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단순 <기업vs근로자> 문제가 아닙니다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 → 가격 인상 → 물가 상승 → 임금 상승 요구 → 임금 상승 → 인건비 상승 → 재차 가격 인상 → 재차 물가 상승 → 재차 임금 상승 요구 …] : 통상적인 인플레 진행 과정입니다.

인플레는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합니다. 국내 경제 주체들이 해외로 지급할 자금 부담이 늘어나는 거죠. 인플레 악화를 막기 위해선 이 부담을 기업과 노동자가 각자 얼만큼씩 나누느냐가 관건입니다. 위 인플레 진행 과정에서 보듯 서로가 부담을 피하려고만 하면 인플레 지속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근로자가 임금 인상 요구를 줄인다면, 기업도 가격 인상을 자제해야겠죠.

그러나 임금 문제는 기업과 근로자 간 단순한 갈등 구조로만 바라볼 수 없는 복잡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고임금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국내 산업계는 우수 인재의 적시 공급이 매우 미흡합니다. 때문에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임금 수준을 매우 높게 형성하지만, 우수 인재 고용 비중이 낮은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죠. 장기적으로 산업계 저변의 우수 인재 공급 확대를 위해 산업계·학계·정부가 임금 문제를 함께 연구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상생 기업·근로자에 법인세 감면·인센티브 줍시다

현재 강한 인플레를 고려하면 정부가 대기업에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인플레 부담을 근로자에게 전적으로 지우는 건 부당한 듯합니다. 고통 분담이 필요한 겁니다. 근로자는 임금을 좀 더 단계적으로 올려 인플레 압력을 최대한 이연·분산하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은 임금 인상에 의한 비용을 가격에 좀 더 단계적으로 전가시켜야 합니다. 여력이 되는 기업은 비용을 최대한 흡수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대신 정부가 법인세 감면으로 보상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아울러 임금 인상이 지연된 근로자는 그 지연분만큼 연말정산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해줄 수도 있겠습니다. 

(@강종구 박사님께서 이번 인플레 근원을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잘 짚어주셨습니다. 이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정부의 환율 안정이 중요할 겁니다. 수입 가격 상승을 억제시키는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 제 처방은 총공급·총수요 공동 확대입니다

현 시점의 경제를 진단하면 다음과 같은 처방이 나옵니다: 총공급을 늘리고 총수요도 확대하자. 현재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의 인플레는 물가·임금 등 여러 고리를 자극하며 스스로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노사간의 고통 분담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이 고통 분담은 고임금군에 속하는 대기업·공기업에 상대적으로 더 요구돼야 한다고 봅니다. 연쇄 임금 상승을 막으려면 최저임금 오름세도 다소 억제할 필요가 있겠죠.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을 막을 정책도 필요할 겁니다.

총수요도 늘려야 합니다. 지금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소비가 부진하고 재고가 쌓인다는 뉴스들이 나옵니다. 특히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높은 경향이 있는 저임금·저소득 계층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면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정부는 이 정책들을 뒷받침할 각종 유인 조치와 세제 혜택 등을 병행해야겠죠.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그럼에도 아파트 상위 시대인 이유

다양한 주거 형태 중에서 유독 아파트가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아파트가 가장 잘 지은 건물이라는 인식도 주된 이유 중 하나죠. 특히 유명 건설사가 지은 브랜드일수록 선호도가 높은데, 이는 각종 광고와 홍보뿐 아니라 실제 거주민들의 체험과 입소문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기사에서도 시공사 CS팀이 입주 개시일부터 30개월 동안 상주하며 하자 신청을 처리한다고 나왔는데요. 이런 서비스도 아파트가 가진 장점이죠.

연립 등 아파트가 아닌 주거용 건물에도 품질 문제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입주민이 소수이거나 소형 건설사가 시공해 하자 처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단지 아파트처럼 문제가 보도되고 시장에서 평가 받기도 어렵습니다. 1970년 준공 약 4개월 만에 붕괴한 와우아파트 사건이나 올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같은 대형 사고는 물론 품질 관련 문제들이 많은 보도와 후속 조치에 힘입어 개선돼 온 것과는 대조적이죠.

결국 아파트뿐 아니라 주거용 건물의 품질 문제를 시장이 냉정하게 평가하고, 건설사는 민감하게 대처해 개선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아파트 시대, 특히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쉽사리 바뀌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건설사의 목표, 이제는 품질 개선이 돼야죠

건설사들의 아파트 품질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끊임 없이 품질 저하가 문제로 지적됐고, 그중 결로나 누수 등 물과 관련된 문제가 주로 반복되는데요. 계절적 요인도 있는 만큼 물론 어려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를 50년 이상 공급해왔는데 아직도 품질 저하를 근본적으로 해결 못했다는 게 납득이 어렵습니다. 그새 상당수 건설사가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이제 격에 맞는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공사할 때도 “이 정도면 되겠지”가 아닌 “이 정도로 될까?” 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인플레 충격이 공급서 수요로도 전파됐네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생산비 부담이 늘어나죠. 결국 인플레 충격으로 제품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올립니다. 가격 상승은 수요 감소로도 이어지죠. 현재 세계 제조업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건 총수요가 감소하고 있단 걸 의미합니다. 즉, 공급에서 생긴 인플레 충격이 수요로까지 전이·확산하고 있는 거죠.

공급 축소와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 경기 둔화를 가속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견조한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기 둔화 압력을 버텨내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수출이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장기불황 온다는 우려 vs 시장 곧 반등한다는 희망

작년 연말 월가에서는 한국 주식시장 상황이 올해 다른 국가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요. 현재로선 어느 정도 월가의 예측이 맞았습니다. 월가는 작년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한국의 가전·전자·자동차 등 업종이 올해는 부진할 거라고 봤습니다. 살 사람들은 이미 다 샀기 때문에 판매량이 줄어들 거란 논리였죠. 향후 국내 기업은 마진을 줄여가며 재고 소진 총력전을 벌일 텐데요. 결과적으로 <기업 이익 감소 → 투자 감소 → 고용 감소 →소비 감소>로 이어지며 장기 불황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어요. 만약 현재 약세장이 <경제 발전 속도 증가 → 경기 순환에 따른 인플레 → 금리 급상승 → 소비 감소 → 기업 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경기 침체 흐름의 한 부분이라면, 이 약세장은 아주 짧은 기간 내 끝날 수 있고 다시 성장을 반복한다는 과거 통계들이 있습니다. 보통 주식 시장은 실물 경기에 선행합니다. 기업 이익이 최저점을 찍기 2~3개 분기 전에 주가가 먼저 하락한다는 겁니다. 이 관점에서 점차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지금, 주식 시장이 조만간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는데, 현재가 바로 그런 상황 아닐까요?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신흥 부촌이 낳은 신흥 학원가

집값의 핵심 요소로 흔히 직주근접·학군 등을 많이 얘기하는데요. 실질적으로는 “돈 있는 사람들이 어디서 살고 싶어 하는가”를 잘 관찰하는 게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포·공덕에 신흥 학원가가 형성된 것도 이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마포·공덕에 학원이 많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2019~2020년쯤입니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시기와 겹치는데요. 당시 마포·용산·성동은 ‘마용성’이라 불리며 신흥 부촌 벨트로 엮였습니다. 여의도·종로 등 업무 지구에서 가까워 변호사·금융권 재직자·대기업 직장인 등 고소득자들이 거주하기 좋은 입지 여건을 갖췄다고 평가받았죠.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지역이기도 합니다. 강남 등 부촌에서 자란 2세대 3040들이 주로 마포·공덕에 자리 잡았는데, 그 자녀들을 위한 서비스가 점차 들어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흥 부촌의 탄생이 신흥 학원가를 만든 셈이죠.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 학원가가 주택 가격 하락을 막기도 해요

학군이나 학원가는 주택 가격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학군이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부동산 학회에서도 자주 다뤄진 주제입니다. 학군과 자산 가격의 연관성이 실제 증명되기도 했고요.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학원가도 학군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학원가가 발달한 지역의 주택 수요가 높고, 심지어 주택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요소로도 작용할 정도죠. 

반대도 마찬가집니다. 소득 수준이 높고 사교육 수요가 충분한 곳에 학원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대치동과 목동, 분당 등 전통적인 학원가도 이같은 공식에 기반해 명성을 쌓았죠. 기사에 나온 마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인 광화문·서울역 일대 도심과 여의도의 중간에 위치했다는 장점이 있고, 주요 대학도 근접해 있습니다. 대규모 신규 주택 공급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고소득자들의 유입도 늘었는데요.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임대료마저 상대적으로 싼 이 지역에 학원가가 형성되지 않을 이유가 없죠. 학원가라는 상권은 국내 부동산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아파트가 밀집한 곳일수록 학원 성장 쉽죠

한국은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지역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액 과외와 달리 학원은 어떤 지역에 있느냐가 중요한데요. 특히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학원의 입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학생들을 모으기 쉽습니다. 현재 마포에 신흥 학원가가 형성되는 것도 아파트 단지가 밀접한 지역이라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 새벽시장 열린 곳에 B2B로 영역 확대!

계속되는 IPO 철회·투자 유치 난항·스타트업 가치 하향 등의 뉴스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나온 투자 유치 뉴스라 매우 반갑습니다. 특히나 신규 투자자 유치가 아닌 성장 지속에 따라 기존 투자자들의 추가 투자가 더 두드러진 형태라 더욱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스타트업 투자유치가 어려워져도 매출 성장이 뒷받침되는 스타트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듯합니다.

팀프레시의 사업 전략은 영리했습니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이라는 새 시장을 만든 곳에서 B2B 비지니스로 고객 확장에 나선 거죠. 고객은 세일즈에 집중하고 팀프레시는 고객의 뒤에서 많은 프로세스를 편리하게 제공하면서 영리하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스타트업의 성공 키포인트는 역시 <고객이 아파하는 부분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걸 해결해 주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입증해줬네요.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독주하겠지만 사업방향 틀 수 있어요

팀프레시는 국내 새벽배송 1위 업체죠.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면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시장 분위기상 신규 사업자들은 콜드 체인에 직접적이고 과도한 투자를 하기보단, 연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팀프레시 같은 1등 업체가 더욱 독주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비해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아 적자가 지속 누적되고 물류비 부담까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더이상의 출혈 경쟁은 어렵다는 판단으로 과감히 사업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 잘만 크면 KT 품에 안길지도?

작년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빠른 배송’ ‘콜드 체인 배송’ 등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쿠팡·마켓컬리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다들 더 빠르고 신선한 배송을 원하게 됐으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콜드 체인·새벽배송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팀프레시가 경색된 시장 분위기에도 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특히 KT가 553억을 투자해 팀프레시의 2대 주주가 된 게 이번 투자 성공의 큰 요인 같습니다. 팀프레시가 잘 성장한다면 KT가 장차 인수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