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경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 경제 지표도 ‘정치’에 좌우됩니다
국내외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물가뿐 아니라 경제 성장률, 실업률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은 대통령 지지도에 영향을 미쳐 그 산정 기준 도출에도 다소간의 정치적 계산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인도는 2015년 도매가 대신 시장가를 GDP 산정 기준으로 삼고 비교 기준 연도도 유리하게 바꿔 GDP 성장률을 7.5 %대로 크게 높였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안정적 재집권을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경제 지표를 해석할 때도 그 산정 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집값도 물가에 넣어야 해요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에는 집값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소비자 물가에서 제외된 물가로 인해 정부의 통화 정책 등에 왜곡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와중에 물가가 낮게 유지된다면 중앙은행은 그 물가에 따라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게 됩니다. 저금리에 대출이 늘고 부동산 버블은 확대해 금융 불안정이 유발됩니다.
이제 통화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값을 소비자 물가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공식과도 같은 ‘테일러 준칙’*에서도 물가는 집값, 주가까지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통계 자료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물가에서 집값 등이 빠져있습니다.

📌 테일러 준칙 :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1993년 발표한 통화 이론으로, 중앙은행이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맞춰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준칙.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여 물가와 경기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핵심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선진국 대다수 물가엔 주거비도 포함
기사에 언급된 소비자 물가 주요 누락 항목 중 하나가 자가주거비입니다. 본인 소유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대출 이자, 재산세 등 각종 비용을 뜻하는데요. 미국·유럽 등 선진국 대다수는 자가주거비가 소비자 물가에 포함됩니다. 때문에 선진국 중앙은행은 우리나라보다 주택 시장의 변동을 통화 정책 수행 때 더 많이 반영하게 되고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더 노력하게 됩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 저물가 착시로 임금 인상도 낮춰
기업들은 연봉 협상 때 물가 지표를 실제로 많이 참고합니다. 현재처럼 급등한 자산 가격이 반영 안 된 물가 지표는 기업들에 저물가 착시를 일으킵니다. 적절한 임금 인상을 막아 국민적 소비 수요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어제(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소비자 물가 지수에 주거비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주민의 고통이 커졌다”고 했는데, 주거비뿐 아니라 전반적인 소비 패턴 변화 등 물가 지표 개선을 위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조각투자 매물이 한정된 이유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 즉 자산 유동화 증권은 2030에 특히 인기입니다. 별도의 약정 기간도 없고, 상장 리츠처럼 여러 부동산이 묶여있지도 않아 분석·투자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우량 매물을 소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단점입니다. 자산 유동화 증권은 투자 가능한 금액대가 개인·법인·중소형 자산운용사와 겹치면서 매물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금까지 투자 가능했던 부동산들이 구분 건물이나 호텔 정도로 국한돼 있는 이유입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기관이 못 받은 매물, 개인이 받아라?
최근 개인의 주식 거래가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기관이나 외국인의 영향력이 아직 절대적이죠. 이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빌딩 투자도 아직 대규모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지배적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매매를 제안하는 공개 플랫폼에 올라온 건물이 얼마나 괜찮을지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상장 리츠조차도 ‘사모펀드에서 소화되지 않은 ‘떨이’ 비우량 자산을 개인에게 넘긴다’는 이미지를 벗어난 지가 불과 얼마 전입니다. 법적 소유권조차 어느 정도 인정되는지 확실치 않아서 리츠보다 더 제도적으로 불확실한 투자 상품이 ‘혁신’의 이름으로 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임승민

유진자산운용 기업투자본부 팀장

8000억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략적인 계산으로 추정해보겠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 기준 재작년 국내 명품 시장 규모가 15조원, 이중 온라인 거래 규모가 약 1.6조원으로 기사에 언급된 명품 이커머스 3대 업체 기업가치 합산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여기서 작년 명품 시장의 성장률 약 5%가 매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25년 명품 시장 규모는 20조원이 됩니다. 전체 명품 시장의 온라인 거래 비중도 국내 소매 시장의 온라인 거래 비중과 비슷한 수준인 40% 수준까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2025년 온라인 명품 시장의 규모는 약 8.5조원이 됩니다.
1주당 순이익과 비교해 실제 주가가 몇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를 PER이라고 합니다.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의 실적/평가 기준, 순이익률 5%, PER 30배를 가정해 8000억원을 역산하면, 해당 회사의 2025년 거래액은 약 3조원, 중장기 시장 점유율은 30~40% 수준으로 환산됩니다. 즉, 견고하게 성장하는 명품 시장에서 우수한 시장 점유율과 고객을 확보한 Top 사업자로서의 밸류에이션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신세계·카카오가 탐내지 않을까?
명품 시장은 코로나로 울기도 웃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명품 시장은 팬데믹 영향으로 20% 정도 위축됐어요. 해외여행을 못 가니까 대신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명품을 사면서 온라인 명품 커머스 시장은 부쩍 성장했습니다.
국내 대표 온라인 명품 플랫폼 3대장 중 유통 구조를 탄탄하게 짰다고 알려진 발란이 투자 유치에선 앞서가네요. 재무 실적은 서로 엇비슷한데 발란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면 나머지는 머리가 아프겠네요. 신세계·카카오·무신사 등도 명품 시장에 관심 많은데요. 2~3년 내 어떤 합종연횡이 벌어질지 기대됩니다.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온라인 명품 시장 우려점 3가지
기사에선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으니 반대도 언급해 보겠습니다.
1️⃣ 오프라인 시장 재활성화 : 하루 아침에 정상화되긴 어렵겠지만 면세점과 여행지의 명품 아울렛이 붐빌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2️⃣ 거물급 경쟁자들 등판 예정 : 1조 규모로 급성장한 온라인 명품 시장을 보며 온라인 패션 업계 거물인 무신사나 백화점들도 이쪽을 넘보고 있습니다.
3️⃣ 상품 수급과 가품 리스크 : 지금처럼 빠른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모객만큼이나 주요 상품의 수급과 가품 리스크 대응도 중요합니다. 

Comment : 10여년 전 한 소셜커머스사의 브랜드 담당자로서 가품 이슈에 머리를 쥐어뜯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그리고 다들 시장이 곧 정리될 거라 말했지만 경쟁사들의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들의 공격은 항상 파격적이었습니다. 😂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현대차 NFT? 그 매력은 어디에
현대차가 단순히 ‘소나타 NFT’ ‘그랜저 NFT’ 같은 걸 포토카드처럼 만들었다면 얼마나 재미 없었을까요? 다행히(?) 그러지 않고 NFT 소유자들을 위한 전용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니 꽤 영리한 전략입니다. 크립토(가상화폐) 생태계에서는 “웹2.0에 SNS가 있었다면 웹3.0엔 NFT 기반 커뮤니티가 있다”고 말합니다. NFT는 하나의 ‘입장권’이 되고 있어요. 실제로 뉴욕에는 NFT 회원권을 가진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 준비 중이라죠.
현대차가 NFT 소유자들에게만 줄 수 있는 독점권이 어떤 게 있을까요? 한정판 디자인 차량 구매·고급 차량 시승 권한·레이싱대회 관람권… 웹3.0은 상상력이 돈이 되는 세상이고 이제 굴지의 전통 대기업들도 하나둘씩 다리를 놓고 있네요. 그런데요, 현대차 커뮤니티가 벤츠·페라리 커뮤니티보다 더 매력적이려면 갈 길은 먼 것 같네요.

이승규

핑크퐁컴퍼니 부사장&공동창업자

NFT=Now-Functional-Token!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의 전 소장 조이 이토는 Join(참여)이 웹3.0으로 대표되는 변혁의 시대 키워드라고 이야기합니다. 커뮤니티는 싸이월드·프리챌 등 닷컴 열풍부터 있던 서비스였는데 왜 지금 다시 부각될까요?
웹2.0은 개방·공유·참여를 기치로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됐고 그 결실이 알파벳·메타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갔습니다. 반면 NFT에 적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각 참여자가 기여한 정도에 따른 소유권이 부여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중간자 배제를 표방한 인터넷이 빅테크의 전유물이 됐듯, 웹3.0에서도 새 거인이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NFT가 브랜드와 팬을 엮는 새로운 기능성을 발휘한다면 시나리오는 다르게 써질 수 있습니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 센터장

🤔 탄소중립 위기? 인플레 관리!
러-우 전쟁발 에너지 공급 위기가 결국 탄소중립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EU 4개국의 화석 연료 지원책은 최근 급격히 오른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한 긴급 지원입니다. 중장기적 에너지 믹스에 영향을 줄 사안이 아닙니다. 미국의 석유 공급 증대도 단기적 처방에 가까울 겁니다.
이번 에너지 위기가 기후 변화 대응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시장의 의견이 갈립니다. ‘재생 에너지 확산이 가속화 될 것이다’ vs ‘오히려 화석 연료 폐기를 늦추게 될 것이다’로 말이죠. 실제로 재생 에너지 확대 기대감에 유럽 탄소 배출권 가격이 지난달 58유로까지 하락했다가, 반대 여론이 확산하며 열흘 만에 80유로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시장의 컨센서스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이번 에너지 위기 핵심은 탄소중립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관리에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양병찬

대신경제연구소 부대표

결국 화석연료는 줄어듭니다
약 1경원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도사로 불립니다. 그런 그가 올해 연례서한에서 “탄소 집약적 산업에서 친환경적 산업으로의 전환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천연가스와 같은 전통 화석 연료의 역할도 이 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블랙록은 가스 회사로부터 투자를 거둬들이기보단, 친환경 전환을 주도하는 기업들에게 자본을 배분하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기후 대응이 뒷전이 된 게 아니라 단계적 전환이 강조되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