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안 미루게 하는 법: 마감일을 정하지 마라!?

⏳ 일을 안 미루게 하는 법: 마감일을 정하지 마라!?

호주 맥쿼리경영대학원의 마로스 세르바트카와 뉴질랜드 오타고대의 공동 연구자 스티븐 놀스, 트루디 설리번, 무라트 젠치는 자선단체에 10달러를 기부하는 대가로 3276명의 사람들에게 짧은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일부 참가자에겐 일주일의 응답 기한을 줬습니다. 일부에게는 한 달 기한을 줬고요. 일부에겐 아예 기한을 안 줬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그룹이 앞선 두 그룹보다 응답도 더 많이 했고 회신도 빨랐습니다.

마감일은 사람들에게 일을 하게끔 동기를 부여하지만 상관관계가 늘 명확한 건 아닙니다. 이론상 마감 기한이 길면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지만 계속 미루다 결국 까맣게 잊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기한이 한 달이었던 사람들 중 5.5%만이 설문조사에 응답한 반면 일주일이었던 사람들은 6.6%가 응답했습니다. 기한이 없는 사람들은 8.3%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3일 이내에 답할 가능성도 더 높았고요.

Q. 마감 기한이 빠듯한 사람이 한 달씩 넉넉히 받은 사람들보다 응답률이 높은 이유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왜 쫓기지 않을 때 제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걸까요?

A. 기한은 작업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암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기한이 길면 일을 미뤄도 괜찮다고 해석합니다. 기한이 없는 경우도 거의 비슷하게 생각할 거라고 추측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이 일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라는 정반대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긴급성과 압박감이 내포돼 있죠. 엄밀히 말해 우리는 사람들에게 설문지 제출 기한이 무기한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날짜를 말하지 않았을 뿐이죠. 이론상 둘은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Q.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언제까지 끝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으니 자기가 언제 끝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어떤 사람들은 마감 기한이 없다는 점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해 우리의 실험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마감일이 없는 참가자들에게 종료일을 정해주지 않았으니까요. 가끔 추가로 응답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데요. 뒤늦게 무기한 그룹 참가자들에게서 응답을 몇 건 받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52일째 회신을 보냈고요. 어떤 사람은 145일째 되는 날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분명 습관적으로 미루는 사람들이고, 정해진 기한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미루고 또 미룰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들은 우리의 요청을 잊었다가 뒤늦게 요청서를 발견했을 겁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억이 떠오르도록 특별히 이메일이 아니라 종이편지를 보냈거든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검증하진 않았습니다.

이 모든 걸 고려할 때 뒤늦게 응답한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기한이 없는 그룹의 응답자 절반가량이 즉시 회신을 했습니다. 뒤늦게 기억이 나서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게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죠. 반면 기한이 한 달인 사람들은 바로 회신한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응답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 긴급성의 존재 또는 부재라는 견해를 뒷받침하죠.

Q. 개인적 특성이 응답 속도나 가능성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우리는 참가자를 뉴질랜드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로 골랐기 때문에 나이와 성별에 대한 데이터만 있었습니다. 비록 남성보다 여성이 조금 더 많이 응답했고 36~65세 사이의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이와 성별을 통제해도 결과가 바뀌진 않았습니다.

개인적 성향에 대해 더 넓게 생각해보면 미루기는 이른바 ‘현재 편향’에서 비롯됩니다. 미래보다 지금, 여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거죠. 이런 편향 때문에 어떤 일을 끝내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 즉 하루에서 빠져나가는 시간이 미래로 갈수록 더 적어 보여서 많은 사람들이 미루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현재 편향에 반응하는 방식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고 즉시 작업하거나 알림을 설정해 보완합니다. 어떤 사람은 순진하게도 자신의 기억력을 믿곤 하죠. 이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기한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분석해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첫 번째 그룹은 긴급하다는 뜻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지만 두 번째 그룹은 미루기가 훨씬 심해질 수 있어요.

Q.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보상을 받았습니다. 왜 이렇게 설계했나요?

어떤 일이 개인적으로 이익이 된다면 우리는 그 일의 중요성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긴급성을 따질 때 외부에서 정한 마감일에 의존하지 않죠. 주류 경제 이론에 따르면 주요 이익이 다른 누군가에게 돌아갈 때 사람들이 그 일을 우선시할 가능성은 적어지고 미룰 가능성은 커집니다.

Q. 이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어떤 일이 주로 다른 사람에게 이득이 되고 긴급성이 확실히 내포돼 있다면 저는 무기한 전략이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 거라고 봅니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단체에 성금 보내기, 자연 재해가 발생한 뒤 헌혈하기 등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원 봉사를 포함해서요. 자선 단체들은 보통 기부 요청을 할 때 종료일을 정하지 않는데요. 우리 실험은 이 방법이 최상의 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 연구 결과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모든 경우에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처럼 기한을 정하지 않으면 더 빠르고 높은 응답률을 기대할 수 있어요. 개인적인 상황에서도 유용할 수 있고요. 배우자에게 꼭 필요한 DIY 제품을 조립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처럼 말이죠. 조직에서 동료에게 부탁할 때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안서 피드백을 요청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죠. 언제까지 답변해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동료가 바로 도와줄 가능성이 더 큽니다.

Q. 잡지 에디터로서 저는 사람들에게 항상 마감일을 정해주는데요. 그러지 말아야 할까요?

그러면 아주 위험해질 거예요! 우리 연구 결과는 마감일을 주지 말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원고를 쓰는 일처럼 복잡한 업무에 마감일을 두지 않으면 사람들이 우선 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법이죠.

192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과 기업 경영자들을 위해 창간한 경영학 저널이자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