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흑자의 의미, 미국의 일자리 미스테리

연금 흑자의 의미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4대 연금(국민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은 각각 다른 시기에 시작해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미 고갈된 연금(군인∙공무원 연금)기금도 있고, 아직 계속 쌓여가고 늘어가는 연금기금(국민연금)도 있고 아직은 남아있지만 곧 바닥이 날 연금(사학연금)도 있습니다.

내년에 공무원 5조·군인 3조 세금 투입: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이미 바닥이 나서 매년 현직 군인과 공무원들이 내는 연금보험료로는 퇴직 공무원, 퇴역 군인들의 연금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에서 그 차액을 메워주고 있습니다. 공무원 연금에 내년에 그렇게 부어줘야 할 예산이 3조원입니다. 3년 후인 2025년에는 이 금액이 7조원으로 늘어납니다. 군인연금도 내년에 3조원가량의 정부 재정 보조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아직은 <현직 국민>이 내는 보험료와 기존 기금의 운용수입의 합이 <퇴직 국민>이 받아가는 연금보다 더 많아서 매년 기금의 규모가 더 늘어나는 중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늘어나는 규모 자체는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42조원 흑자, 2025년에는 35조원 흑자입니다)

공무원 연금과 군인 연금은 이미 고갈된 후에 매년 적자가 발생 중이고 그 적자를 재정으로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나쁜 연금 또는 개혁해야 할 연금으로 분류되고 매년 흑자가 나는 국민연금은 괜찮은 연금 또는 건전한 구조의 연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것은 꼭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세대별로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연금은 반드시 적립된 기금 안에서 지급해야 하고 그 적립금은 바닥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현실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연금은 붓는 세대가 있고 받는 세대가 있는데 모든 세대가 동일한 규모의 인구집단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세대의 평균수명이 같은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특정 세대(A)는 인구도 많고 오래 살고 또 다른 세대(B)는 인구가 적거나 수명도 짧을 수 있는데 A세대가 내는 돈으로 B세대가 노후를 살아가거나 반대로 B세대가 내는 돈으로 A세대가 노후를 살아가는 구조에서는 기금이 남거나 모자라는 일이 반드시 생깁니다.

가난해서 노후의 연금 준비를 못한 세대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세대가 있으므로 역시 적게 내고 많이 받거나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세대가 생깁니다. 이런 불균형을 세금과 재정으로 채워넣는 구조여서 적자를 재정으로 메운다고 나쁜 연금이거나 그렇지 않다고 좋은 연금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연금 흑자=국민소득 동결: 국민연금이 매년 30~40조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 흑자액이 나중에 연금지급재원이 되기는 하지만, 매년 30조원의 흑자가 난다는 것은 매년 30조원의 국민소득이 연금기금으로 빨려들어가서 외부로 나오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기껏 벌어들인 돈을 쟁여놓고 해외 투자로 돌리는 것은 미래에는 도움이 될 돈이지만 당장은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입니다.

매년 수십조원의 국민연금 수입 흑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안 쓰고 남기는 돈이 수십조원이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세금과 국민연금을 합쳐서 정부가 얼마나 더 걷는지 덜 걷고 나눠주는지를 알려주는 수지)가 매년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기조는 항상 긴축(거둔 돈보다 뿌리는 돈이 더 적은 재정운용)입니다.

아무튼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적자라는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개혁 또는 개편의 요구가 나올 것입니다.*
* 공무원 연금은 이미 그런 이유로 개편을 했지만 새로 임용되는 공무원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은 계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자리 미스테리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요즘 미국에서 나타나는 고용지표를 보면 좀 이상한 신호가 보입니다. 실업자는 800만명이 넘는데 기업들은 직원 구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실제로 신규 일자리(구인) 숫자는 1000만개가 넘습니다. 일자리를 못찾는 미국인도 800만명, 직원을 못 구한 기업의 빈 일자리도 1000만명이라는 의미입니다.

두려운 자동화 물결: 이런 이상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치 현상이 커져서 생긴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면 요즘 호텔이나 식당에서는 직원을 구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구직자들은 언제 다시 해고될지 모르는 그런 불안한 일자리보다는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적당한 일자리는 없다는 판단을 구직자들이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IT업종 등 비대면 업종에서는 구직자는 많은데 일자리는 부족합니다. 대면업종 종사자들이 비대면 일자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 채용 소프트웨어의 함정: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이런 일자리 미스매치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재미있는 뉴스도 눈길을 끕니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지원자들을 걸러내다 보니 걸러내지 말고 면접을 볼만한 직원들도 이력서 단계에서 걸러지고 기업들은 왜 적당한 지원자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환자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사람을 찾는 경우 간호사들 중에서 뽑아야 하는데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우선해서 추천하는 맹점이 있다는 겁니다.

점포 줄여야 하는 은행의 고민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CU편의점과 하나은행이 손을 잡고 은행 특화 편의점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편의점에서 은행업무를 모두 볼 수 있게 해서 편의점으로 은행 지점을 대체한다는 생각입니다. 은행원과 영상통화를 항상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서 은행 지점에서 봐야하는 업무도 편의점에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은행 지점 점포가 점점 줄어들면서(매년 30~40개씩 줄어들던 은행 점포가 작년에는 200개 넘게 줄었습니다) 은행 점포가 가까이에 없는 지역에서는 이런 류의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은행의 고민: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줄이는 것에 대해 자제하라는 압박을 하면서 은행들은 실제로는 점포를 줄이면서 점포를 유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점을 폐쇄하고 소형 출장소로 대체하기도 하고 이렇게 편의점에서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은 미국에서도 나타나는 중입니다. 미국 대형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폐쇄한 지점은 250곳이 넘습니다. 전체 지점의 1~4% 정도가 줄어든 것입니다.

미∙중 분쟁 시에 취할 투자법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앞으로는 중국과 미국 간의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쪽에 베팅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최근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주식을 대규모로 팔고 있습니다. 중국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40%가 넘는 제너럴모터스, 마카오에서 이익의 절반 이상이 나오는 라스베이거스샌즈 등입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것도 미국이 궁극적으로 전선을 중국으로 좁히고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업비트에 이어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국내 2~4위 암호화폐거래소도 조만간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받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 생긴 규제에 따라 원화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 받아야 합니다. 실명 확인 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는 나머지 중소형 거래소들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