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금융시장의 변수는 ‘기름값’

지금 금융시장의 변수는 ‘기름값’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유가가 꽤 오르고 있습니다. 공급 과잉에 시달릴 뿐 아니라 각국의 친환경 정책 때문에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서 꾸준한 가격 하락이 예상되었지만, 가격이 오히려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휘발유값과만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금리, 채권시장 등에도 두루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은 유가 상승의 특징과 금융시장에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유가 얼마나 올랐나?: 일단 지금의 원유 시장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드립니다.

지난해 4월만 해도 원유 시장 상황은 암담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저장할 공간마저 부족할 정도로 원유가 넘쳐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내가 돈을 줄 테니, 제발 원유를 가져가 주기만 해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급해진 OPEC+은 1000만bd 수준의 대규모 감산 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까지 이어지면서 유가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백신 보급이 시작되며 예상 보다 빠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생겼고 WTI 기준으로 이제는 $60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유가와 금융시장과의 관계: 유가가 오르면 기름값이 올라서 삶이 불편해 진다는 정도만 생각하실텐데요. 유가는 생각보다 금융 시장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요즘엔 더더욱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등과 종합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한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최근 금리가 오르는 속도에 대해 다들 걱정하고 계실 텐데요. 경제가 좋아지고,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채권에 대한 수요와 공급입니다. 이는 과거에는 없던 변수입니다. 채권가격 결정이론을 설명하는 교과서에도 안 나오는 내용입니다.

각국은 양적완화를 위해 계속 돈이 필요합니다. 각국 정부는 계속 돈을 빌리려 할 텐데(채권 발행), 빌려줄 사람이 있을까? (채권 수요)에 대한 고민들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채권을 사 줄 사람이 없으면 채권 가격은 하락(채권 금리는 상승) 합니다. 그러나 채권을 팔려면 싸게라도 팔아야 합니다. 어떤 날은 ECB 의원들이 금리 상승을 막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금리가 상승했다고 하더니, 다음날에는 연준의원이 금리를 유심히 보고 있다며, 채권을 더 사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 금리가 하락합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죠. 그러면 채권투자자들은 연준을 쳐다봅니다. 요즘 언론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나 ‘YCC’ 같은 정책들을 채권투자자들이 요구한다는 기사들이 나옵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단기 채권을 팔고, 장기 채권을 사주는 것으로 장기 채권 금리를 안정화 시키기 위한 정책입니다. YCC는 아예 연준이 채권 금리를 컨트롤한다는 의미로 2차대전 이후로 한번도 쓴적이 없는 정책입니다.

연준은 채권 투자자들의 손해를 줄여주기 위해서 이런 정책들을 고려할 수도 있는데요. 이때 부담이 되는 게 유가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요. 안 그래도 인플레이션 걱정이 솔솔 나옵니다. 그런데 유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채권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려주면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더 가속화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채권 금리 인상 (채권 가격 하락)을 계속 용인할 경우 채권 투자자들의 손해가 막심해질 수 있습니다. 금융 시장에서 바라는 연준의 행동 (채권 금리 인위적 인하)이 실제로 나오기 위해서는 유가가 안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유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자, 그럼 유가는 과연 안정이 될까요? 위 그림을 한번 보시죠

원유 선물 시장에 반영되어 있는 유가인데요. 현재시점(빨간색)과 6개월전(검정색)이 각각 당시 생각하는 유가의 전망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6개월 전에는 2021년초에는 $40 수준이겠지만, 2030년이 되면, $5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되어 있다면, 현재 시점에는 지금은 $60 이상이지만, 2030년에는 오히려 유가가 $50 정도에 머물 것 같다는 전망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단기 전망은 크게 상승한 반면, 장기 전망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장기 전망이 하락한 것은 향후에 친환경 정책의 영향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경우, 원유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여전히 생산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많다는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장기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단기 유가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추가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미국의 셰일 기업들은 과거 유가 상승기에 비해서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기도 어려운 환경입니다. 지금은 일 평균 약 700만배럴 수준의 감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가가 이렇게 오르게 되면, 산유국들은 생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죠. 과거 $40 수준의 유가에서는 산유량을 늘리는 것보다 유가가 오르는 것이 유리했던 국가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OPEC+ 회의에서는 일단 감산 규모를 늘리지 않고 유지했습니다. 덕분에 유가는 더 상승했지요. 문제는 유가가 상승할수록 산유국들의 생각은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가가 너무 낮아서 힘들 때는 다 같이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유가가 이미 충분히 오른 상황에서는 대열에서 이탈하는 국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유가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겠지요.

여러가지 자산 가격중에서도 유가는 정말 전망하기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니, 오늘 확인해보니, 유가는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네요. 앞으로 유가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그리고 그에 따라 연준은 어떤 정책을 보여줄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습니다.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남들 금리 오를 때도 일본은 안 오른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요즘 엔화는 달러화 대비로도 약세이고 원화 대비로도 약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장기금리는 오르는데 일본의 장기금리는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돈을 빼서 미국으로 투자대상을 옮기는 흐름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장기금리를 누르기 위해 10년만기 국채의 이자율이 0% 안팎을 유지하도록 계속 국채를 사들이는 정책(이른바 YCC: yield curve control)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이 계속되는 한 엔화는 계속 약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의 장기금리(국채수익률)가 오르는 것은 일본 이외의 신흥국 주식 채권 투자금들에게도 동일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신흥국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서서히 나오는 서울 아파트 매물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물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전세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물량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6월 1일 이전에 처분해서 종부세나 양도세를 줄여보려는 절세용 매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6월 1일 이후에는 이 매물들이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서 가격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하겠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대기업 10곳 중 6곳, 신규 채용 미정: 국내 대기업의 64%는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1명도 뽑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규채용이 아예 없는 기업과 채용 계획이 미정인 기업 비중은 각각 17.3%, 46.3%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청년 고용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겁니다.

⚖️ 사업 재편 후 엇갈린 일본 전자기업의 운명: 2008년까지만 해도 파나소닉의 시총은 소니 시총보다 40%가량 컸는데요. 지금은 소니의 몸값이 파나소닉의 4배가 넘습니다. 사업 재편이 이 두 기업의 운명을 갈라놨습니다. 소니가 만년 적자이던 PDP TV, 노트북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서비스업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한 반면 파나소닉은 제조업에 안주했기 때문입니다.

🇨🇳 중국 수출은 초호황: 중국의 올 1~2월 수출이 1년 전보다 60% 넘게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해도 32% 늘어난 수치입니다. 선진국에서 경제 정상화에 대비해 중국산 부품·소재 주문을 대폭 늘린 덕분입니다. 중국은 춘제(설) 연휴 기간 귀향 자제령을 내리며 조업일수를 늘리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20%를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