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아베노믹스가 실패한 3가지 이유

일본도 이제 통화 정책을 정상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풍부한 유동성 공급으로 내수 촉진을 노렸던 아베노믹스가 실패한 원인은 크게 3가지입니다.

1️⃣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 : 시장에 돈을 풀어 침체한 내수를 살리는 정책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정부가 돈을 풀었는데도 수요 확대가 안 됐습니다.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뜻이죠.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저금리만 고수하면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클 수 있습니다. 현재 물가 급등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 것처럼요.

2️⃣낮아진 생산성 :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생산성이 낮아졌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같은 양을 투입해 1을 만드는 A기업과 100을 만드는 B기업이 있다면, B기업에 자원을 몰아줘야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금리가 낮으면 A기업도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즉, B기업에 몰려야 할 자본·노동력이 분산돼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B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전체적인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거죠.

3️⃣가계 소비 여력 줄어 : 일본 가계는 예금 비중이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장기적인 저금리는 가계 이자 수입을 감소시킵니다. 소비 여력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단기로 써야할 정책을 장기로 쓴 부작용

아베노믹스의 두 축은 금융 완화와 확장 재정입니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통화·재정 정책을 동시에 펼쳤습니다. 보통 이 두 정책은 단기적으로 사용됩니다. 경기가 둔화할 때 유동성을 풀다가 경기가 회복되면 그 규모를 줄이는 거죠. 하지만 일본은 단기에 그치지 않고 돈 풀기를 지속했습니다. 그 바람에 정부나 중앙은행의 부채는 꾸준히 늘었습니다. (사실 2000년대 이후 미국·유럽 등도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돈 풀기가 공짜가 아니라는 겁니다. 일시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주가가 상승했지만, 언젠가는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60%까지 늘어났습니다. 세금으로 부채를 갚기에도 벅찹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국채 금리가 1%만 올라도 정부 부담 이자가 GDP의 2.6%에 다다릅니다. 일본은행의 자산을 처분하는 것도 힘듭니다. 주가를 부양하려 매년 사들인 EFT 규모가 총 50조엔인데, 이를 팔아버리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겁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정책 기조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타개하기 위해 아베노믹스가 등장했고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확장 정책이 오래 이어지면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아지게 됐습니다. 게다가 엔저로 수입가가 상승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가 타격받고 있죠. 재정 건전화, 긴축을 위해 정책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엔화가 더 이상 국제적으로 안전자산 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일본 정부가 고려해야 할 대목입니다.

김용범

'격변과 균형' 저자·제11대 기획재정부 제1차관·전(前)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격변의 시기를 증명하는 뉴스

세계 경제가 격변하는 시기란 걸 다시금 느끼게 하는 뉴스입니다. 중동 산유국들은 작년만 해도 전 세계적 화석 연료 축소 기조에 위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성해진 인플레로 올해 들어 오일 머니가 쏟아져 들어오니… 격세지감입니다. 향후에도 인플레로 자본에 손상을 입은 나라라면 선진·신흥국 너 나 할 것 없이 산유국에 구원 요청을 많이 할 듯합니다.

더 주목해 봐야할 움직임은 세계 권역별 경제 블록화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블록의 재등장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석유 관련 수입 때 쓰이는 결제 통화가 어떻게 재편되고 진화할지도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까진 이 결제 통화가 대개 미국 달러여서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중국 등이 주도하는 신흥 5국 모임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이 모색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올해 초부터 국제 석유 거래에서 위안이 달러를 대체할 결제 통화로 부상할 수 있다는 뉴스도 나왔었습니다.

📌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체제 : 페트로 달러란 ‘석유를 팔아 얻은 달러’란 뜻으로, 달러로만 원유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하는 현 국제 원유 거래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오일머니를 흐르게 해야

산유국들이 석유 판매 자금을 그대로 은행 계좌에 넣어두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금의 주인이 석유 소비국 소비자에서 산유국 정부로 바뀐 정도에 그치겠죠. 이렇게 돈이 고이면 석유 소비국들의 경기 침체는 심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자금이 투자 지출로 적극 활용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석유 소비국 입장에서 유출된 자금이 다시 유입되니 소득 창출에 보탬이 되고 경기 부진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80년대 중동 건설 붐이 대표적 사례죠. 

때문에 지금 같은 시기에 산유국들이 적극 투자할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사실 산유국 입장에서도 자산 가격이 하락한 이때가 저가로 투자할 기회이기도 하죠.) 금융 시장 불안정 때 급격한 자금 유출의 위험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겁니다. 투자 설명회를 공격적으로 개최하고, 현재 UAE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데 이 규모를 늘리거나 다른 산유국으로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는 협력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겁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장기 지속될 현상은 아닙니다

중동 산유국들의 이 같은 특수가 장기간 지속되긴 어렵다고 봅니다.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등지 국가들은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중입니다. 탄소 중립을 대하는 태도도 변하겠죠. 기존엔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차원이었다면, 이젠 대체 에너지 개발로써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방편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지금 당장은 탄소 중립 움직임이 퇴보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가속화될 수 있는 거죠. 

중동 국가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원유·가스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기존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겁니다. 한국은 에너지·보건·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특히 사우디·카타르는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 기술 협력을 원합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 중동에 한국의 수소 생산 기지를 구축하면 좋겠습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 빅테크의 대부업, 신중해야 합니다

알리바바·아마존 등 전자상거래에 뿌리를 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대출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쿠팡도 그 뒤를 따르는 중인 거죠.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기술적 우위에 있다는 점이 빅테크의 도전에 힘을 싣습니다.

하지만 빅테크의 금융 생태계는 전통 은행에 비해 안정성이 낮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한 순간에 무너질 가능성도 있죠. 빅테크 기업은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업군에 문어발식으로 뿌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 쪽 사업에서 리스크가 생겼을 때 다른 비즈니스로 빠르게 오염될 가능성이 있죠.

전통 금융 사업을 운영한 경험이 없다는 점도 우려됩니다. 금융 불안 리스크를 식별할 수 있는 눈이나 이슈 발생시 대응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죠.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선제적 관리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될 수도

쿠팡 같은 빅테크가 운영하는 금융업의 고객은 어떤 사람일까요. 보다 낮은 수수료를 찾는 사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찾는 사람일 겁니다. 이들의 니즈는 분명 쿠팡이 만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여태껏 같은 전략으로 수많은 유저를 유치해 온 쿠팡이니까요.

하지만 대부업은 접근 방식이 조금 달라야 합니다. 어떤 일보다도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업입니다. 많은 스타트업 핀테크 회사들이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AI 모델을 만들어 신용도를 체크한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적 접근일 뿐입니다. 이 같은 접근으로는 아웃라이어, 즉 예상을 벗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굳게 믿었던 가정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금융업이니 만큼 그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습니다. 전통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이유입니다. 전통 은행과 금리로 맞붙어야 하며 토스·카카오와 편리성 경쟁을 해야 합니다. 개인 정보 이슈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 리스크 관리도 잘해내야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상가 전환 위한 주택 구매는 뒷북 투자

주택의 상가화는 과거부터 존재하긴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주택 규제가 계속 늘고 중첩되면서 규제 회피 수단으로서 나타났죠. 문화적 배경도 작용했습니다. 도시 재생 확산으로 골목상권이 레토릭 감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공간 소비와 맞물린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죠.

특히 단독주택의 진화는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여년 전 서울 논현동·강남역 일대 단독주택들이 광고 기획사나 건축 설계 사무소로 탈바꿈한 것을 보면 말이죠. 단독주택 거주자들은 아파트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거주자들이 오피스텔로 대거 이동하면서 주택의 주류가 아파트(공동 주택)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주식은 채권이 되지 못하는 반면, 부동산은 용도 전환이나 재개발·재건축 등의 방식으로 투자 재산의 성격을 완전히 바꿀 수 있어 매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권의 열띤 활성화는 일시적 현상에 가까울 겁니다. 주택을 개조해서 상가를 늘릴 만큼, 대한민국에 상업 시설이 부족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거래가 일상이 되고 있는 시대라 오프라인 상가의 경쟁력은 분명 과거와 달라야 할 겁니다. 규제 회피를 위한 궁여지책이라면 모를까, 상가 전환을 위한 새로운 투자처로서 주택을 구매하는 건 어쩐지 뒷북 투자가 아닐까 걱정됩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 골목상권 재조명덕에 진화한 단독주택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죠. 그러나 금융·소비·경제 등 다양한 외부 환경 요소에 따라 진화하는 특성도 갖고 있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단독주택이 몰린 주거 지역은 주거 기능이 고착화돼 새 기능을 갖춘 형태로 진화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기껏 해야 단독주택이 다세대주택으로 변신하는 게 전부였죠.

하지만 최근 레트로 감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소위 ‘핫플레이스(Hot Place)’라는 독특한 선호 현상이 생겨난 덕분에, 골목상권이 다시 재조명을 받으면서 소유자(투자자나 임대인)와 임차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형태로 주거가 변신하는 겁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순기능이 작용하니 바람직한 일이죠.

하지만 눈여겨 봐야 할 점은 경제 논리 때문에 임차인이 떠나며 고유의 지역적 특성을 상실하고 이전의 활력이 사라지는 지역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투자 수익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공간 특성에 기반한 지역성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일 것입니다.

김봉균

대신자산운용 대안투자2본부 본부장

정부가 바라는 주택 공급 증대에 역행

일반적으로 주거와 상업 시설은 각자의 시장을 갖지 않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교집합이 있는 시장을 형성합니다. 주거가 커지면서 상업이 커지고 상업이 커지면서 주거가 따라오는 그런 모습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최근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시장 영향력이 아닌 규제로 인한 용도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바라는 주택 공급 증대에 역행하는 현상입니다. 규제를 통해 주택 매물을 나오게 하려고 했지만, 소유자들은 용도 전환을 통해 부동산 보유를 유지하고 규제를 일부나마 벗어나고 있습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7·10 대책 이후 생긴 변화

단독주택이나 빌라를 신축·리모델링해 상가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는 이전부터 꾸준했습니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 했을 뿐입니다. 이런 용도 변경은 주로 신흥 상권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연남동을 예로 들죠. 과거 경의중앙선 지상 철도 시절, 연남동 일대는 기찻길 옆 빌라촌으로 주거 밀집지였습니다. 그런데 경의선 숲길이 조성되면서 상권이 급속히 확대돼 이면 골목의 반지하 빌라까지도 상가로 리모델링됐고, 지금의 상권이 형성됐습니다.

다만 재작년 다주택자의 취득·보유·양도세가 강화된 7·10 대책이 도입되며 그 전후로 건축물 용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7·10 대책 이전엔 <저층부 근린 상가 + 상층부 원룸>으로 구성해 임대 수익을 극대화했다면, 대책 이후엔 전층 상가로 리모델링하거나 상가 주택 매입시 주택 부분을 명도해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 해주는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지역 아닌 이해관계 차이 때문

강남과 강북이라는 지역 차이보다는 단지별 이해관계가 달라서 생긴 결과입니다. 주로 용적률이나 타입 차이 등으로 여러 단지 중 한 쪽의 부담이 커지면 통합 재건축이 무산되곤 합니다. 조합원 수 증가로 의견 수렴이 힘들어지면서 통합 재건축 추진이 가로막히기도 합니다.

도시정비사업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으로 늘어난 세대를 일반 분양으로 공급해 재원을 확보하고, 그 돈을 이용해 새 집을 짓는 개념입니다. 현재 보유한 대지 면적(대지 지분)이 넓을수록 조합원들의 분담금도 적어지는 구조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대지 면적이 다를수록, 또 사람이 많을수록 의견 일치가 힘들어지고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집값 오를 때는 단독 재건축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이 현상이 계속될 것인지, 기사에 나온 하나의 사례로 끝날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현상을 경제적·심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단독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은 굳이 통합해 추진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제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지역인 거죠.

심리적으로는 경제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공통의 이익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특성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재력을 갖춘 후에는 의견 조율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방안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죠. 향후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른다면 심리적 측면이 더 부각되면서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단독 재건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