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국가, 1등 기업 주가만 오르는 중

1등 국가, 1등 기업 주가만 오르는 중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와 비슷한 미국 주식시장 지수인 S&P 500지수는 최근 7일 연속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10일 연속 상승입니다.

올해 들어 나스닥은 23.9%가 올랐고 S&P 500 지수는 25.1%가 올랐습니다. 반면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의 평균 상승률은 올 들어 최근까지 마이너스 1% 안팎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3.3% 상승입니다.

대외 의존도 적은 기축통화국 미국: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 아시아 지역 산업 구조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병목 현상 장기화에 취약하다는 게 상대적 약세의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또 다른 의견은 ‘국가별 양극화’입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과감하게 쓸 수 있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의 차별화로 설명합니다.

우량기업 되기 용이한 미국 기업들: 기업별 양극화도 우량 기업이 많은 미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를 설명합니다. 우량기업의 조건은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은 기업을 주식투자자의 시각에서 볼 때 우량한 기업이라고 본다면 미국 기업들의 ROE는 코로나 이전보다도 훨씬 높아졌습니다. 벌어들인 돈으로 자사주를 소각해서 몸집을 가볍게 만드는 게 미국 기업들은 더 용이합니다. 설비투자 비용이 많지 않고 필요할 때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주가가 더 올라간 이유를 ROE의 상승으로 설명합니다.

실물 경제는 아직 회복 멀었다: 미국 기업들의 주가는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미국의 일자리는 아직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현상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상황과 미국의 노동자들의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코로나 이전에 미국의 전체 일자리 숫자는 1억5200만개였는데 지금은 1억4800만개로 아직 회복이 완전하지 못합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도 양극화의 강화를 반영합니다. 물론 채권 금리는 시장의 다양한 전망과 해석을 반영한 결과여서 단편적으로 추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해석해보자면, 경기 회복 추세에도 불구하고 10년물 금리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것은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저소득 근로자들의 상황이 좋아지지 못한다면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주식 팔겠다” 일론 머스크가 급발진한 배경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할지를 묻는 설문을 올렸습니다. 당연히 테슬라 주식의 하락(매수기회)을 원하는 이들이 많은 탓에 찬성표가 더 많았습니다. 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유 중이어도 주가 오르면 세금 내야: 일론 머스크가 이런 설문을 던지며 주식 매각을 암시한 것은 최근에 미국에서 논의 중인 부유세에 대한 반발을 담은 것으로 해석합니다. 미국의 부유세는 미국의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부과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세금인데요. 예를 들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100만큼 올랐다면 이 가운데 23.8%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매각하지 않은, 장부상 이익에 대해서 부과한다는 의미입니다.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올랐다면 그대로 보유한 주식이라도 사실상 매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상승분의 23.8%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개념입니다. 머스크는 이런 세금을 내야 한다면 나는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는 항의를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주식을 매각한다면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는 부유세 때문이라기보다는 스톡옵션 행사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도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주식을 사들이면 행사 시점의 차액(주가-행사가격)에 주식수를 곱한 금액에 대해 그 돈을 월급으로 받았다고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합니다. 그래서 스톡옵션으로 인한 차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MZ세대를 중심으로 취업 선호에서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일간지 조사 결과, 취업 지원 경쟁률 상위 20개 기업이 모두 스타트업이었다네요. 대졸 평균 초임(3904만원)은 대기업(4690만원)보다 낮지만, 자기주도형 업무 방식과 파격적 보상이 인기 이유로 꼽힙니다. 올해 유니콘이 된 당근마켓은 최근 개발자 초봉을 대기업 이상인 6500만원으로 올렸다고 하네요.

⚙️ 요즘 고철(古鐵)의 가치가 뛰고 있습니다. 고철 가격이 t당 60만원을 넘겨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건데요. 작년말 평균가의 2배 수준입니다. 고철이 다시 주목 받는 이유는 각국의 친환경 정책 때문인데요. 고철은 녹여서 쇳물로 만들 때 기존 철광석보다 탄소 배출량이 절반 이하입니다. 당국의 탄소 감축 기조에 발맞춰 포스코나 중국 바오우철강 등 대형 철강사들은 쇳물 생산에 투입되는 고철 비중을 현재 10%대에서 4년 내 30%로 높일 계획이라고 하네요.

🛢 친환경 이슈를 선도해온 서구권에선 천연가스 대란이 한창입니다. 유럽에선 석탄 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여왔는데요.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로 침체된 수요가 다시 급증하자, 천연가스 가격은 3배 이상 치솟고 재고량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역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올해 132%나 폭등한 상황인데요.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서 공급이 부족하진 않지만, 수출 호황을 맞은 에너지 기업들이 천연가스 요금을 일제히 올렸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선 제1의 난방 에너지가 천연가스인 만큼, 미 에너지 당국은 이대로면 올겨울 가계 난방비 부담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