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露 국가부도는 시간문제”라 할 수 없는 이유

러시아 제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러시아의 국가부도는 시간문제란 견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원인이 뭘까요?

1️⃣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제재는 미국과 유럽에도 상당한 손실을 입힐 수 있어 적극 실행하기 어려웠습니다.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당장 대체할 수입처를 찾기 어렵습니다. 러시아를 국제결제망에서 퇴출시킨 조치도 장기적으로는 달러 위상 약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달러를 통한 국제 거래를 중단한 러시아 사례를 보고 탈(脫)달러화 움직임이 생길 수 있어 강력 조치가 쉽지 않았습니다. 

2️⃣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제동이 걸렸지만, 오히려 가격이 올라 결과적으로 에너지 수출액은 증가했습니다. 에너지는 산업과 생활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수요 곡선이 매우 가파를 겁니다. 수요 곡선이 가파르면 판매량이 감소해도 (가격이 매우 크게 올라) 판매액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3️⃣중국·인도 등 많은 비서방 국가들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은 당장 자신들의 안보와 관련이 있으므로 제재하려 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경제적 실익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심지어 친서방인 이스라엘도 대러 제재에 참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세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시간이 러시아 편? 글쎄요

시간이 러시아 편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미국 등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가 현시점에서 기대만큼 효과가 있지 않은 건 맞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수입·수출을 모두 막는 무역 고립을 의도했지만, 중국이 수출 경로를 열어줬죠. 제재 전 유럽에서 소비되던 물량만큼 현재 중국·인도를 포함한 아시아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루블-위안화 거래는 10배 이상 증가한 점이 루블화의 가치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원유 수출과 직접 연관되는 러시아 정부의 재정·물가 역시 전쟁 초기보단 나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다만 러시아의 수입은 여전히 어려워 보입니다. 원유를 계속 밀어내고 있는데, 그 반대로 가져와야 하는 수입품(산업 및 전기 기계·자동차·화학약품)을 못 가져오는 상황인 겁니다. 수출하는 만큼 실질 재화를 러시아로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막대한 흑자는 아무 의미가 없겠지요. 현 상황에서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소위 얘기하는 불황형 흑자와 같은, 즉 흑자가 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상수지 흑자는 그 자체로 긍정/부정적이지 않습니다.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흑자인 것과 국가가 흑자인 것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이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시간이 러시아 편이라고 얘기하기 어렵겠죠.

📌 경상수지 :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뿐 아니라 외화 송금 등 국제 거래에서 벌어들인 돈과 지출한 돈의 차액. 경상수지 흑자는 벌어들인 돈이 더 많은 상황을 말함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제재 실효성 없는 3가지 이유

현재 러시아 제재의 실효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1️⃣러시아는 곡물과 원유 등 생활 필수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낮아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거죠.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 이미 제재를 경험해 본 러시아는 우크라 침공 후 제재를 나름 계산해 움직인 듯합니다.

2️⃣캐시카우인 원유 거래가 완전히 막히지 않았습니다. 인도뿐 아니라 심지어 프랑스도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습니다.

3️⃣국민들이 푸틴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방의 제재에도 내적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겁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현 루블화 강세는 ‘버블’

현재 루블화 가치 급등은 기사 언급대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루블화 결제 유도로 인한 일시적 현상, 일종의 버블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러시아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장에 돈을 푸는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재정 압박이 커질 겁니다. 이는 결국 다시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안정적 투자 선호한다면 국채나 은행채가 대안

채권은 이자 지급 방식에 따라 이표채와 단리채, 복리채, 할인채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표채는 통상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일정한 현금 흐름을 원하는 은퇴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의 은퇴자들에겐 수익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채권도 발행자의 부도 위험이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합니다.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도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위험도 높다는 의미니까요. 정말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국채나 은행채에만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채권 수익률, 그다지 안 높을 수 있어요

한국 주식 시장이 올해 유난히 다른 국가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는 중인데요. 원금 손실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있지만, 사실 기사대로 높은 금리에 만기가 다소 짧은 국내 채권은 인기가 많아 실제 매입하려고 하면 물량을 찾기가 아주 힘든 상황일 겁니다. 판매사는 물량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을 거고요.

운 좋게 매입해 만기까지 보유한다 해도 채권 거래 비용과 운용보수 등 각종 비용에 세금까지 공제하고 나면, 어쩌면 2~3년 후 높아진 예금 금리와 비교해 수익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투자 시 현금 청산되지 않게 주의해야

모아타운이 각광을 받으면서 노후지 내 빌라 투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들 지역 내 빌라 투자 땐 현금 청산 대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모아타운은 권리 산정 기준일이 이번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 발표일 다다음날인 6월 23일로 지정됐습니다. 권리 산정 기준일이란 분양 받을 권리를 산정하는 기준일인데, 이날까지 착공 신고가 안 돼 있으면 현금 청산을 당할 수 있습니다. 

착공 신고를 했더라도 조합 설립 인가일까지 소유권이 확보 안 되면 이 역시 현금 청산 대상입니다. 과거처럼 재개발 예정지에 신축 빌라를 지어 지분을 쪼개 받는 게 어렵게 된 것이죠. 또 모아타운 예정지에 신축 빌라가 많으면 노후도 비율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모아타운 예정지 투자 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조합 규모가 작다는 점 유의해야

사실 모아타운은 완전히 새로운 정책은 아닙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기존의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을 모아 하나의 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개념입니다. 층수 제한이 완화되고 지하주차장 연결이 가능한 점은 기존 사업들과 다르지만, 지상 도로 구획은 유지해야 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너무 작아 1군 브랜드의 사업 참여가 적었던 기존과 달리, 강북구 번동 사업 사례처럼 하나의 시공사가 하나의 구역으로 묶인 여러 개별 조합 사업들을 수주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겁니다. 그럼 하나의 아파트 단지처럼 시공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조합 규모가 작아 조합원 한 명이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 높다는 건 유의할 점입니다. 이 경우 되도록이면 균일한 주택 형태로 이뤄진 구역일수록 이해관계 상충이 적을 겁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포퓰리즘돼선 안 됩니다

광역철도에 더 이상 포퓰리즘을 섞지 않았으면 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GTX A노선뿐 아니라 다수 광역철도 노선이 사업 타당성 분석을 해보면 결과가 나빠 사업을 진행하면 안 되는 걸로 나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모으기 위해 계속해서 연장·신설 등을 이슈화하고 있습니다. 40km 제한이 폐지된 만큼 사업성과 시민 대다수의 편의를 최우선 가치로 놓고 사업 노선을 기획했으면 합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부작용 많은 광역철도 개발

지금까지의 광역철도 교통망 구축은 시작 단계에서의 기대 효과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외려 과다 투자로 예산 낭비와 사업지 땅값 상승만 초래한 게 아닐까 싶어요. 지방 인구·경제 생활권 축소, 수도권으로의 소비 흡수 확대 등 부작용도 심각하게 짚어야 합니다. 건설비뿐 아니라 관리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런 부작용에 대해선 국민적 인지도가 낮은 게 문제입니다. 선거 때마다 관련 공약이 쏟아지는데, 이를 안다면 누구도 쉽게 반기진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수도권이나 광역도시와 지방의 교통이 지나치게 편리해지고 접근이 쉬워지면 지역특색은 더 빨리 사라져 버린다는 게 역사적 경험입니다. 전국 어딜 가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점점 더 많이 받게 되는 것도 교통망의 무리한 개선에 따른 부작용입니다. 과유불급!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이젠 스타트업도 수익화에 집중해야

작년엔 놀라울 정도로 스타트업 투자가 뜨거웠습니다. 창투사·신기사 투자 다 합치면 15조원 이상이 투자됐을 겁니다. 시중에 돈이 넘치다 보니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밸류에이션이 높아 보였는데도, 어렵지 않게 거액 투자를 받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투자자들끼리 좋은 딜을 놓칠까봐 눈치를 보며 조급히 투자하는 FOMO* 현상도 과열 투자를 부추겼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VC들과 얘기해보면 이런 분위기가 싹 사라져 있습니다. 밸류가 과도하면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고도 높은 밸류로 큰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은 다음 펀딩에선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겁니다. 거품이 많았던 스타트업들은 이제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익화에 집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 FOMO(포모·Fear of Missing Out) : 유행에 뒤처져 나만 혼자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

신호철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

스타트업의 여전한 본분은 성장성

최근 금리가 오르며 거시경제 환경이 바뀌고 있죠. <해외 빅테크 → 국내 빅테크 → 상장을 앞둔 유니콘 → 차세대 유니콘 유망주> 등 각 기업 단계가 내려갈수록 가치 평가가 더욱 인색해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래 잠재력보다 수익성에 무게중심을 더 두고 기업들을 평가하는 것도 불가피해지고 있죠.

다만 상대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에게 “허리띠 이제 졸라매라” “수익화 모델을 빨리 만들라”고만 할 순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본분은 여전히 당장의 수익성이 아닌 성장성에 있거든요. 때문에 이 스타트업들의 가치 평가는 다음 질문과 연결지어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상품과 서비스의 본질적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재들의 동기부여를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가?” 결국 이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고민의 초점은 수익성보다 시장에 좀 더 뾰족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핵심 인재의 잔류 의지인 셈이죠.

가상현실(VR) 콘텐츠 스타트업 리얼리티리플렉션의 노정석 대표를 최근에 만나 서로 공감한 내용이 있습니다. 과거 알파고 이후 비슷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AI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겼는데, 관련 붐이 잦아든 현재 AI 스타트업들은 타겟 유저에 대해 명확한 상품 가치를 제시하는 곳들만 살아남았단 얘기였습니다. 이들은 핵심 인재들을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 뺏기지 않고 계속 성장 중입니다. 당시 나눈 “스타트업은 이제 뾰족한 곳만 살아남는다”란 한 마디가 유독 더 와닿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