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도시, 여의도의 비밀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서울에서 가장 낡은 아파트는 어디에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들은 여의도에 있습니다. 1970년대 초에 지어졌습니다.

이 당시 지어진 아파트가 여태 그대로 있다는 건 재미있는 일입니다. 1980년대에 지어진 개포 주공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끝나 새로 입주가 마무리됐고 1970년대 초반에 지어진 잠실 시영아파트는 15년 전 이미 재건축이 끝나서 두번째 아파트(파크리오)도 낡아가고 있는데, 그보다 훨씬 먼저 지어진 여의도의 아파트들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이제 겨우 밑그림 시작한 여의도 재건축, 원인은? :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거나 추진 중인 것도 아닙니다. 이제 막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하고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애초에 재건축 추진 자체가 늦어진 탓도 있지만 2018년 여의도 재건축 진행을 서울시가 전면 보류한 것이 원인입니다. 명목상 이유는 여의도가 종합 계획을 통해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그 큰 그림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좀 기다리라는 것이었는데요. 실제 이유는 집값이 한창 오르던 시점이어서 여의도의 재건축 뉴스가 집값을 더 자극할까봐 우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의도의 특이한 입지 : 다른 지역과 달리 여의도는 상업용지와 주택용지가 뒤섞여 있습니다. 아파트 옆에 방송국이나 백화점이 있는 독특한 곳입니다. 그래서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아파트를 짓는 다른 동네와는 달리 종합 계획이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곳곳에 상업용지가 많아 광화문이나 강남 같은 도심으로 개발하거나 주택용지로 개발할 수도 있고, 한강을 건너 용산과의 연계도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의도에 주택과 상업용 건물이 뒤섞인 것은 여의도가 너무 낙후된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도 여의도에 살고 싶어하지 않는 허허벌판일 때 서울시가 시유지인 여의도를 건설회사들이나 기업들에 거의 강제로 쪼개 팔았습니다. 그래서 상업용지로 불하받은 곳도 ‘설마 여기에 무슨 도시가 생기겠나’싶어서 상가나 빌딩 대신 그나마 팔릴 것 같은 아파트를 지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상업용지에도 아파트 지어버린 여의도 : LG트윈타워 바로 옆의 서울아파트가 그런 곳입니다. 상업용지이지만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그 덕분에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을 매우 높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 옆의 삼부아파트는 상업용지와 주택용지에 걸쳐서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는 신기한 형태입니다.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땅이 하도 안 팔리자 서울시가 직접 ‘시범을 보이는 차원에서’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그런 곳입니다.

산 너머 산인 여의도 재건축 : 여의도의 재건축도 서울시가 그동안 ‘종합 계획을 세울 때까지 잠깐 기다리라’는 신호를 거두고 재건축 논의의 시동을 건 정도이지 주민들의 합의가 어떻게 될지는 불분명합니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가 살아있는 상황이어서 규제가 완화되고 난 후에 추진하자는 여론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시가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원하는 ‘신통기획’ 방식은 용적률을 높여주어서 더 많은 세대를 지을 수 있게 하는 대신 아파트 땅의 일정 비율을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과거엔 혜택과 지분을 교환하는 공평한 거래로 인식됐지만, 재건축 사례가 늘어나면서 행정적 혜택과 실제 토지를 교환하는 불공평한 거래로 이해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용적률을 높여서 짓는 아파트는 똑같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대지 지분이 적기 때문에 더 많이 짓는다고 더 많은 분양대금이 들어올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뻔하지 않은) 미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2가지 이유
오늘의 이슈

왜 미국 주식이 흔들릴까? : 미국 주식시장이 요즘 흔들리는 것은 넓은 시야로 보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자산이 결국 그런 이유로 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좁은 시야에서의 이유도 궁금합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좀 더 좁은 시야의 이유는 미국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큰 소동을 벌일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물가 상승이 생각보다 길게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요즘의 물가 상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코로나 탓이 아니라 (물론 이런 이유들로 촉발됐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그것들과 무관해보이는) 인력난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거란 인식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인력난에 따른 인플레는 위험하다 : 러-우 전쟁이나 코로나는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력난에 따른 임금 상승은 그 자체로 ‘상승 효과’가 있습니다. 사람이 부족하니 임금이 오르고 임금이 오르니 기존 직원은 더 높은 임금을 찾아 떠납니다. 집값이 오르니 집을 더 사고 다들 집을 사니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과 비슷합니다. 이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문제도 있지만 그게 멈춘다면 그건 더 이상 추가 고용이 필요 없는 불경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계속 돼도 문제고 멈춰도 문제입니다.

연준이 묘수만 떠올리다 늑장 대처로 사태를 키웠다? :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두번째 이유는 연준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졌기 때문인데요. 연준이 경기도 죽이지 않으면서 물가는 잡는 묘수를 생각하다가 금리 인상을 지연시켜왔다는, 그래서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도 처음에는 그 묘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런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요즘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시장의 연준에 대한 신뢰(경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연준은 미리 대응해서 경기를 살려낼 것)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시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진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코로나 팬데믹 이래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워온 미 테크 기업들이 이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강력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실적이 부진해지자 나온 고육지책인데요. 2020년 말보다 직원이 30% 가까이 증가한 메타는 이달 초 채용 규모를 감축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올 1분기 손실을 기록한 아마존도 과도한 인력을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자금 여력이 취약한 스타트업계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하네요.

🇹🇷 터키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인 70%까지 치솟았습니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교통 부문이 106% 오르며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 인하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터키의 기준금리는 연 14%로 작년 9월 대비 5%p 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