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월은 왜 물가 상승률 2%에 집착할까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5%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7월과 비교해 물가가 8.5% 올랐단 겁니다. 시장의 예상(8.7%)보다 낮았을 뿐 아니라 1981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월(9.1%)보다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됐는데요. 치솟는 물가에 신음하던 찰나 발표된 반가운 소식입니다. 인플레와 금리 부담에 위축됐던 시장도 바로 환호했습니다. 이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높은 물가가 모든 문제의 시작 : 올해 주식시장이 하락했던 이유는 연준이 경기 침체를 유도해야 할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택했는데요. 금리가 오르면 시장에 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산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가 잦아들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져 시장이 안도한 겁니다.

또 일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연준이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는 등 주가 하락을 막아주는 정책을 펼쳤는데요. 높은 인플레에 연준이 시장을 돕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주가가 더 하락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이 ‘너무 높은 물가’였던 거죠.

실제 6월 물가는 5월보다 무려 1.3%나 높아졌습니다. 이 상황이 1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단순하게 12를 곱해 보면 무려 15.6%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그래서 이번 물가 발표를 앞두고 시장이 잔뜩 긴장했는데, 다행히 결과적으로는 6월과 비교해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따져보면 오히려 0.0193% 낮아졌습니다.

상승 폭은 3월과 같은데 반응이 달라진 이유 : 물가 상승률 발표 직후인 어제 시장의 반응은 말 그대로 ‘환호’였습니다. 그런데 6월이 아닌 작년 7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8.5% 상승했는데요. 여기서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3월에도 전년보다 물가가 8.5% 올랐는데 그때는 시장이 충격에 빠졌거든요. 상승률은 같은데 왜 반응이 이렇게 달랐을까요? 3월은 물가가 계속 올라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면 지금은 전월보다 상승 폭이 둔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바이킹을 탈 때 같은 위치라고 해도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기분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죠.

연준이 2% 인플레를 목표로 하는 이유 : 인플레 이야기는 이제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혹시 연준의 인플레 목표가 왜 2%인지 궁금해 보신적 있으신가요? 한 마디로 연준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물가 상승률이 2%라는 건데요. 3% 또는 4%가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연준 홈페이지에 잘 나와 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연준이 경험적으로 2%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귀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이~ 너무 싱거운데?’라고 생각하셨다면, 반대로 이런 질문을 드려 볼게요. “적당한 인플레이션 숫자를 사전적으로 정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건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2%였을까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임스 블라드는 연준이 1995년 전후로 인플레 적정선을 2%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1970년대에는 인플레가 매우 높기도 했지만, 인플레 기대가 들쭉날쭉해서 크게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겨우 진정되기 시작했던 때가 1995년 이후였고, 당시 인플레 수준이 2%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2% 인플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심리 : 앞서 말씀드렸던 1995년이라는 시점도 중요하지만, 인플레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 역시 중요합니다. 어제 발표된 물가 상승률도 사람들이 앞으로 ‘인플레가 진정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달의 지표가 추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경기 침체를 걱정하면서 시장이 잔뜩 움츠렸기 때문에 인플레가 잡혔는데, 긴장을 풀어버리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벌써 경기를 가장 잘 설명하는 구리 가격이 꿈틀거리며 상승하고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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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빚쟁이로 전락한 일본 : 일본의 국가채무가 역대 최대 규모인 1255조엔(약 1경2291조원)에 달했습니다. 국민 한 명이 떠안는 국가 부채도 1000만엔(약 9794만원)을 넘어선 건데요. 2003년만 해도 1인당 국가부채가 550만엔에 불과했는데, 20년 만에 약 2배 수준으로 부채 부담이 커졌습니다(🔗관련 기사). 문제는 일본 정부가 작년 역대 최대의 세금 수입을 기록했단 점입니다. 정부가 세금으로 걷는 돈보다 쓰는 돈이 월등하게 많다는 뜻인데요. 이에 일본 정부가 제로금리를 고집하는 이유도 엄청난 국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넷플릭스 제친 디즈니+ : 후발주자인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신흥 강자로 등극했습니다. 스트리밍 시장 진출 5년 만에 절대 강자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를 처음으로 앞지른 겁니다(🔗관련 기사). 디즈니+의 2분기 구독자 수는 2억2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최근 SF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와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 마블 드라마 ‘미즈 마블’ 등 히트작을 연이어 출시한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다만 콘텐츠 제작비 지출이 커지자 구독료 인상을 예고한 만큼, 구독자 수에 미칠 영향을 지켜봐야 합니다.

> 폭염+폭우에 밥상 물가 비상 :밥상 물가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며 1998년 11월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인 겁니다(🔗관련 기사). 그중에서도 배추가 72%, 상추가 63% 등 농축수산물이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올여름 폭염으로 출하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인데요.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최근 폭우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밥상 물가가 오르면 서민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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