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 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풀린 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통화유통속도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입니다. 통화유통속도는 ‘돈이 돌아다니는 속도’로 설명되는데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총액을 우리나라에 풀려있는 돈(M2 통화량)으로 나눈 숫자입니다.

돈이 빠르게 돌아야 경제는 큰다: 어떤 나라에서든 GDP가 늘어나려면 돈이 국민 A의 주머니에서 국민 B의 주머니로 옮겨져야 합니다. A의 돈을 B가 강제로 뺏은 게 아니라면 그 이동 과정에서 어떤 경제활동(B가 뭔가 만들어서 A에게 팔았다)이 일어났다는 뜻이고 그게 GDP를 늘립니다. 쉽게 말하면 경제활동이 활발할수록 돈이 자주 빨리 돈다, 또는 돈이 빨리 돈다는 건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경제성장이 잘 되고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비유하자면 돈은 택배 오토바이고 GDP는 음식배달량입니다. 택배 오토바이가 빨리 빨리 돌아다니면 음식 배달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출로 돈이 많이 풀려서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면(오토바이들이 늘어나면) GDP(음식배달량)도 더 늘어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바꿔 말하면 GDP가 늘어날 수 있는 경제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대출받으려는 수요도 늘고 그래서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음식주문이 늘어나니 오토바이도 늘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돈이 돌아도 경제가 성장 않는 경우: 그런데 문제는 오토바이가 늘어나는 정도만큼 음식 주문량이 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오토바이 한 대가 처리하는 배달 건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딱 요즘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그렇습니다. GDP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통화량이 늘어나는 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렇게 된 지는 꽤 됐습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저금리 저성장하에서는 통화량이 늘어나는 정도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GDP를 통화량으로 나눈 통화유통속도는 계속 낮아지는게 요즘은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우리나라의 요즘 M2 통화량 증가율은 12% 수준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통화유통속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돈이 예전만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돈의 양이라도 늘려놔야 GDP가 그나마 그 정도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이렇게 많이 풀었는데 왜 인플레가 생기지 않느냐, 또는 돈을 이렇게 많이 풀어도 괜찮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돈의 양은 늘어났으나 돈의 이동속도가 느려져서 돈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으니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입니다.

자산 시장에서 잠자는 돈: 그러면 느려져서 잘 움직이지 않는 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그냥 정기예금에 쌓여있거나, 아니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서 그 곳에서 움직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 거래는 아무리 자주 많이 일어나도 뭔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GDP가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거래가 자주 일어나면서 가격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부동산이나 주식을 더 사려고 하고 그걸 노린 아파트 판매업자(아파트 판매를 노립니다)나 스타트업(주식시장 상장을 노립니다)이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를 짓고 회사를 차리고 투자와 고용을 하면서 GDP가 늘어납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그래서 GDP에 도움이 안되는 비생산적 활동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GDP를 올리는 생산적 활동의 모티브가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방식의 임대주택 등장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인천시가 추진하는 ‘누구나집’의 분양가가 공개됐습니다. 사업자도 함께 선정됐습니다.

<누구나집>은 정부 소유의 땅을 건설회사들에게 팔고 그 땅에 아파트를 짓되 바로 분양하는 게 아니라 10년간 임대후에 분양하고 분양가는 임대를 시작하는 시점에 사전에 정해진 가격에 분양하는 형태입니다.

누구나집의 혜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10년간 일단 거주하다가 <사전에 정해진 집값>보다 주택 가격이 10년후에 더 많이 올랐으면 사전에 정해진 가격에 분양을 받아서 차익을 누릴 수 있고, 만약 주택 가격이 내리면 분양을 포기하면 되니 잃을 게 없는 좋은 조건입니다. 사실상 분양받은 것과 마찬가지지만 무주택 조건도 유지되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 혜택의 재원: 그러나 건설회사는 혹시 주택 가격이 내리면 그걸 떠안고 당초 예정 분양가보다 싸게 분양해야 하는 리스크를 져야 하니 그 리스크를 분양가에 반영해서 분양가를 높이거나 아니면 토지 매입가를 더 싸게 하려고 합니다. 모든 건설회사가 같은 마음일테니 그냥 일반적인 <정부가 토지 매각후 건설사는 일반 분양>보다 분양가가 높거나 토지 매각가가 낮을 것입니다. 결국 분양 받은 소비자들이 얻을 혜택을 위해 정부가 매각손실을 떠안는 구조이거나 지금 일반적인 방식으로 분양하면 분양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분양받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이 누구나집 아파트의 10년후 분양가는 6~8억원 수준으로 현재 주변에서 일반 분양을 마친 아파트의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현재 시세대로 분양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소비자들에게서 받을 분양가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충당하고 대출 이자를 소비자들이 10년간 내는 월세로 납부하다가 원금은 10년 후 분양전환해서 대출을 갚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10년 임차 후 분양을 받지 않고 지금 분양받은 후 10년간 대출이자를 내는 것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10년 후에 분양받을지 말지를 선택할 옵션이 있을 뿐입니다. 그 옵션의 가치를 소비자가 누리는만큼 건설회사는 다른 곳에서 충당을 하고 그 돈은 인천시가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토지를 매각하게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액에서 나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동영상·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컨텐츠에 고유한 인식값과 희소가치를 부여해 소유 및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을 NFT(대체불가능토큰)라고 합니다. 올해 메타버스 열풍에 힘입어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안전 거래 수요가 증가하며 관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NFT 총 거래액은 20조원을 넘어 작년 전체 거래의 183배에 달했습니다. 미국의 미시컬게임즈·프랑스의 소라레 등 4개 NFT 기업이 최근 3개월간 유니콘에 등극하기도 했는데요.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등이 NFT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 성전자에서 40대 CEO도 나올 수 있는 인사제도 혁신안을 내놨습니다. 29일 발표된 혁신안에 따르면 삼전은 임원 직급 체계를 축소하고, 각 직급단계(CL)마다 승격을 위해 최대 10년을 채워야 하는 의무사항도 폐지했습니다. 고위 임원으로 가는 길이 빨라진 겁니다. 최근 대기업 가운데서도 나이에 상관 없이 실력대로 인재를 발탁하려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앞서 네이버는 만 40세인 1981년생을 차기 CEO로 낙점한 바 있습니다.

🇨🇳 중국의 앤트그룹은 중국 내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금융회사입니다. 알리바바에서 확보한 고객 거래 정보로 독자 신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중국 최대 금융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엔트그룹의 핵심 기반인 금융 사업이 중국 당국에 의해 곧 국유화될 전망입니다. 앤트그룹과 중국 국유기업들이 합작한 신용평가사가 곧 당국으로부터 면허를 발급 받아 출범할 전망이라는데요. 새 회사에서 앤트그룹은 35%를 출자하는데, 국유기업들의 비중은 48%에 달한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방대한 개인정보를 민간 기업이 독점해 다루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