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이 애써 산 자사 주식을 ‘없애는’ 이유?

✂ 기업이 애써 산 자사 주식을 ‘없애는’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주가 그래프와 돈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늘어난 국내 상장기업의 자사주 소각 규모 :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소각 금액이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입니다(🔗관련 기사). 2021년에는 2조5000억원어치를 소각했고 작년에는 3조1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했습니다. 올해는 벌써 1조2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공시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것은 회사의 여유자금으로 그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없애버린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동업자의 숫자를 줄여 회사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는 행위죠. 요즘 이런 자사주 소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세 가지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1️⃣ 주주들에게 배당보다 유리 : 자사주 소각은 회삿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데요. 주주의 입장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소각이 더 유리한 측면이 있고, 그 유리함의 정도 역시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 소각을 선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들이 배당금을 받으면 배당금에 대한 세금은 15.4%에 그치지 않고 대부분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합니다. 이자와 배당소득의 합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하는데요.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주주들은, 즉 이자와 배당소득의 합이 2000만원이 넘는 주주들은 주식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절세 측면에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소각을 선호하는 이유죠. 거기에 금융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건강보험료도 추가로 부과되고 있어 이런 경향은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2️⃣ 자사주의 유용성 하락 : 자사주의 유용성도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사주를 매입해서 보유하고 있으면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생길 경우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넘겨서 우호 지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죠. 그러나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보호가 대주주를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것이라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편법 사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제도의 변화는 여전히 변수가 있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을 금지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계속 논의 중일 뿐 진척이 없을 뿐 아니라, 정부의 성향에 따라 자사주를 별도의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일정 부분 허용해야 한다는 기류도 새로 등장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규제는 여론의 동향에 좌우되기 때문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활용 기회를 기다리는 기업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체로 경영권 상속을 앞둔 기업은 경영권 상속 과정에서 줄어드는 지분을 보강하기 위해 자사주를 우호 지분으로 활용하거나 자사주를 매각한 대금을 상속세 마련 재원이 되는 배당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의 주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길이기도 한데요.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과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기업이 대체로 같은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관련 기사).

3️⃣ 높아진 경영 자율성 : 금융지주회사들이나 KT, 포스코, KT&G 같은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의 CEO를 정부가 마음대로 내려보내기 어려워진 분위기도 자사주 소각 규모가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종전에는 정부가 이 회사들의 CEO를 내려보내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결정을 주주 의견에 따르거나 기존 CEO에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교체의 명분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죠. 이에 정권 교체기를 전후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은행에 잠자던 돈, 다시 주식·채권에 몰린다?
오늘의 이슈

저금통, 돈

낮아진 예금 이자에 자금 이동 시작 : 요즘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와 빚을 갚는 데 사용되거나 MMF 혹은 주식예탁금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뉴스입니다(🔗관련 기사). 1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12월보다 6조원 줄어든 822조원, 요구불예금 잔액은 36조원이 감소한 588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은행 예금 이자가 낮아지고 있는 흐름 때문으로 해석되는데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은 주식예탁금으로 이동하거나 MMF같은 단기금융상품으로 흘러가거나 대출을 갚는 데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대출 줄고 투자자 예탁금은 증가 : 사람들이 대출을 갚고 있다는 건 지난달 우리나라 가계 대출 잔액이 한 달 전보다 4.6조원이나 감소했다는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관련 기사). 반면 주식예탁금으로 이동한 자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연말보다 약 5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관련 기사).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을 의미합니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 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통하고 있습니다. 예탁금이 증가했다는 건 시장에 투자자들이 그만큼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죠. 

MMF로도 자금 돌아왔다 : MMF로도 시중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은행 예금 이자가 내려가고 있는 속도보다 단기 금융시장의 채권 금리가 느리게 내려가고 있어 대기성 자금이 머무르기에는 은행보다 MMF가 더 낫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은 은행이 예금 금리를 가파르게 낮추고 있는데 기인하는데요.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소비자들이 대출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대출을 갚고 있어서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은 이미 작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작년 연말 시중 자금 경색으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대출을 받아 가면서 시중 은행들이 대출 실적을 유지해왔는데요. 새해 들어서는 자금 시장이 비교적 안정되면서 대출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은행권 연말 희망퇴직 대상자에 퇴직금 6~7억 지급 : 주요 은행이 작년 말 이후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6~7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각 은행이 발표한 4분기 실적을 보면, 각 은행은 4분기 직원의 희망퇴직 비용으로 1인당 3억4400만원~4억430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은행원이 받는 퇴직금은 희망퇴직금이 다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지급하는 법정 퇴직금도 수억원에 이르는데요. 희망 퇴직 대상자들의 근속 연수를 고려하면, 법정퇴직금은 3억원을 넘을 수 있습니다. 희망퇴직금과 합하면 1인당 평균 6억~7억원의 돈을 수령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이에 금리 상승기에 거둬들인 이자 수익으로 퇴직자에게 목돈을 챙겨줬단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인도, 리튬 강국 등극? : 인도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리튬이 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관련 기사). 인도에서 리튬 매장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추정 매장량 기준으로 보면 칠레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규모인데요. 리튬의 사용성이 확인되면 인도가 리튬 강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리튬은 현재 전기차를 비롯해 휴대전화·노트북 등 각종 전자기기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내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리튬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는데요. 이번에 대규모 리튬 매장 소식이 나오면서 시장이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