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풀리는데 집값 더 내릴 수 있는 이유

🏠 대출 풀리는데 집값 더 내릴 수 있는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새로운 사실 : 아파트 가격이 15억원을 넘기면 구매시 대출을 한 푼도 해주지 않았는데요. 어제 이 규제가 풀릴 것 같단 보도가 있었습니다(🔗관련 기사).

이렇게 되면 15억원 이상 아파트 가격이 재차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부동산 거래 침체를 막는 게 더 시급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이런 정책 변화의 배경이라고 합니다. 이 대출 규제를 딱 집어서 해제하지 않더라도,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세를 반영해서 투기 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의 범위를 조정하기만 해도 상당수 지역 대출 규제는 저절로 풀립니다.

규제 풀리면 집값 더 낮아질 수 있다? :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지, 아니면 15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그 거래 활성화 여파로 거래가 잘 안 되던 지역에서도 기존 거래가보다 내려간 실거래가가 찍히게 될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호가만 제시되고 있고 거래가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실거래가 통계에는 꽤 오래 전 높은 가격의 거래 기록만 남아있습니다.

서울 잠실 등 일부 인기 지역에는 그나마 매수세가 있기 때문에 수억씩 하락한 가격에 실거래가 되고 있고 그래서 낮아진 가격이 시세로 공인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매물 호가만 있어서 적정가격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출 규제 완화가 이런 지역에서 낮아진 호가를 실거래가로 바꾸게 되면 그것이 시장 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변수입니다.


🚫 앞으로 물적분할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 앞으로는 기업을 물적분할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회사가 모두 사들여야 합니다. 아마 앞으로는 상장회사가 기업을 물적분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뉴스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이 뉴스를 이해하려면 왜 물적분할이 논란거리가 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 설명을 좀 해드리겠습니다.

‘물적분할’은 왜 하나? : 기업이 사업을 하다 보면 기업을 분할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회사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회사 내부에 자율주행차 개발 본부를 두고 일할 수도 있지만, 자율주행차 사업을 아예 별도 회사로 분할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걸 물적분할이라 합니다. 그 별도 회사는 외부 투자를 받기도 쉽고 인재를 스카웃하기도 수월합니다.

반면 기존 회사 내부에 자율주행차 개발 본부를 뒀다고 해봅시다. 해당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있다면, 이 기존 회사가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미래형 최첨단 자율주행차 사업에 투자를 하고 싶지, 버스도 만들고 트럭도 만드는 이 올드한 기존 회사에 투자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인재 영입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회사를 세워 스카웃해야만 ‘이 회사를 상장시켜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할 수 있지, 기존 회사에 입사하라고 하면 좋은 인재들은 ‘이미 상장된 기존 회사에 입사해봐야 뭘 더 얻겠는가’라고 생각해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기업을 분할하는 결정이 내려지게 됩니다.

물적분할, ‘왜’ 건드리나? : 많은 경우에 유망한 사업부를 분할해 기존 회사 아래에 100% 자회사로 두는 모회사-자회사 구조의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합니다. 기존 사업부와 유망한 사업부를 서로 형제 관계로 두는 인적분할도 가능은 하지만, 그리 하면 기존 회사의 대주주가 그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지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부는 앞으로 투자를 많이 받을 텐데 그러면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시킬 경우, 모회사 주가가 크게 하락한다는 사실입니다. 모회사의 주가에는 자회사로 분할돼 떨어져 나간 매우 유망한 사업부의 가치가 반영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켓몬 캐릭터 카드를 갖기 위해 그 카드가 들어있는 포켓몬 빵을 줄 서서 열심히 구매를 했는데, 그 카드만 따로 팔기 시작하면 포켓몬 빵을 살 이유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LG화학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관련 기사).

도입된 정부 대책 : 그래서 정부는 앞으로 기존 회사가 유망한 자회사를 물적분할할 때는 기존 주주들에게 찬반을 묻고,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은 물적분할 발표 전의 주가로 기존 회사가 사들이는 걸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기존 회사 주주들이 반대를 할 겁니다. 그럼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은 거의 불가능해지겠죠. 투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건데, 오히려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주주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여러 카드들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분할되는 자회사 상장 때 공모주의 우선 매수 권리를 기존 회사 주주들에게 주는 방안 등인데요. 실효성은 없습니다. LG화학의 기존 소액 주주 지분은 약 57%였는데 이들이 주가 하락으로 손해 본 금액은 10조원이 넘었습니다.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약 10조원 규모) 전체를 이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상장 첫날 이른바 ‘따상’을 기록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은 기존 주식을 LG화학에 되사들이도록 요구하는 게 유리합니다. 특히 분할하는 자회사가 상장할 때 공모 가격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존 주주들은 물적분할을 반대하고 주식 매도를 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기존 주주 피해는 똑같을 것 : 결국 앞으로 우리나라에선 유망한 자회사를 물적분할한 후 상장시키는 건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깁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외부 인재를 스카웃하기 위해서는 별도 회사로 분할 상장하는게 필수적이니까 그걸 안 할 순 없을 겁니다. 남은 방법은 기존 회사가 회사 내부에 사업부 형태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100% 자회사를 설립해서 키우는 겁니다. 그럼 그 자회사를 상장시킬 때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이미 처음부터 분할된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 : 결국 기존 회사 주주들은 똑같은 피해를 입습니다. 100% 자회사였던 회사가 주식 시장에 상장되면 포켓몬 카드만 따로 판매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입니다. 즉 ‘물적분할 후 상장’을 이번 조치를 통해 막으면 기업들은 처음부터 자회사를 설립해 상장시키는 것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고, 모회사가 키우던 사업이 유망해보이면 그 사업을 조용히 ‘이미 설립해놓은 자회사’로 이동시키는 일이 잦아질 겁니다.

이것도 막으려면 자회사 설립 자체를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건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아직은 뚜렷한 대안이 없는 이슈입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G7 원유 가격 상한제에, 가스관 잠근 러 :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또 잠갔습니다. 지난주 G7이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보복으로 풀이됩니다(🔗관련 기사). 러시아 정부는 G7의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는 나라들에는 원유 판매하지 않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즉각적 대응에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수급 계획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프랑스는 그간 중단 원자로를 올겨울 모두 재가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해상 운송료 하락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 해상 운송료가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도 1400원 선을 넘어설 거란 우려도 확산 중인데요(🔗관련 기사). 해상 운송료가 줄면 외화 운송 수입도 덩달아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의 43%가량이 외화 운송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달러 유입이 줄면 환율은 더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