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상담소] 저도 퇴사해야 할까요?

[직장인 상담소] 저도 퇴사해야 할까요?

대화나누는 사람 일러스트

힘들지 않은 척 ‘정신 승리’가 요구되는 회사 생활. 여러분들의 직장 내 자신감 회복을 위해 DBR의 마음 전문가들이 여러분의 마음을 ‘처방’해드립니다.

📩 대기업 제약사 품질관리팀 박 과장(38)의 고민은?

올해만 벌써 4명입니다. 10명 남짓했던 저희 팀에서 퇴사한 사람들 말입니다. 육아, 창업, 이직, 휴식 등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팬데믹 사태로 약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과장 2년 차인 저는 자연스럽게 떠난 이들의 일을 도맡게 됐습니다. 상사들은 이미 막대한 업무량에 허덕이고 있고, 인력 충원을 위해 갓 입사한 신입들은 회사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입니다. 전 기꺼이 ‘나 말고 누가 해. 내가 좀 더 고생하고 말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을까요.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에 왔습니다. 회사에선 끼니를 거르기 일쑤입니다. 밥 먹을 시간도, 입맛도 없어서요. 그리고는 늦은 시간 퇴근해 폭식을 합니다. 아침마다 속이 더부룩해 소화제를 끼고 살죠. 스트레스 탓에 안 하던 구토도 자주 합니다. 

지난달 창업을 하겠다고 퇴사를 결심한 후배의 송별회가 있었는데요. 후배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의 선택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 때 후배가 좀 힘이 돼 주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인걸까요. 평소 제가 잘 챙기기도 했고, 또 저를 잘 따르던 후배라 더 아쉬움이 컸습니다. 

저는 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처럼 워라밸을 선호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높지 않은 시대에 흔치 않은 일로 보이겠지만, 늦은 시각까지 야근을 해도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그런데 함께 열심히 일하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는 현실을 마주하니 제 스스로가 혹시 무능하거나 미련해서 이곳에 남게 된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다들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인생을 개척하는데 저는 왜 이 자리에 목을 매고 있는 걸까요. 이대로 현상 유지를 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우산 들어주는 친구

🙌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세요!

우선 상심이 깊으셨겠습니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오래 마주치며 일했던 동료가 떠난 자리는 누구에게나 클 겁니다. 그런데 슬픔을 감당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전에 막대한 업무량을 소화하느라 몹시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퇴사를 하면 회사는 한동안 혼란에 빠집니다. 인력이야 충원하겠지만, 새로운 인력이 일에 익숙해지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니까요.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남은 재직자들이 퇴사자들의 몫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어떤 조직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박 과장님처럼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다만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돌아볼 필요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창업하는 후배를 보면서 복잡한 감정이 드셨을 겁니다. 일단 갑자기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몸도 지친데다, 아쉬운 한편 혹시 ‘내가 무능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교차하면서 마음도 괴로우셨겠죠. 종종 떠난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실컷 분노해도 좋습니다. 단, 어느 순간에는 ‘탁’하고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회사는 사람이 들고 나는 게 자연스러운 단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망이나 아쉬움을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으면 병의 원인이 됩니다.

퇴사한 분들, 그리고 그분들의 퇴사를 놓고 꼬리를 물었던 생각을 이제 놓아야 합니다. 겉보기에는 부러우셨을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 약품 수요가 높아져 안 그래도 바빠졌을 제약 회사 상황을 상상해보면 당장 격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그분들이라고 마냥 편안할까요? 이직한 회사에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 창업이나 육아 등 새로운 모험에 대한 걱정이 왜 없겠습니까. 나만 손해 보는 게 아니라 모두가 선택의 대가로 얻은 짐을 지고 산다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해보여요

박 과장님은 평소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유능한 분입니다. 그런데도 왜 막연하게 회사를 떠나야 하나 고민하셨나요? 퇴사자가 계속 생기는 상황이라 그저 마음이 뒤숭숭해서 그런 건 아닌가요? 남들의 선택에 휘둘리지 마세요. 각자의 상황과 선택지는 다릅니다. 예컨대 떠난 동료 중엔 박 과장님에게 열등감을 느껴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또 격무를 통해서 일의 보람을 느끼는 박 과장님과 달리 워라밸에 방점을 두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 자신과 대화가 없으셨다면 일기를 쓰거나 친구와 대화를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내가 정말 이 회사를 떠나고 싶은 건지, 아니면 퇴사자들로 인해 잠시 마음이 동요한 것인지, 혹은 단지 현재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많아서 그런 건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퇴사한 사람들은 남은 자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들의 생각입니다. 겉으로 볼 때는 퇴사자의 상황이 나아져서 혹은 나보다 유능해서 회사를 나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부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갈 때’가 돼서 나가는 것뿐이지요.

퇴사가 이어지면 회사도 뒤숭숭할 겁니다. 특히 연봉 협상이 끝나고 많은 사람이 퇴사하는 연초가 되면 남는 자와 떠나는 자가 함께 모여 공기의 흐름에서조차 긴장감이 느껴지죠. 하지만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런 어색한 분위기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은 꼭 있습니다. 그들이 의연할 수 있는 건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어차피 언젠가 사람은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다시 들어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입이 들어오면 어서 가르쳐주고, 늘어난 업무량은 프로젝트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조율해야지’ 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거죠. 능력있는 박 과장님도 이런 의연한 태도를 가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휴식은 옵션이 아니랍니다

정신적인 고민과 함께 현재 폭식으로 인한 신체적 건강까지 위협받게 된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우선 점심 식사 시간만큼은 꼭 확보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휴식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단 10분이라도 휴식을 주는 습관을 들이시길 바랍니다.

책임감 때문에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면 몸과 마음에 상처가 생깁니다. 아무리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일지라도 휴식을 취해야 할 저녁 시간까지 반납하며 일에 매진하다보면 번아웃에 오기 마련입니다. 혹시 그동안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셨다면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 삼아 약간 느슨하게 살아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결국 누군가가 해야 하니까’ ‘내가 안 하면 안 되니까’와 같은 희생의 마인드가 아니라 ‘이 정도 여유는 있어야 내 몸과 마음을 지킬 수는 있겠어’라는 마음으로요. 모든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업무와의 관계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무능하고 미련하게 보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과도한 업무량은 문제지만 박 과장님께서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 하고 있는 일에 큰 애정과 사명감을 가진 걸로 보입니다. 그러면 더더욱 남의 결정에 동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마음속에 불만의 불씨 정도는 있을지 모릅니다. 예컨대 회사는 마음에 들지만 급여나 복지 혜택 등의 조건이 불만족스럽다면 관리자와 협상을 시도해보세요. 업무량이 많아 힘이 드는 거면 프로젝트 기한을 늘리면 되고, 기한을 연장하기 어렵다면 현재 인력으론 운영하기 힘들다고 상사와 관리자에게 강력하게 요청해보세요. 이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때 이직을 고려해도 늦지 않습니다. 박 과장님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떠난 동료가 아닌 스스로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때입니다. 

경영지식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최고의 경영 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