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 갈등, 이젠 화폐 전쟁으로?

🇺🇸🇨🇳 미·중 무역 갈등, 이젠 화폐 전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 만에 사우디를 방문하고 이번 주말 돌아왔습니다. 미국과 부쩍 소원해진 두 나라 정상 간의 만남이라, 이번 방문에 더욱 관심이 모였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미국을 크게 자극할 만한 이슈가 나왔습니다. 바로 중국이 석유를 거래할 때 자국 위안화를 쓸 수 있게 하자고 사우디 등 산유국들에 제안한 겁니다.

현재 대다수 산유국들은 석유 수입 대금을 달러로만 받고 있습니다. 이는 1970년대로 거슬러올라가는데요. 미국이 베트남과 전쟁을 벌이면서 군비를 위해 달러를 무수히 찍어내자 달러 가치가 폭락했습니다. 이를 끌어올리고자 미국은 사우디와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하자’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게 산유국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오늘날의 석유-달러 거래 체제가 굳어졌습니다.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중동 국가와 석유를 거래하는 대다수 서방 국가와 달러 가치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회의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사우디는 여전히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고, 미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미국-중국 무역 분쟁이 화폐 전쟁으로!

위안화 결제가 현실화되면 미·중 간 무역 분쟁은 화폐 전쟁으로 확산될 전망이에요. 중국은 경제 규모 면에선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화폐만 놓고 보면 위안은 국제 결제·투자 통화로서의 위상이 달러에 비해 초라합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이 셰일 가스를 생산하며 중동 수입 원유 비중을 줄이고 있고, 작년엔 아프간에서도 철수하는 등 중동에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중국이 이 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중동 입장에서 핵심 원유 수입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중국·한국이 서서히 미국을 대신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결제 통화로서 위안화 비중이 높아지면 여러 이점이 있습니다. 달러 외환 보유액을 줄일 수 있고, 환율과 금융 불안정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환율 변동이 수입가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죠. 그러나 위안이 달러를 대신하기엔 중국의 역량이 역부족입니다. 애국주의로 무장하고 통제된 경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시진핑 정부를 국제 사회가 신뢰하지 않죠. 여하간 한국 입장에선 석유 결제 통화가 다양해지면 유가 변동성을 줄일 수 있어 좋긴 합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아직 기축통화를 넘보는 건 아닌 이유 

중간 산업 국가로서 중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제조업 육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자본 시장 개방이 이뤄져야 합니다. 자본 시장을 자유화하면 해외 자본 유입이 늘어 위안화가 절상됩니다. 그러면 수출이 부진하고 수입이 증가해 제조업 육성에 불리해집니다. 위안을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시도가 자국 제조업에 악영항일 수 있단 겁니다. 현재 중국이 자본 거래가 아닌 무역 등 실거래에서만 위안 활용도를 높이려는 점 역시 이 때문입니다.

한편, 중국과 중동이 관계를 강화하는 건 양자의 이해 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경제 성장은 중동의 이해와 부합합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할수록 석유 수요도 증가하니까요. 중동의 정치적 안정 역시 중국의 이해와 맞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중국이 해외에서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선 중동이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동과 미국의 이해관계는 어긋나고 있습니다. 우선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비중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중동의 정세가 미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합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중동의 석유 수출은 늘지 않죠. 때문에 중동과 미국의 경제 성장은 별 관계가 없습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달러에 맞설 화폐라는 어필

중국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위안화의 국제화를 강력히 추진해왔습니다. 2016년엔 IMF SDR* 바스켓에 달러·유로·엔·파운드에 이어 5번째 통화로 편입됐고, 러-우 전쟁 이후론 위안화가 사실상의 러시아 기축통화가 됐습니다. 하지만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란 아직 요원합니다. 중국·러시아·사우디 등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가 너무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회복되지 않는 한 달러 패권은 유지될 겁니다. 지금으로선 시진핑의 ‘석유 위안화 결제’ 카드는 상징적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자국이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란 걸 어필하는 것이죠.

📌 IMF SDR : IMF 회원국이 외화 자산이 부족할 때 무담보로 인출해갈 수 있는 돈. 회원국이 SDR을 요청하면 IMF는 바스켓에 포함된 통화들로만 지원하게 됨

🎈 코스닥 대신 코넥스 찾는 기업 늘어난 이유

코스닥 상장을 포기하고 초기·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상장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단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지난주까지 코넥스 신규 상장 기업은 총 8곳이었습니다. 작년 기록(7곳)을 뛰어넘은 건데요. 최근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들까지 합치면 올해 코넥스 상장사는 최종 13곳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동안은 코넥스는 시장 접근성이 낮고 자금 조달 규모도 작다는 한계 때문에 코스닥 직상장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았는데요. 올해 들어 IPO 시장이 부진하고,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도 강화되면서 코넥스를 찾는 기업이 늘었습니다. 일단 코넥스에 상장하고 증시가 회복되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금융 당국과 거래소도 코넥스의 코스닥 이전 상장 문턱을 낮추고 있어 당분간 코넥스 상장 유인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 이전 상장 :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겨 상장하는 것. 이전 상장을 신청하면 경영 투명성, 기업 계속성, 경영 안정성 등의 심의를 거쳐 합격 여부가 결정됨. 합격한 기업은 공모가와 상장 날짜를 정해 상장 절차를 마무리함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코넥스 상장? 글쎄요…

(매우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시장의 흐름은 이해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코넥스 시장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지분을 사고팔기에 적절한 시장이 아닙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 단계 정도는 돼야 투자자들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텐데요. 향후 이전 상장 추진 때 거래소 차원에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섣불리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장으로 인한 제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장외 시장에서 거래할 때는 기업과 기관이 가치를 산정해 지분을 사고파는 게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거래소에 상장하면 대외적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만큼 지분 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생깁니다. 결국 거래량이 적은 코넥스 시장에선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고, 거래소 가격과 투자 기관의 지분 매매 가격 간 괴리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상장하게 되면 공시 의무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충분히 성장이 가능하고 내부 관리가 가능한 기업이라면,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준비를 거쳐 코스닥 직상장을 준비하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