사업 방해 등 여러 불확정적인 개념을 다룹니다. 경제 주체간의 서비스 관계에 개입하는 잣대로 이만한 게 없죠. 하지만 다수가 이용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라고 해서 공공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경영의 자유, 서비스 모델의 경쟁력과 혁신성, 소비자 편익, 이해 관계자들의 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치 않으면 인민재판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 건전성 확보·소비자 후생 확대 등 공정 거래의 본질적 가치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 인플레 감축법도 中 배터리 공세를 막지 못한 이유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CATL. 이 회사가 포드와 손잡고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죠. 일반적인 합작이 아닌 기술 제휴 형식으로 공장을 세우기로 하면서(포드가 지분 100%를 갖고, CATL은 기술만 지원), 대중국 포위용이라던 미국 인플레 감축법(IRA)을 우회했습니다. 이로써 포드는 정부 보조금은 챙기면서도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로 전기차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관련 기사). 

IRA가 유명무실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한국 배터리 기업은 중국의 주력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더 길지만 제조 원가는 더 비싼 배터리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요즘 전기차 가격 경쟁이 벌어지며 저렴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났고, 이번에 IRA까지 무력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름이 깊어졌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한국만의 독자 우위 전략 절실한 시기

대중국 경제 정책에 있어 미국의 강조점 중 하나가 ‘공급망의 안전 보장’입니다. 향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면, 배터리가 현재의 석유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이 초장에 중국산 배터리 수입을 규제한 겁니다. 중국이 이 주도권을 쥐어버리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요.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관점에서 포드와 CATL의 협력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이것도 미국이 중국 배터리 기술에 의존한다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향후 CATL이 더 개선된 기술을 포드에 제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기술 같은 무형 자산도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단 뜻입니다. 미국 정책 당국도 향후 공장 설립 승인 때 이 측면을 고려할 겁니다.

한편 이번 뉴스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IRA 같은 미국의 대중 규제가 시행된다고 한국 기업이 무조건 반사이익을 누릴 거라 예단할 수 없단 거죠. 공급망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은 중국과 얼마든 협력할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한국 입장에선 중국과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는 자체적 전략이 절실합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IRA의 진짜 목적은 중국 견제 아니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의외의 협력을 보여주는 단면 같습니다. 요즘 중국의 리오프닝을 계기로 미국 기업인들의 중국 방문 행렬이 이어진다고도 하니까요. 하지만 진짜 의미는 이게 아닐까요? 미국의 IRA가 <중국 때리기>보단 <일자리 창출 통한 바이든 정권 지지율 높이기>에 있었던 것 아닐까요?  한국도 미국의 속내를 잘 읽고 대응해야 합니다. 중국이 저가 배터리를 앞세운다면 한국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중고가 전기차 모델을 공략해야 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경제/동맹 분리해 韓 주도 공급망 세워야

미·중 분쟁의 핵심은 결국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있을 겁니다. 중국이 자국 이익에 반하면 동맹을 결성해 중국을 배제하지만, 반대로 자국 이익에 부합하면 법을 우회해서까지 제휴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한국도 이를 간파해 더 이상 미국의 동맹 논리에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경제와 동맹을 분리해 한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을 서둘러 구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시장을 잃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시장도 얻지 못하는 ‘전환기 미아’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