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0원대’ 환율, 내년 다시 오를 이유

💵 ‘1200원대’ 환율, 내년 다시 오를 이유 

최근까지 1500원을 넘보던 환율이 1300원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관련 기사). 어제 환율은 1294.50원에 마감해 10월 고점 대비 10% 급락했습니다. 연준이 이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달러 가치가 꺾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화 가치 회복은 나라 경제엔 도움이나, 서학 개미들은 ‘초비상’입니다. 미국 증시가 떨어져도 달러로 환산한 평가 이익이 상당해 손실을 막아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금융사들은 ‘환 헤지(hedge·위험 회피)’ 투자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러 약세가 지속될진 미지수입니다. JP모건 등 미국 투자은행들도 달러 외 자산을 포트폴리오에서 늘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되면서 거시적인 달러 강세 환경은 변하지 않을 거란 지적도 제기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강달러, 내년 초까진 이어질 이유

10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이후로, 연준 통화 정책을 향한 시장 기대가 엄청 커졌어요. 그러나 이런 기대는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레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죠. 연준은 내년 초까지 금리를 더 올리고 내년 말까지 올린 금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인하 폭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관련 내용).

결국 시장의 과도한 기대도 연준의 의도를 현실로 깨닫게 되면서 완회될 겁니다. 그럼 환율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커요. 달러 강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까진 유지될 걸로 봐야죠.

손석우
경제 평론가·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요즈마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올해와는 다른 요인이 환율 올릴 수 있어

달러 강세가 한풀 꺾인 건 분명하지만 변수는 있습니다. 올해 강달러의 주된 배경이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었단 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거란 기대만으로도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게 그 방증이죠. 

국내 기관,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동소이합니다. 환율 오름세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당분간 환율을 크게 자극할 요인도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 요인입니다. 무역수지가 8개월째 적자인 데서 알 수 있듯, 국내 기업의 수출이 줄고 있습니다. 경영상 손익이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수출 의존도가 높아요. 기업이 수출에 애를 먹고 애써 수출해도 수익이 안나면 기업 신용 리스크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 리스크가 커지면 국내로 들어오는 자금 흐름이 다시 달러를 사는 데 몰릴 수 있어요. 그럼 환율은 다시 상승하겠죠. 올해와는 다른 요인으로 환율이 재차 오를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원화·엔화 가치 오르는 2가지 이유

며칠 전 파월 의장의 발언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지금 분위기와는 조금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놨습니다.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내년 최종 금리 수준은 9월 전망인 4.6%보다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향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단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원화 강세는 계속 이어지고, 엔화 역시 강세를 유지 중인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1️⃣ 우선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금융 불안 발생 위험을 줄였습니다.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그 속도에 적응 못한 경제 주체들이 생겨 특정 부문에서 부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 부도 위험 지표인 CDS 프리미엄*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릴 거란 예상이 우세하던 8월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우세해진 11월부터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되면서 금융 불안의 위험이 줄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CDS 프리미엄 : CDS란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로서, 국가나 기업이 부도 위험에 대비해 발행하는 보험 성격의 금융 상품. CDS 프리미엄은 이 보험의 수수료를 의미하며, 비싸질수록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

2️⃣ 국가 간 금리 격차뿐 아니라 물가 수준 차이도 환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미국 금리와 물가 상승률은 한국, 일본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이 경우 우선 금리 격차의 영향을 크게 받아 달러 가치가 상승합니다. 이후 시간을 두고, 물가 격차도 반영되면서 달러화가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금리를 완만하게 상승시키면 금리의 영향은 환율에 천천히 반영되는 대신, 물가 차이는 바로 반영됩니다. 결국 달러 가치를 하락시킬 압력이 더 커지게 되는 겁니다.

현재 원화와 엔화 강세를 이끈 요인은 위 두 가지인데요. 이외에도 환율은 향후 유가나 식량 가격의 변동, 중국의 코로나 상황, 러시아-우크라 전쟁, 신흥국의 경기 부진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서방의 ‘러시아 돈줄 말리기’는 성공할까?

어제부터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가 시행됐습니다(🔗관련 기사). 러시아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하에만 거래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유가 상한제 시행을 확정하자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과 호주도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며 상한제에 동참한 국가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70달러에 거래되고 있던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이 60달러로 하락한 겁니다. 다만, 유가 상한제의 실효성이 미미할 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전 세계 정유사·보험업계와 거래하지 않고 제재 대상국인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만 거래하는 일명 ‘그림자 선단’을 꾸렸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그림자 선단을 통해 가격 상한제를 우회해 원유를 수출할 수 있어 결국 그림자 선단의 활약 여부가 제재의 효과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유가 불안 위험에도 불구하고 하루 200만배럴의 감산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관련 기사).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증산이 필요하다는 서방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10월 이후 유가가 하락했고, 향후 원유 수요가 줄어들 걸로 예상된다는 게 그 근거인데요. 가격 상한제 시행에 OPEC 플러스의 감산이 그대로 유지되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에너지 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규제 회피, 쉽지 않을 거예요

가격 상한제의 성공 여부는 러시아의 규제 회피 가능성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유럽으로 가스 공급을 줄인 대신 중국, 인도 등 대러 제재에 동참 않는 국가들로 에너지 수출을 늘려 왔는데요. 이번에는 서방 국가들이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원유의 운송 자체를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전 세계 주요 정유사와 보험 회사, 해운사들이 G7 혹은 EU 국가 소속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로의 원유 수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서방이 정한 가격 상한과 시장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러시아에 불리한 요인입니다. 배럴당 60달러는 현재 원유 시장 가격과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규제 가격과 시장 가격 차이가 크면 중국이나 인도 등 규제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이 제재를 회피해 러시아 원유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규제를 회피해서 얻는 실익보다 오히려 규제 회피 국가라는 낙인 효과로 평판이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러시아가 그림자 선단을 꾸린다 하더라도 가시적인 수출 증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유가가 급등해 규제를 회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차익이 늘면, 규제 회피 가능성이 높아질 순 있습니다. 다만, 서방도 2개월마다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을 조정하기로 한 만큼, 그렇게 될 확률도 낮아 보입니다. 세계를 등지고 홀로 싸우는 러시아의 겨울이 추워 보이네요.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제재 실효성 충분합니다

서방이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사실상 전쟁의 자금줄로 활용된 원유가를 제한해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것이죠. 다만, 상한 가격을 60달러 수준으로 정한 것은 물가와 원유 수급 등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려는 절충안이라고 해석됩니다. 

일각에선 상한제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비판도 나오지만, 제재 실효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앞서 류상철 국장님도 설명해 주셨듯이 그간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많이 사들여왔는데요. 아무리 러시아와 우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제재 가격과 시장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러시아산 원유를 고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건 그림자 선단의 활약 여부입니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를 위반한 거래를 감추기 위해 오래되고 낡은 유조선을 활용하고, 보험도 들지 않은 채 운행합니다. 거래 비용을 낮출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한국엔 오히려 기회 올 수 있어요

당분간 유가는 높게 유지될 전망입니다. 물론 고유가는 전적으로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한국에는 부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유가로 기회를 잡을 산업 분야도 분명히 있습니다. 일례로 다음과 같은 기회들을 잘 포착해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1️⃣ 유망한 중동 시장 : 중동은 석유 판매 수익을 활용해 신도시 건설, 신산업 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 고유가로 석유 판매 수익이 늘어나면 그만큼 투자 규모도 커지고,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요. 국가적으로 중동과 관계 강화를 추진한다면 상당히 유망한 시장이 조성될 것 같습니다.

2️⃣ 대체 에너지 산업 발달 : 석유 가격이 오르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 산업이 더 발달할 겁니다. 석유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과도 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또한 석유 대신 원자력 발전을 늘리려는 국가 역시 늘어날 겁니다. 원자력 관련 수요에도 적극 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전기차 수요 증가 : 석유 가격이 오르면 내연기관차 운행에 드는 비용 역시 증가합니다. 이는 곧 전기차의 운행 비용 절감 효과가 더 부각되는 효과를 낳아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조선업 수요 증가 :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면, 선박을 통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해야 합니다. 특히 유럽은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가스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려면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선업 분야 주문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석유 가격이 높아진다면 원유를 채굴하는 석유 시추선 수요도 늘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