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은 왜 네덜란드에 갔을까?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새로운 사실 : 얼마 전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네덜란드를 방문했습니다. 마르크 뤼터 총리는 물론,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피터 베닝크 회장을 차례로 만났습니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비인 EUV 확보를 위한 만남이었다는데요. 도대체 EUV가 뭐길래 기업 총수가 발 벗고 나서야 했던 걸까요?

한국이 고전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핵심은 광학 장비 성능 : 반도체는 통상 메모리(저장용)와 비(非)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두 반도체 모두 칩을 만드는 과정 자체는 비슷합니다: 1️⃣아주 얇은 두께로 마치 CD처럼 자른 실리콘 판(웨이퍼) 위에 도체 혹은 부도체의 박막(얇은 막)을 형성합니다. 2️⃣광학 장비를 이용해 2차원 회로를 그린 후, 특수 화학약품을 사용해 웨이퍼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씻어내는 과정인 ‘식각’이란 공정을 통해 3차원 구조를 형성해냅니다.

다만 메모리와 비메모리는 구조와 회로 설계가 전혀 다릅니다. 한국 기업들이 아직 고전하는 분야가 비메모리입니다. 생산 난도가 높은 일부 비메모리까지 잘 만들려면 광학 장비의 성능이 지금보다 더 우수해야 합니다. (물론 메모리를 더 잘 만들기 위해서라도 광학 장비의 성능은 역시 중요합니다.) 아무리 설계 능력이 좋고 식각 기술이 뛰어나도 미세 공정을 위한 광학 장비의 성능이 떨어지면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없단 얘기죠.

대체 EUV가 뭔데? : 먼저 광학 장비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대에는 I-line이라는 장비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게 최초는 아닙니다. 그 전에도 G-line, H-line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KrF(불화 크립톤)와 ArF(불화 아르곤)가 주력 장비였습니다. 용어가 좀 어렵죠? 여기서 I-line, KrF, ArF는 광원(光源)의 종류를 말합니다. 광원에 따라 빛의 파장이 다른데 파장이 짧을수록 회로를 더 미세하게 형성할 수 있습니다.

ArF에도 한계가 있자 ArF 이머전(immersion)이라는 장비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 장비엔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초순수’라는 물이 채워집니다. 동일한 광원이라도 렌즈에 변화를 주어 해상도를 더 높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만들려는 칩 크기가 5나노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ArF 이머전으로도 해결이 안 됩니다. 때문에 등장한 게 새로운 광원인 EUV(Extreme Ultra Violet)입니다. UV는 자외선을 뜻하는데, EUV는 자외선 중 가장 파장이 짧은 영역을 말합니다. EUV의 파장은 13.5나노미터인데, 2000년대 주력 장비였던 ArF의 파장이 193나노미터였습니다. EUV의 해상도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EUV 한계를 뛰어넘는 장비도 나왔다 : 최근에는 EUV도 모자라 High NA EUV라는 장비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NA는 Numerical Aperture라고 해서 ‘개구수’라고 번역하는데,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렌즈의 크기를 말합니다. 이게 클수록 해상도가 좋아지므로 High NA EUV는 EUV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겁니다.

일반적으로 NA가 커지면 회로를 형성할 때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집니다. ArF 이머전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물을 채우는 건데요. High NA EUV도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했다는 건데, ArF 이머전처럼 물을 채웠는지 궁금하네요. 여하간 업계 소문에 따르면 이 장비 1대 가격이 5000억원이라고 하니 아무 기업이나 사용할 수 없는 귀한 장비임은 분명합니다.

삼성이 EUV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 : EUV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 드리고 있지만, 사실 반도체 제조에서 EUV 장비가 필요한 공정은 단 몇 개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공정은 여전히 KrF와 ArF로도 충분합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EUV를 사용하는 기업이 극히 드뭅니다. 낸드엔 EUV 사용 기업이 아직 없고 D램은 10나노 일부 공정에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로 나뉩니다. D램은 속도가 엄청 빠르지만 데이터를 일시적으로만 저장할 수 있고, 낸드는 속도가 느리지만 저장 용량이 크고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반영구적으로 보관됩니다.)

삼성전자가 EUV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보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로 보입니다. 그런데 파운드리 제품 대부분은 아예 EUV 장비가 필요 없습니다. 5나노 이하 소수의 제품에만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에게 EUV 장비가 절박한 이유는 파운드리 포트폴리오가 일부 최신 공정 제품에 쏠려있기 때문입니다. 제품 종류나 고객수가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이제 와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엔 부담이 너무 클 수 있다는 애기죠. 결국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제품에 집중적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 일본의 최후가 궁금하다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줄줄이 가격 인상 나선 일본 기업들, 왜? : 일본의 대표 감자칩 회사인 가루비가 가격을 20%나 인상했습니다. 재료비 상승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스낵과 시리얼 가격을 9월부터 5~20% 인상하기로 한 겁니다. 일본 기업은 유독 가격 인상에 보수적인데요. 어떻게 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게 됐는지 그 배경과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 최근 전 세계 주식 시장이 패닉에 빠지기 시작한 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이달 10일 이후였습니다. 진정될 줄 알았던 물가 지표 하나가 예상치를 조금 넘겼다고, 주가가 왜 이렇게까지 빠져야 했을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선 경기가 안 좋아지면, 정부와 중앙은행에서 부양책을 발표합니다. 부양책을 기점으로 주가는 반등하곤 했죠. 이번 주식시장은 이미 경기 침체를 각오하면서 충분히 하락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물가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준이 나서주기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고, 이 우려는 6월 FOMC 회의에서 사실이 됐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의 결정 : 결국 물가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건데요. 연준뿐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정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 회의를 개최했고, 전혀 생각도 못한 스위스 중앙은행은 갑자기 0.5%p나 금리를 올린 겁니다.

그런데 진짜 걱정스러운 건 일본 중앙은행(BoJ)입니다. 거의 모든 나라가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긴축을 선택했지만, BoJ만 유일하게 지금도 무제한 양적 완화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일본이 쓰고 있는 정책은 YCC(Yield Curve Control)입니다. 일본 10년 만기 금리가 0.25%를 초과하면, 즉 그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금리와 채권은 반비례합니다), 중앙은행이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금리를 0.25%로 맞추겠다는 거죠. 때문에 일본의 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죠. 자연스레 금리를 0.25%밖에 주지 않는 일본 국채를 팔아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고 싶어하는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늘어납니다. 그 매물을 모두 무제한으로 일본 중앙은행이 매수해주고 있는 거죠.

일본의 최후가 궁금하다 : BoJ가 계속 이 정책을 쓰게 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는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금리가 고정돼 있으니 이번엔 환율이 움직입니다. 이자도 안주는 엔화보다 미국 달러가 훨씬 좋아 보이는 거죠. 일본 엔화는 연초 1달러당 110엔 수준에서 135엔까지 상승하면서 2000년대 이후 가장 약세입니다.

문제는 엔화가 약세면 수입 물가가 상승한다는 데 있습니다. 가루비가 가격을 20%나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물가가 상승할수록 BoJ에게 “그만 항복하시죠?”라고 이야기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겠죠. BoJ가 10년 만기 금리를 0.25%로 맞춰 놓겠다는 고집을 계속 꺾지 않으면, 엔화는 추가 약세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BoJ가 이 고집을 포기할 경우 일본의 금리는 대폭 상승해버릴 겁니다. 일본의 최후가 궁금해집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환율 1300원 시대 : 어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겼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주 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0.75%p)에 더해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초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게 화근이 됐습니다. 덩달아 증시는 추락했습니다. 국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도 이틀 연속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 이제 주당 60시간 근무 가능해진다고? : 정부가 현재의 주 52시간 근로제를 한달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합니다. 기존엔 주당 12시간의 연장 근로만 허용해 법적으론 일주일에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었는데요. 이제부턴 주당 근무시간을 한달 평균으로 맞추는 게 허용됩니다. 예를 들면 한 달 중 2주는 주당 60시간, 나머지 2주는 주당 40시간을 일하는 게 가능해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