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격변과 균형' 저자·제11대 기획재정부 제1차관·전(前)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주가 하락, 당분간 이어질 것

지난달 말 이진우 기자님과 나눴던 ‘이번 금리 인상 싸이클은 일찍 종료되는 게 아닌가?’라는 논쟁이 생각납니다(🔗관련 내용). 파월의 잭슨홀 연설은 한마디로 ‘노 피봇(No Pivot)’ 선언입니다. 통화 정책 기조에 변화는 없단 겁니다. 7월 이후 이어진 베어마켓 랠리*의 토대가 통화정책 변화의 기대감인데, 그게 무너지자 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코베이시 레터(TKL) 컨설팅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실물 경기 침체가 수반된 약세장은 보통 20개월 정도 지속됐고 주가 지수는 35% 하락했습니다. 이번 약세장은 9개월 정도 지났고 고점 대비 24% 하락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전례에 비춰 봐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베어마켓 랠리 : 전반적 약세장 속 주가가 일시 반등하는 현상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파월은 왜 강력 발언을 쏟아냈을까?

파월은 시장 예상과 달리 왜 경기 침체나 실업률에 아랑곳 않고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놨을까요?

1️⃣금융 시장이 연준 의도를 제대로 모르고 행동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경기가 침체하면 연준이 고금리 의지를 꺾을 거라 보고 있었어요. 금리 하락을 예상해 레버리지를 늘린 사람들도 있죠. 이렇게 연준의 실제 의도를 모르거나 곡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손해는 훨씬 커집니다. 이는 곧 금융 시장 전체의 충격으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파월은 신중한 자산 운용과 보수적 투자·지출을 권장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겁니다.

2️⃣금리를 안 올리고도 물가 안정 효과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투자·지출이 줄어들지 않으면 물가 상승률은 계속 높아집니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높여야 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시장 우려대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이 연준의 의도를 알고 투자·지출을 선제적으로 줄인다면 물가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고금리는 이제 뉴노멀

과거엔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 중앙은행은 으레 통화정책을 완화해 주가를 떠받쳤습니다. 금융 시장도 이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인플레가 정점을 통과해도 2%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 안정을 위해 연준은 긴축을 유지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플레가 4% 수준에서 머물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4% 수준으로 높인 후 그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 시장에서 기대하는 통화 정책 방향 선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실 지난 40년간은 효율적 공급망과 저물가로 금리 하락세가 유지될 수 있었는데, 이젠 정치적 논리로 글로벌 공급망에 금이 가고 생산 비용 자체가 높아졌습니다. 인플레는 과거보다 1~2% 정도 높아지고 금리도 그 정도 높아지는 상황을 투자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 여의치 않은 한국 사정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같습니다. 그러나 금리를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한국은 가계 부채 비중이 높아 급격한 금리 상승이 서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속적 금리 상승을 견딜 만큼 낮은 실업률과 견고한 노동 시장이 있습니다. 미국이 예고대로 고강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자본 유출은 가속화될 텐데, 한국이 적절히 금리를 올리기가 여의치 않아 우려됩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반복 언급된 단어 ‘고통’

파월은 이번에 “긴축 정책의 ‘고통’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고통이란 단어를 반복적으로 언급했죠. 고통은 위험 자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어일 겁니다. 이에 글로벌 경기 민감도가 높은 코스피 등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한동안 높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단기적인 환율 상승과 코스피 약세도 지속될 거고요.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아베노믹스의 한계

엔화 약세 배경 중 하나가 일본의 낮은 임금 상승률이죠. 임금이 적게 오르니 내수 소비 부진이 초래됐고, 결국 기업들은 해외 수요에 기댔습니다. 정부는 수출 장려를 위해 엔저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갔죠.

그럼 왜 그렇게 임금이 낮게 올랐었을까요? 일본 기업 문화엔 종신 고용과 연공 서열 체계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종신 고용을 유지하면 생산성이 낮은 직원들도 많이 근무하게 되죠. 그나마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곳으로의 이직 가능성도 차단되기에 경제 전체의 생산성도 낮게 유지됩니다. 성과급이 아닌 연공 서열 중심의 임금은 직원들이 역량을 강화할 유인도 떨어뜨리죠. 생산성 향상도가 낮으니 임금 상승 유인도 작았던 겁니다. 이외에도 비정규직 고용 증가도 한 원인입니다. 

요즘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엔 일본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작년 임금 인상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은 방치하고 표면적 수치만 개선하려는 것이라 좋게 평가할 수만은 없네요. 일본 경제의 근간이었던 아베노믹스가 금융·재정 분야에선 성과를 거뒀지만 구조 개혁에선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습니다. 이 구조 개혁 없인 새 성장 기반 확보가 어려울 겁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일본판 ‘소득 주도 성장’ 실현?

OECD에 따르면 일본은 작년 구매력 평가로 본 1인당 소득에서 이미 한국에 추월 당했습니다. 그만큼 일본으로선 장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죠. 이 가운데 기업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올려주는 건 일본 경제에 큰 호재로 해석됩니다. 임금 상승이 위축된 소비를 장려하고 기업 생산을 증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면 이거야말로 ‘임금(혹은 소득) 주도 성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임금 올려주되 감세로 인플레 악순환 막아야

경제가 성장하면 실질임금은 경제 성장률만큼 높아져야 합니다. 만약 인플레에도 명목임금이 그만큼 안 오르면 소비가 줄어 경제 성장이 악화됩니다. 그러나 인플레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명목임금을 높이 인상하면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업 원가가 올라 제품가도 오르는 것이죠.

이때 정부는 재정 정책을 통해 임금 인상률이 낮은 근로자에게 소득세를 깎아주고, 임금을 많이 올려준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 이 악순환 고리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해 인플레가 심해지는 경우, 환율로 이익을 보는 수출 기업에 과세해 수입 기업에 보전해 주면 됩니다. 수입 가격 상승분이 제품가에 전가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이 엔화 약세로 이득을 보고 있죠. 이들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버린 근로자들의 명목임금을 인상시켜 실질임금 감소를 보전해 주는 건 적절합니다. 더구나 일본은 아직 인플레가 심각하지 않아 임금 상승이 다시 인플레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생길 위험도 작습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넷플릭스 外 선택지 많아 아성 무너져

최근 온라인 광고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데, 구독료와 광고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피드백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 케이블과 광고 요금제를 활용하는 OTT 업체 사례를 보면 대개 10분에 한 번씩 광고가 재생되는데, “굉장히 피로감이 크다”는 평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사실상 경쟁자 없이 독주했던 넷플릭스의 아성에 위기가 온 듯합니다.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우는 후발주자들이 속속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디즈니+, 애플TV 등 이미 다양해진 선택지에 넷플릭스의 저가 요금제가 구독자 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 한국 콘텐츠 업계엔 기회!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구독자들을 위해 결코 광고를 틀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고집을 꺾고 넷플릭스가 광고 플랜을 시작했네요. 돈만 되면 아무 광고나 무차별적으로 내보내는 그런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세계 방대한 구독자 층을 잘 타깃한 세련된 광고 상품 제작을 기대합니다. 

광고 유치를 위해 내년부턴 넷플릭스 콘텐츠의 더 상세한 시청률 데이터가 외부로 공개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존 지상파, 케이블TV에게는 더욱 위협이 되겠죠. 어쨌든 한국 콘텐츠 업계에는 이런 변화가 또 기회로 작용할 겁니다. OTT 입장에서는 광고주를 위해서라도 더 매력적인 콘텐츠가 필요할테니까요.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잘못된 내용, 주의해야 합니다

재건축·재개발 대상 지역이 많은 구도심은 다른 도심지와 비교해 저밀도 지역이고 주로 토지 가격으로 거래됩니다. 건물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건물 평당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건데요.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의미가 없는 내용입니다. 용산이 강남을 제치고 부동산 가격이 제일 비싼 지역으로 등극했다는 것도 잘못된 내용인데요. 행여 독자분들이 기사를 그대로 믿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평균 매매가로 단순 비교할 수 없어요

상업용 부동산은 단순히 평균 매매가를 가지고 지역별로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주거용 부동산은 아파트 단지들이 정형화돼 있어서 분양 면적(상업용 부동산의 건물 면적과 동일 개념) 대비 평균 매매가를 보면 대체로 지역 가격 평가가 가능한데요. 상업용 부동산은 용적률이 지역별로 달라 그게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토지 가격 기준으로 평균 거래 시세가 유사한 2개 지역이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A지역은 면적이 500평 전후인 건물 10개, B지역은 1000평 전후인 10개가 거래됐다고 하면, 건물 면적의 평균 가격이 2배까지 차이 납니다. 토지 시세는 비슷하더라도요. 

용산구가 강남구에 비해 평균 매매가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용산구에서 일반 상업 지역이 많이 분포된 용산역 일대는 대부분 정비 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대형 업무·상업용 빌딩 공급이 제한적이고, 강남구와 비교해 소형 건물 위주로 거래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상업용 부동산은 건물 가격과 토지 가격을 분리해 산정하거나, 일반 상업 지역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지역(GBD), 도심지역(CBD), 여의도지역(YBD) 내 오피스빌딩 3.3㎡당 거래 금액을 비교 기준으로 잡기도 합니다. 참고로 위 기준으로 최근 가장 비싸게 거래된 건물은 강남대로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입니다. (3.3㎡당 4752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통계 착시일 수 있는 이유

대단지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 1️⃣대단지의 ‘프리미엄’을 두고 시장의 가치 평가가 박해졌을 수 있습니다. 기본 가격에 더해 대단지라는 프리미엄 가치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 현재는 기본 가격과 프리미엄 가치 하락분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2️⃣통계적 착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이나 KB부동산, 부동산R114 등 부동산 전문 분석 기관은 크게 두 가지에 기반해 주택가를 분석합니다. 매도자가 부동산에 매도를 문의한 가격인 ‘호가’와 실제 거래가 이루어진 ‘실거래가’인데요. 대형 단지의 경우 실제 매물과 거래가 소형 단지보다 많은 편이다 보니 가격이 시장에 더 투명히 공개됩니다. 가격 변동도 눈에 더 띄죠. 반면 소형 단지는 거래 빈도가 낮습니다. 때문에 호가만 통계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은 하락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규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메타버스 내 킬러 콘텐츠 출현 절실!

인터넷·AI 이후 IT 업계 최대 화두는 단연 메타버스였죠. 하지만 메타버스가 현재 사회, 특히 금융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재점검해봐야 합니다. 과거 인터넷 확산과 비슷하게 사용자 수가 증가하려면 1차적으로는 보완재 관계인 콘텐츠가 지속 증가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생산할 관련 기기나 기술들도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콘텐츠들을 어설프게 옮겨 놓은 수준이라면 폭발적인 사용자 수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울 거예요.

또한,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아직 소수의 업체만 있습니다. 인터넷 초기엔 포털이나 각종 사이트가 붐을 이뤘던 것과 반대로 말입니다. 이게 전체 사용자 수 늘리기와도 직결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기업들도 사용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메타버스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고요. 메타버스 내 킬러 콘텐츠의 출현이 절실합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초기 메타버스는 이미 경험해봤죠

우린 이미 메타버스의 초기 단계를 일찍부터 경험해 본 듯합니다. 카톡 오픈채팅방, 홀릭스 톡방 등에서 문자를 기반으로 다수가 생각을 공유하는 비지니스를 경험해봤죠. 여기에 편안한 AR(증강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문자뿐 아니라 실시간 영상까지 공유하는 인프라가 구축되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메타버스의 세상이 열릴 겁니다. 수익성은 이 메타버스에 사람들이 충분히 모이고 그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 다시 논의가 돼야 할 겁니다. 카톡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