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세계 역사의 오점으로 남겠네요

러시아는 외채를 갚을 여력과 의사가 있었고, 실제 은행을 통해 이자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제재로 자금이 묶여 부도를 맞게 되면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겼습니다. 국가 위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푸틴도 최대한 국가부도를 면하려고 애썼지만, 세계 역사상 오점으로 남게 됐습니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러시아의 외화 부채 규모는 200억달러 규모로 앞으로도 부도 사태는 이어질 겁니다. 다만 부도로 인해 러시아가 입을 경제적 타격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보통 부도가 나면 외국 자본을 들여올 길이 막히는데, 러시아는 이미 경제 제재로 자본 차입이 막혔습니다. 반면 원유 수출 대금으로 하루에 10억달러씩 벌어들이고 있고, 여전히 중국과 인도 등의 국가와 교역의 길이 열려 있으니 말입니다. 반대로 러시아 채권을 보유 중인 미국과 유럽 은행들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유럽 석탄은 동절기 대비할 수단

유럽의 석탄 활용 계획은 동절기 에너지 비축을 위한 임시방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여름철 냉방보다 겨울철 난방 소비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전쟁으로 천연가스 대신 화석 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하는 현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의 석탄 활용 선택은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제 예방 조치로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납니다. 유럽 나라들은 수요가 적은 여름에 천연가스를 비축해 수요가 많은 겨울을 대비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 발표에 따르면 천연가스 비축량은 현재 57%에 그칩니다. 11월까지 독일 정부의 비축량 목표는 90%입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석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하지만 벌써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어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의 큰 물결은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원전도 친환경 에너지원

석유사들의 투자가 줄어드는 바람에 석유 공급량은 태부족해졌고 최근 가격도 크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여겨지던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원은 석유를 충분히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기상 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크게 달라 현재로선 대규모 안정적 전력원으로 활용하기 곤란합니다. 

다른 대안으로 고려 가능한 게 원자력입니다. 현재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비교적 상당히 낮은 물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은 탈원전 정책 탓에 석유가 상승에 그대로 노출됐고 물가 상승률도 프랑스에 비해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체 에너지원에 관심을 가지되 원전이 유럽에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을 한국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향후 전기차 비중이 커질 때 발생할 막대한 전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 발전소가 필요한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단기적 대책일 뿐. 한국도 참고해야!

서유럽의 석탄 발전 부활·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은 당면한 에너지 대란을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일시적인 숨고르기 같은 현상입니다. 탄소중립 사회로 온전히 이행하기 전에 터진 전쟁 등 여러 악재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단기적으로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수단을 택한 것뿐입니다. 탄소중립은 모든 국가가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장기적인 중요 정책적 과제이며 큰 흐름이라, 현 에너지 대란이 수습되면 다시 탄소중립 정책으로 나아갈 전망입니다.

한국은 그간 이 단기적 대책에 너무 소홀했습니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너무 급속히 대체 에너지 개발 등에 집중했습니다. 한전 등 에너지 담당 공기업의 심각한 적자 누적 상황에도 말입니다. 때문에 현 정부의 원전 등 저렴한 에너지로의 재전환은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탄소중립을 위한 대체 애너지 개발이 장기적 목표란 사실은 잊어선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양병찬

대신경제연구소 부대표

블랙록이 변절한 게 아닌 이유

ESG는 사실 명칭만 바뀌었을 뿐 기업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됐으며 존재해왔습니다. ESG 활성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책임투자도 사실 기원전부터 존재하던 내용입니다. BC 1300년경 유대인들은 주주 책임의 윤리를 언급하며 부도덕한 회사 투자를 금지했습니다. 퀘이커 교도·감리교·이슬람교에서도 유사한 활동을 했습니다.

친환경 등 ESG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각국 기업 경영진들을 압박해온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최근 이 회사의 입장 변화가 화제입니다.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경영진을 지나치게 구속한다”며 “주총에서 친환경 경영 현안 대다수에 반대 의사를 밝히겠다”고 한 겁니다. 그러나 블랙록의 태도 변화도 사실 조건부 선언이라고 봐야 합니다. 최근 금융사들이 경제 위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있고 블랙록도 그 일환으로 이야기한 듯합니다. 역사적 흐름을 봤을 때 탄소중립과 ESG 경영은 잠시 쉬어갈 수는 있으나 멈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 싸이 ‘어땠을까’ To 티몬·롯데 

경험과 조직이 있으나 주인이 3차례나 바뀌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친 티몬. 3~4년 전 마지막 불씨를 살려볼 기회라 생각했던 롯데와의 인수합병 불발이 못내 아쉽습니다. 당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존재감이 약하고 채널이 너무 많았던 ‘유통 공룡’ 롯데에겐 안정적으로 힘을 모을 구심점이 필요했습니다. 잦은 리더 교체 및 전략 수정으로 어수선했던 티몬에겐 새로운 동기 부여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고요.

물론 당시 인수합병이 성사됐어도 대세를 바꾸진 못 했을 겁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플랫폼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제품과 가격·멤버십 등 혜택을 가지고 질러볼 기회가 있었다면 지금의 롯데온·티몬과는 분명 다른 입지를 구축했을 듯합니다.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 유니콘은 더 희귀해질까

티몬은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표한 18곳의 국내 유니콘 기업 중 하나입니다. 유니콘으로 분류됐으니 기업 가치가 최소 1조원 이상이었다는 얘기죠. 이런 회사가 겨우 2000억원대 매각이 검토되고 있는 겁니다. 시장이 얼어붙었고 글로벌 투자사들도 손해를 보더라도 회수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젠 유니콘이라 할지라도 현재 많은 기업들이 추가 투자 유치나 상장을 위해 밸류를 낮춰야 할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유니콘 수 증가세도 급속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니 잘못하면 유니콘 숫자가 오히려 줄어들지도 모르겠네요.

신호철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

쿠팡·네이버에 밀린 왕년 라이징스타

티몬은 과거 쿠팡·위메프와 함께 라이징스타로 출발했던 이커머스 기업의 선두주자였고 초기 경영진 인적 구성도 튼튼해 촉망받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 쿠팡과 네이버가 급성장하면서 국내 3강 이커머스 체제에선 결국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티몬의 대주주(KKR) 입장에서는 이전부터 이미 매각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만 최근엔 커머스에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조직(DAO)을 도입하며 치열하게 턴어라운드를 준비했던 기업으로 알고 있었는데, 매각 검토 소식을 듣게 되니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매각이 이뤄진다면 새 주주와 시너지를 내며 거듭나길 바라며 응원하겠습니다.

이규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IT 스타트업 거품이 꺼져간다

토스뿐이 아닙니다. 상장을 준비하던 유니콘 및 예비 유니콘 기업들이 줄지어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리 인상의 폭과 그 영향의 크기,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관들의 움직임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러-우 전쟁이 이 불확실성에 기름을 붓고 있기에 더더욱 금융 시장은 보수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IT 스타트업에 올라왔던 거품은 꺼져가고 있고요. 자본 시장의 경직과 안전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낮은 한국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죠. 투자 유치나 상장을 바라보는 회사라면 이를 똑바로 봐야 합니다. 미시적인 조치가 효과를 보거나 단기간의 해결은 어려울 것임을 알고 미래에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현금 동원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는 이런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낮은 가격에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내국인에게 불리한 제도

외국인의 주택 매입 건수 증가는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전체 주택 거래 건수가 17~19년 연간 80~90만건에서 20~21년 100만건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외국인의 주택 매입 역시 같은 기간 6000건대에서 8000건대 수준으로 늘어나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외국인과 비교해 내국인이 주택 구입에서 다소 불리한 면이 있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다주택자는 8~12%의 취득세(표준세율 1~3%)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세대원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가족 명의로 분산해 국내 주택을 다수 매입해도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김봉균

대신자산운용 대안투자2본부 본부장

국민 박탈감 커질 수 있어요

사실 외국인의 부동산 쇼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몇 년 전에도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컸었죠. 문제는 기사에 나온 것처럼,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자체보다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규제입니다. 내국인이 규제로 피해를 보는 사이 외국인은 그 반대급부로 오히려 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죠. 업계 내부에선 내국인 중에서도 이런 외국인 투자 형식의 우회 투자를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들 합니다. 빠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주는 박탈감만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가성비가 좋은 공공 분양 단지

소득 양극화가 주택 거래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듯합니다. 고급 주거 단지는 거래가 신기록이 나왔다는 소식을 언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다른 단지에선 주택 거래 감소나 거래가 하락, 심지어는 미분양도 심심찮게 목격됩니다. 결국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최근 금융 환경 변화에 민감한 중위 가격 범위의 주거 단지 거래만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죠. 

이 와중에 공공 분양 인기는 ‘가성비’가 뛰어난 장점이 부각된 결과로 보입니다. LH·SH·GH(경기주택도시공사) 등 공적 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택지 개발이 이뤄져 ‘나홀로’ 아파트가 아닌 대규모 세대가 들어섭니다. 인구 유입이 자연스럽다 보니 기본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고 실거주 측면에서 우수합니다. 선호 브랜드로도 분양이 가능해 추후 거래시 은근히 일반 아파트 시세와 맞먹게 거래도 가능합니다. 이 특징들이 어느 정도 가격 하락을 막아줄 버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최근의 금융 상황과 맞물려 시너지가 나고 있죠. (물론 모든 공공 분양 단지가 이런 장미빛은 아닙니다. 입지·교통 등 기본적 조건은 확인해봐야 합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재고주택 거래시장도 비슷합니다

시장 가격이 치솟던 시절엔 분양가 상승 속도가 다소 뒤쳐지면서 민간·공공 분양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장 가격 상승 속도가 주춤해지면서 다소 비싸보이는 민간 분양은 청약 경쟁이 저조하거나 계약률이 낮은 상황이 발생하고 공공 분양에 경쟁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은 재고 주택 거래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도자들은 호가를 내릴 생각이 없고 매수자들은 비싸게 살 생각이 없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거나 비슷한 날에 거래가 돼도 거래가가 억 단위로 차이 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아직 향방을 잡지 못하는 주택 시장의 현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