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의 물가 목표에 경고장 날아든 이유

📩 연준의 물가 목표에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완전한 횡포이며, 2%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일반 가계와 기업엔 더더욱 심한 횡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인플레 2% 달성 때까지의 긴축 유지는 불필요한 경기 둔화를 일으킬 것”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데이비드 로머

“인플레 목표치 2%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전 미국 재무장관이자 하버드대 교수 래리 서머스

세계 각국 경제학자들이 모인 전미경제학회가 열렸습니다. 화두는 단연 물가와 금리였습니다. 참석자들 대다수가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저물가-저금리 시대가 끝났고, 세계 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할 시기가 왔다는 겁니다(🔗관련 기사). 

가장 눈에 띄는 건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단 사실입니다. 연준이 인플레를 2%까지 낮추는 데 고집한다면, 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겁니다(🔗관련 기사). 실제 작년 12월 나온 연준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2025년은 돼야 해당 목표에 도달하게 됩니다. 연준이 고집스레 준수해온 2% 물가 목표, 바뀌게 될까요?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반박해볼게요

인플레 목표치를 높이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목표치를 높이자는 핵심 근거들을 반박해보겠습니다.

1️⃣ 2%에 맞춰 금리를 지나치게 올리면 경기 침체를 초래한다? →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률 2%를 목표로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 중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물가 상승률을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장기적으로 2% 달성을 추구하는 겁니다. 연준 역시 이런 방식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할 걸로 예상됩니다.

2️⃣ 현재대로면 경기 불황 발생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폭이 작다. 0% 이하로 금리를 내릴 순 없지 않는가. 경기 불황기에 통화 정책 대응 수단에 한계가 생긴다. 금리를 0% 이하로 못 내리면 양적 완화를 하면 됩니다. 이를 통해 실질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리는 게 얼마든 가능합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미국은 양적 완화 정책을 써서 상황을 극복했습니다. 재정 정책도 쓸 수 있습니다. 국채를 발행하면 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저도 현재 목표가 적당해 보입니다

연준의 물가 목표가 왜 2%인지 명확한 이론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선진국 잠재 성장률이 대체로 2%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물가 목표도 2% 정도가 적당해 보입니다. 이보다 높으면 기대 인플레를 자극해 임금 상승세를 키우고 근원 인플레마저 높이게 되죠. 그보다 낮으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요.

만약 연준이 목표치를 3%로 높인다 해도 기준금리가 크게 낮아지긴 어렵습니다. 실질금리가 최소한 플러스를 유지하려면, 기준금리가 인플레보다 높아야 하니까요. 목표치가 3%로 높아져도 금리는 3%보다 높게 결정된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물가 목표를 높여 부작용을 초래하기보단 현 수준 유지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2%라는 목표는 유지하되 달성이 안 돼도 실제론 용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과거엔 거꾸로 인플레가 2%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된 적이 있단 사실도 무시할 수 없고요.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저는 두분과 의견이 조금 다릅니다

인플레 목표 상향은 나름대로 타당한 주장입니다. 경제는 원칙적으로 자유 시장 원리에 맡길 때 가장 효율성을 발휘하죠. 다만, 정상 궤도에서 크게 이탈하면 이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 개입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인플레 수습에만 집착하면 고용과 성장 등 다른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게 됩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때로는 신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기준금리가 4~5%대로 계속 올라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아직까지 강하게 유지되는 노동 시장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요. 가뜩이나 최근 경기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저성과로 해고되는 고임금 직종이 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인플레가 공급 요인에서 발생할 경우에 수요 대응책인 통화 정책만으론 수습하기 어렵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인플레를 낮추지도 못하면서 심한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4분기 실적 전망? 반토막 예상되는 이유

지난주 금요일, 국내 산업을 주도하는 두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인데요. 모두 ‘어닝쇼크’였습니다. 삼전은 영업이익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가 줄었습니다. 매분기 10조원을 넘긴 삼전인데 반토막이 났습니다. LG전자는 영업이익이 무려 91.2%나 감소한 655억원입니다.

문제는 두 대장 기업이 시장 예상을 훨씬 밑도는 발표를 내놓으면서 국내 다른 기업들의 실적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단 점입니다(🔗관련 기사).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상장 기업 200여곳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6개월 전에 비해 46% 줄었습니다. 매출 전망은 거의 그대론데도 원자재값 급등, 경기 침체 여파로 비용이 늘어 이익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죠. 종목별로는 카카오(-46%)의 전망치 감소세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다음은 LG화학(-20%), 네이버(-19%) 순이었는데요. 요즘 모처럼 반등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테크 기업에 유독 더 혹독한 이유

유독 디지털 기업이 인플레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듯합니다. 디지털 제품은 굳이 꼭 사야할 필요가 없는 재화입니다. 그런데 인플레가 식품 같은 필수재 가격을 올려놓다 보니, 비필수재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코로나가 한창일 때 늘어난 디지털 수요에 맞추려 설비 투자와 재고를 과잉으로 늘렸으니 타격은 더 컸습니다.

금리 상승도 마찬가집니다. 금리는 미래 가치의 할인율이죠. 그런데 디지털 기업은 미래의 수익 흐름이 다른 분야보다 더 불투명합니다. 때문에 금리 상승이 이들 업계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혹독하겠지만 이번이 테크 업계의 옥석을 가릴 기회라고도 봅니다. 살아남는 기업은 훨씬 더 밝은 미래를 맞이하겠죠.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일단 인플레가 잡히고 있으니…

4분기 대기업들의 영업이익 역성장이 예상된다죠. 당초 예상보다 많이들 최악으로 점치고 있네요. 우린 개방형 소국 경제인데 미국·유럽·중국 3대 권역에서 동시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는 IMF 총재 전망까지 나왔죠. 고금리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경기를 받치던 부동산 시장이 급락 중이고요.

우리가 대처할 방안은 뭘까요? 일단 통화 긴축 기조는 완만하고 유연하게 유지해야죠. 그러려면 재정 긴축도 효율화하면서 구조조정해야합니다. 취약 계층 선별식 맞춤형 지원과 구조 개혁, 원활한 에너지·원자재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하고요. 무엇보다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가장 큰 페인 포인트인 인플레가 개선되고 있으니 희망을 가져봐야죠.

💢 부동산 규제 완화 목표 : ‘둔촌주공 살리기’?

“둔촌주공 살리기 정책이다.” 지난주 발표된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두고 일각에선 이렇게 표현합니다. 규제 완화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란 전망 때문인데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끼고 있는 둔촌주공 시공단은 이달 19일 7231억원 규모 자금을 상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계약률이 77%를 넘어야 하는데 당초 시장 전망치는 40%대에 그쳤습니다. 둔촌의 실패가 번지면 건설 시장 자체에 돈이 돌지 않아 도미노식 연쇄 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 발표 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둔촌주공 계약 관련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반응입니다. 현장 인근엔 이른바 ‘떴다방’까지 등장했고, 계약률은 무난히 목표치를 넘길 거라 예상됩니다. 이번 규제 완화를 두고 ‘둔촌주공 살리기’란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경제 위축 막기 위한 조치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건설 투자의 국내 GDP 차지 비중은 재작년 기준 약 15%입니다. 경제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때문에 과거부터 경기 부양 방안으로 부동산·인프라 프로젝트를 정부가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선진 경제로 발전하면서 건설 부문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건설 업계를 지원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은 단순히 특정 산업을 위한 정책으로만 보기는 힘듭니다. 산업 간 연결성 측면에서 전체 경제의 위축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처럼 둔촌주공 재건축을 위해 조달된 금융의 경우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으로 신용을 공여한 금융사에도 큰 위기였습니다. 만약 대출금 상환에 실패해 금융사로 위기가 전가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서민들에게 갔을 수 있습니다. 산업 간 연결이 더 촘촘해진 선진 경제 상황에선 정부 정책 역시 전체를 위한 대책으로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