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배송 특별비책 (feat.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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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일배송 특별비책 (feat.인천)

택배상자

물류센터 없이 당일배송 가능한 방법

지자체 정책에 유행 주기가 있다면 지금 돌고 있는 유행은 ‘물류’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시에 이어 최근 인천시도 독립적인 물류 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기존의 ‘택시물류과’에서 ‘물류정책과’로 물류를 분리시킨 건데요. 

인천시는 ‘공유물류’를 내세운 물류정책과의 첫 사업을 시범 운행합니다. V2V(Vehicle to Vehicle) 방식의 공유 물류망을 도입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8월 1일 본격 가동을 시작한 시범 사업이 무사히 완수되면  주문 후 3~9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해집니다.
(🔗인천시, 공유물류망 기반 당일 택배 배송서비스 시행, 한국경제)

관에서 물류를 주목한 이유

현재 지자체 단위로 진행하고 있는 많은 물류사업의 뒷배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있습니다. 앞서 커넥터스가 소개했던 서울시의 사업과 마찬가지로 인천시의 이번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디지털 물류 서비스 실증사업’의 일환입니다. )
(🔗서울에 공동배송센터 조성…주민·청년이 가정으로 물품 배송,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서울시가 ‘물류’를 한다고요?, 엄지용)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인천시의 물류사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도 공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인천시가 기대하는 바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생활물류 급증으로 인한 각종 문제 개선 : 생활물류 급증으로 인한 각종 문제 개선이란 도심 내 물류시설(Micro Fulfillment Center) 확보의 어려움을 말하는데요. 배달의민족 B마트 같은 퀵커머스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도심 내 물류시설의 필요성은 증가했지만, 부지 유치가 쉽진 않습니다. 물류시설은 전통적인 혐오시설이기 때문이죠.

왠지 모르게 물류센터가 들어선다고 하면 많은 화물차량이 오가며 매연이 발생할 것 같고, 동네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 같고, 집값에는 도무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상가 입장에서도 손님을 모으는 데 오히려 방해만 될 것 같고요.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수시로 지역 주민의 민원을 온몸으로 겪어야 하니, 물류 업체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물류센터 민원 22만건… “차량기지 내 건립 반대” 최다, 서울신문)
(🔗잘 나가는 ‘B마트’,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커넥터스)

그래서 인천시가 물류센터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해결하고자 나서게 된 겁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V2V 기반의 공유 물류’를 바탕으로요.

2️⃣ 소상공인 유통 경쟁력 확보 & 당일배송 생활권 구축 : 현재 전국 라스트마일 물류망의 대표는 누가 뭐래도 ‘택배’입니다. 택배는 전국 단위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요. 허브 앤 스포크란 출발지(Spoke)에서 발생하는 물량을 중심 거점(Hub)에 모으고, 중심 거점에서 물류를 분류해 다시 각각의 도착지(Spoke)로 배송하는 형태입니다. 때문에 ‘당일 집하, 익일 배송’을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기존 표준 택배 시스템으로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집하된 상품을 중앙 허브터미널까지 간선 이동신 다음 다시 지역 서브터미널까지 간선 이동시키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천시가 기존 택배와는 다른 물류 시스템을 기획한 겁니다. 당일배송으로 인천시민의 편의가 증대되길 기대하면서요.

3️⃣ 지역 경제 활성화 : 더불어 V2V 방식의 공유 물류는 역내 소상공인들이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연결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인천시는 2021년 4월 인천시 중소제조기업 공동 온라인 브랜드 ‘인천직구’를 론칭했는데요. 2022년 7월 기준 인천에 본사나 공장이 있는 600여개의 중소 기업들이 자체 생산한 1만여 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인천직구 입점 소상공인들이 순차적으로 이번에 구축한 당일배송 이용 화주사로 들어설 계획입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전에 하지 못했던 ‘당일배송’ 서비스를 바탕으로 부가적인 매출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되겠죠.

4️⃣ 신규 일자리 창출 : 마지막 배경인 ‘지역 일자리 창출’은 어쩌면 당연하게 연결되는 것일지 모르는데요. 인천시는 이번 시범 사업에 필요한 전기 화물차 배송기사 15명을 포함한 관리 인력 30명을 모두 인천시 거주자로 채용했습니다. 향후 사업성과에 따라서 채용 규모는 지금보다 커질 수 있겠죠.

당일배송 위한 민관의 십시일반 : 인천시는 이번 사업에서 기획과 점검, 예산지원을 하는 정도로 참여합니다. 실단의 물류는 민간업체들이 중심이 돼 진행합니다. 당일배송 물류 운영을 총괄하는 업체는 ‘V2V’고요. 3PL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삼영물류, 패스트박스, 유통화주사인 NS홈쇼핑은 당일배송에 태울 물량을 지원하는 역할로 참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V2V의 전략적 투자사이기도 한 휴맥스는 물류센터 대신 차량 간  화물 이동을 도울 공간을 제공합니다.
(🔗인천시, 디지털물류 실증사업 참여기관 업무협약 체결, 세계환경신문)

공유 물류가 뭐길래

택배 차량

앞서 ‘물류센터 없이 차량 간 이동’으로 당일배송 프로세스를 구축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운영 프로세스에 물류센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류센터의 숫자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라 보는 게 더 맞는 표현입니다.

운영 순서를 요약하자면 삼영물류와 패스트박스, 롯데글로벌로지스 인천 물류센터와 NS홈쇼핑 이천 물류센터에서 당일배송으로 나갈 상품을 별도로 추려 출고장에 대기시켜두고요. 이렇게 대기한 물량을 브이투브이가 운영하는 간선 화물차량이 당일 집하합니다.

그렇게 화주사 물류센터를 출발한 상품들은 V2V가 운영하는 인천 중구에 있는 도심 물류거점에 떨어집니다. 지역내 공장, 카센터 등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구축한 이 도심 물류거점을 ‘광역 정류소’라 부르는데요. 여기서 인천 연수구로 향하는 상품들을 재차 배송 권역별로 분류합니다. 택배 허브터미널과 유사한 역할을 도심지에 위치한 100~200평 규모의 작은 허브가 맡아 처리한다고 보면 됩니다.

택배 상하차중
V2V는 카센터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광역 정류소를 구축했다. ⓒ인천시, V2V

분류를 마친 화물은 또 다른 화물차에 담겨 곧바로 인천 연수구 내 위치한 휴맥스 하이파킹 주차장, 일명 ‘지역 정류소’로 이동합니다. 마지막으로 라스트마일 배송을 맡은 차량이  화물차량에 실린 물품을 인계해 최종 고객의 목적지까지 순회배송을 도는 구조입니다.

차량간 상품 이동으로 라스트마일 배송차량에 상차하는 모습. 주차장 유휴 공간과 두 대의 차량을 활용하여 물류를 처리하고 있다. ⓒV2V

‘화주사 물류센터 – 광역 정류소 – 지역 정류소(주차장) – 최종 고객 주소지’까지 도는 ‘물류 노선’이 만들어지는 거죠. 각 차량들이 노선을 반복적으로 돌면서 집하 및 배송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렇게 구축한 당일배송 서비스의 건당 평균 단가는 불과 2500원입니다. 기존 택배 가격으로 당일배송이 가능해진건데요. 어떻게 이런 단가가 나온 건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을 함께 보세요.
(🔗V2V : 휴맥스가 선택한 주차장 기반 2500원 당일배송망, 커넥터스)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지표는 결국 ‘물량’으로 보입니다. 물량이 만드는 ‘라스트마일 배송 밀적도’가 배송 효율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겁니다. 아무래도 ‘인천직구’만으로는 물동량과 밀적도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향후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서는 물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V2V가 다방면의 영업을 통해 신규 물량을 확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인천시 연수구에서 인천시내 다른 지역까지, 나아가 또 다른 지자체까지 당일 배송 시스템이 확산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류를 취재하는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물류에 대한 관심은 참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제 첫 발을 띤 이번 사업도 긍정적인 성과와 함께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엄지용 : 유료 구독자 기준 국내 최대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의 창업자. 수천명에 달하는 구독자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가치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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